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를 끝으로 2018년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아시안컵을 앞두고 치르는 사우디 아라비아전은 한국시각 2019년 1월 1일 새벽 1시 킥오프 예정).

축구대표팀은 20일 오후 7시(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의 QSAC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모처럼 대량득점을 터뜨리면서 4-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대표팀은 지난 호주와의 평가전 1-1 무승부에 이어 우즈베키스탄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1승 1무로 마감했다.

무엇보다 호주-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은 아시안컵을 약 2달 앞두고 치른 평가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것이다. 한국축구가 59년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 중 하나인 호주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경기를 치르면서 대표팀이 아시안컵 우승 가능성을 점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던 2연전이었다.

호주전에선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과정 면에서 벤투 감독이 만족하지 못했다. 사흘 만에 치른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선 체력적인 우려가 예상되었으나 의외로 대량득점을 터뜨리며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또한 공격시에 매끄러운 전개 이후 슈팅까지 이어지며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점도 이 경기의 긍정적인 요소였다.

우즈베키스탄전은 벤투 감독 부임 후 가장 최고의 경기 중 하나였다. 이번 11월 2연전을 통해 벤투호가 보여준 것들도 분명 있었다.

연착륙에 성공한 벤투 감독
 
벤투호 무패행진 한국축구국가대표팀 벤투 감독이 20일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QSAC)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에서 4-0으로 승리해 '데뷔 최다 무패' 신기록을 수립했다. 6경기 3승3무.

이는 대표팀 감독 전임제가 시작된 1997년 이후 데뷔 최다 무패 기록으로 벤투호는 지난 호주전 무승부로 조 본프레레(5경기 3승 2무) 전 감독과 타이기록이었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이 스태프와 인사하고 있다.

▲ 벤투호 무패행진 한국축구국가대표팀 벤투 감독이 20일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QSAC)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에서 4-0으로 승리해 '데뷔 최다 무패' 신기록을 수립했다. 6경기 3승3무. 이는 대표팀 감독 전임제가 시작된 1997년 이후 데뷔 최다 무패 기록으로 벤투호는 지난 호주전 무승부로 조 본프레레(5경기 3승 2무) 전 감독과 타이기록이었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이 스태프와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마치고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된 파울루 벤투 감독. 처음 선임 당시만해도 명망 있는 지도가 아닌 데다 슈틸리케 감독시절의 '트라우마'가 존재해 우려 섞인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과는 달랐다. 먼저 자신의 사단(코치진)이 뚜렷했다. 슈틸리케 감독 시절엔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가 유일했지만 벤투 감독은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를 시작으로 필리페 쿠엘료, 비토르 실베스트레, 페드로 페레이라 코치까지 함께했다. 공격과 수비, 골키퍼, 체력 부분까지 모든 면에서 자신의 사단이 뚜렷하게 존재했다.

그리고 벤투 사단은 대표팀에 부임하자마자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큰 틀에선 벤투 감독이 관리를 하되 각 파트별로 코치들의 분업화를 통해 전문성과 디테일을 극대화 했다. 이에 대해 선수들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다가왔고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세밀함 또한 증가했다.

이러한 효과는 경기결과로 다가왔다. 벤투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코스타리카전을 2-0으로 승리한 대표팀은 이어진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친 끝에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어 10월에 열린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2-1로 승리한 대표팀은 남미의 강호 칠레-우루과이와의 2연전에서 1승 1무를 기록하며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이어 11월 열린 호주-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도 1승 1무를 기록한 대표팀은 벤투 감독 부임이후 3승 3무를 기록해 벤투 감독은 데뷔 후 무패 신기록을 세웠다.(종전 조 본프레레 감독 첫 5경기 3승 2무)

무엇보다 6경기를 통해 벤투 감독이 펼치고자 하는 축구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 시절에는 선수들 개인기량에 의존한채 디테일한 전술을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벤투 감독은 후방에서부터 이어지는 빌드업, 측면에서 윙어와 풀백간의 연계플레이 등이 돋보인다. 그리고 짧은 패스를 통한 볼점유율을 확보하는 데다 전진패스가 증가하는 등 대표팀의 플레이는 공격적으로 변했다. 물론 파나마전 같은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가 나온 경우도 있었지만 적어도 벤투 감독이 추구하고자 하는 축구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논란을 일으킬 만한 내용이 없는 깔끔한 인터뷰도 더욱 중요하다. 홍명보 감독 시절에는 B급논란, 슈틸리케 감독은 세바스티안 소리아 논란, 신태용 감독은 '트릭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아직까지 흠 잡을 데 없는 인터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 영구제명된 장현수 사건에 대해선 결정을 따르면서도 장현수의 행운을 비는 발언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것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기엔 아시안컵이라는 중요한 대회가 있기에 섣부른 판단은 무리인 상황이다. 다만 적어도 벤투 감독과 사단은 연착륙에 성공하면서 아시안컵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줬다.

황인범, 이청용 등 존재감 보인 선수들

러시아 월드컵과 벤투 감독을 거치면서 대표팀의 주전으로 활약해온 기성용, 손흥민, 정우영, 이재성, 황희찬, 장현수가 부상과 징계, 배려 등 저마다의 사정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이번 11월 축구대표팀의 엔트리는 사실상 1.5군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빠졌을 때 이들을 대체할 선수들의 활약이 상당히 중요한 이번 2연전이었다. 그리고 이번 2연전을 통해 선수들은 존재감을 보여줬다.

먼저 기성용, 정우영 등 주전 2명이 한번에 빠진 미드필드 자리에서 황인범, 주세종의 활약이 돋보였다. 황인범은 호주, 우즈베키스탄전을 통해 기성용의 자리에서 테스트를 받았다. 그는 왕성한 활동량과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전진패스 능력을 선보인 데다 탈압박 능력에서도 발군의 능력을 과시하며 대표팀 공격전개의 한 축을 담당했다.

여기에 수비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기성용이 빠져 공백이 우려되었던 것을 지워내며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여기에 황인범은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남태희의 선제골 과정에서 시발점이 되는 키 패스를 뿌려주면서 공격능력을 과시했다.
 
공격하는 황인범 20일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QSAC)에서 열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축구국가대표 친선경기.

후반 황인범이 공격하고 있다. 한국 4-0 승리.

▲ 공격하는 황인범 20일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QSAC)에서 열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축구국가대표 친선경기. 후반 황인범이 공격하고 있다. 한국 4-0 승리. ⓒ 연합뉴스

 
정우영의 부상으로 대체발탁된 주세종 역시 이번 2연전에서 존재감을 보였다. 호주와의 경기에서 부상을 입은 구자철을 대신해 전반 43분 교체투입된 주세종은 이 경기에서 날카로운 킥력을 과시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특히 호주전은 주세종의 투입 이후 밀렸던 중원싸움에서 밸런스가 잡히면서 중원에서 패스플레이가 살아나 주세종의 활약이 더욱 돋보였다.

또한 주세종은 날카로운 킥력을 과시하며 벤투 감독에게 자신의 장점을 어필했다. 지금도 회자되는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손흥민의 골에서 정확한 패스를 제공하며 득점에 기여한 바 있다.

주세종은 지난 호주전에서 코너킥과 프리킥 등 세트피스 키커를 맡으며 날카로운 킥으로 호주의 수비를 위협했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선발로 출전해 후방에서 활약하며 팀 밸런스를 잡은 데다 황의조의 두 번째 골 상황에서도 날카로운 코너킥을 올리면서 골의 시초 역할을 수행했다. 아쉬웠던 점이라면 키핑 미스로 인해 상대에게 위협적인 기회를 내준 점이다. 주세종은 전담키커 역할을 수행하며 손흥민에게 편중되었던 세트피스 키커 역할을 분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공격하는 이청용 20일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QSAC)에서 열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축구국가대표 친선경기.

후반 이청용이 우즈베키스탄 오타베크 슈크로프(16)와 비크마예프를 피해 공격하고 있다. 한국 4-0 승리.

▲ 공격하는 이청용 20일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QSAC)에서 열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축구국가대표 친선경기. 후반 이청용이 우즈베키스탄 오타베크 슈크로프(16)와 비크마예프를 피해 공격하고 있다. 한국 4-0 승리. ⓒ 연합뉴스


이청용과 석현준의 활약도 좋았다. 지난 5월 이후 6개월만에 태극마크를 단 이청용은 최근 소속팀 보훔에서 출전시간이 느는 데다 꾸준히 어시스트를 추가하는 등 몸상태가 올라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기세를 이번 호주-우즈베키스탄전에서 여실히 증명했다.

호주전에선 노련함을 바탕으로 준수한 플레이를 펼친 데다 수비적인 면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어진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공격적인 측면에서도 동료들과의 연계플레이와 공간으로 들어오는 움직임을 선보이며 공격의 물꼬를 텄는데 대표적으로 전반 17분 황의조와의 연계플레이를 통해 회심의 슈팅을 시도했으나 네스테로프 골키퍼 선방에 막혔는데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동료들과의 호흡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음을 증명했다.

여기에 두 경기 연속 후반 30분까지 활약하며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없음을 증명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전까지 이청용은 마지막 A매치였던 온두라스전에서 부상으로 후반 초반 교체아웃 되었고, 이후 경기감각과 체력적인 면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결국 월드컵 최종 엔트리 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청용은 이번 2연전을 통해 체력과 경기각에서 전혀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면서 아시안컵 승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수 있었다.
 
석현준 득점 20일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QSAC)에서 열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축구국가대표 친선경기.

후반 석현준이 팀의 네번째 골을 성공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석현준 득점 20일 호주 브리즈번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QSAC)에서 열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축구국가대표 친선경기. 후반 석현준이 팀의 네번째 골을 성공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석현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10월 A매치를 통해 2년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석현준은 우루과이전 정우영의 골 상황에서 제공권을 바탕으로 헤딩슛을 시도하며 골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다만 파나마, 호주전에선 활약이 없어 아쉬움을 남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후반 23분 교체투입된 석현준은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문선민의 골로 3-0으로 앞서던 후반 35분 나상호와의 원투패스를 통해 상대의 골문으로 들어오던 석현준은 이진현의 패스를 받아 득점으로 마무리 시키면서 골로 벤투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2016년 3월 태국과의 평가전 이후 2년 8개월만에 기록한 득점이었다.

득점에 성공한 석현준은 아시안컵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됐다. 현재 대표팀의 원톱에는 최근 경기당 평균 1골을 터뜨리며 엄청난 골감각을 과시하고 있는 황의조 외엔 자리를 잡은 선수가 없는 상황이다. 김신욱은 월드컵 이후 대표팀과 멀어진 상황이고 벤투 감독 1기에 합류한 지동원은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어 아시안컵 승선이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기회를 얻는 석현준이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경쟁에서 한걸음 앞서 나갈 수 있게 됐다. 특히 석현준은 피지컬 능력에다 준수한 발밑을 갖고 있어 대표팀 공격진에 필요한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초만 해도 기대감을 주지 못했던 한국축구는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를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 벤투 감독 부임 후에도 이어진 가파른 상승세를 통해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한국 축구계에 희망적인 일들이 많았던 최근 5개월간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기세를 아시안컵에서도 계속 이어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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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이청용 황인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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