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서운해 하지 마
<왁투>
이미성 글·그림
북극곰
2018.6.28.
아주 작은 대목 때문에 토라집니다. 커다란 일 때문에 토라지는 일은 드물지 싶습니다. 삐치거나 서운해 할 적도 엇비슷해요. 커다란 일로 삐치거나 서운하기보다는 자잘한 일 때문에 삐치거나 서운합니다.
그림책 <왁투>에 나오는 젊은이도 문득 작은 한 마디, 한 가지, 하루 모습 때문에 어쩐지 서운합니다. 그런데 그때에 곰곰이 생각해 본다면, 우리를 서운하게 하거나 토라지게 했다는 그 일은 우리가 삶을 어느 한 갈래로 똑같이 바라보기보다는 여러 갈래로 넓거나 깊게 바라보도록 이끈다고 할 만합니다.
이렇게 하니까 이렇게 되고, 저렇게 하니까 저렇게 되는 결을 넘어서는 자리가 있으니, 이를 새롭게 배우도록 북돋운다고 할 만하지요. 어쩌면 서운하거나 토라진 마음을 다스리기는 어려울 수 있어요. 더욱이 서운함이나 토라짐은 '나'만이 아니라 '너'도 느낄 만하지요.
서로 쳇쳇거립니다. 다 같이 쳇쳇댑니다. 부디 쳇쳇질은 조용히 마무리할 수 있기를, 하늘을 올려다보고 구름을 느낄 수 있기를, 마음에 바람을 담기를 빕니다.
ㄴ. 왜 부아가 났니
<무엇이든 삼켜버리는 마법상자>
코키루니카
김은진 옮김
고래이야기
2007.9.20.
싫어하는 사람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기 마련입니다. '싫다 = 마음에 안 들다'인 터라, 마음에 안 드는 한 가지뿐 아니라 다른 것까지 온통 눈앞에서 사라지고 마음에서도 자리를 못 찾습니다.
좋아하는 사람 눈에는 모든 것이 보이기 마련입니다. '좋다 = 마음에 들다'인 터라, 마음에 드는 한 가지뿐 아니라 다른 것까지 눈앞에서 반갑게 나타나고 마음에서 신바람내며 춤춰요.
<무엇이든 삼켜버리는 마법상자>를 보면 처음에 아주 작은 한 가지가 싫었던 아이는, 이 싫은 한 가지가 발판이 되어 온갖 것이 다 싫습니다. 싫어서 치우고 싶고, 또 싫어서 치우고 싶으며, 자꾸자꾸 싫어서 몽땅 치우고 싶어요. 자, 그러면 이 아이 곁에는 무엇이 남을까요?
아무것도 안 남겠지요. 다 싫으니까요. 이리하여 다 싫어서 '이것 너무 싫어!' 하고 외칠 적에는 아이마저 어디론가 사라지겠지요? 다시 말해서, 싫어할 적에는 누구보다도 우리가 스스로 싫은 모습이에요. 싫어할 적에는 바로 나부터 잃어버리고, 내 참마음을 잃으니, 내 하루를 잃고, 내 삶을 하나하나 잃겠지요.
싫어하거나 좋아하기에 앞서 차분히 바라볼 노릇이고 생각해야지 싶어요. 즐거운 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스스로 찾아내야지 싶어요.
ㄷ.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돼
<실수 왕 도시오>
이와이 도시오 글·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2017.4.10.
툭하면 뭔가 깨거나 엎어지는 아이가 있습니다. 걸핏하면 말을 틀리거나 더듬는 아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는 자라서 무엇이 될까요?
어려서 늘 넘어지거나 어긋난다면, 이 아이는 앞으로 늘 넘어지거나 어긋나는 어른이 될까요? 어쩌면 뭔가 깨거나 엎어지면서 이러한 손놀림이나 몸짓이 어떠한 결인가를 배울 수 있고, 자꾸 말을 틀리거나 더듬다가 말결이나 말살림을 새로 익힐 수 있습니다.
<실수 왕 도시오>는 으레 뭔가 엉뚱하게 하거나 엉터리로 하는 아이가 부대끼는 어린 나날을 그립니다. 이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이 같은 모습일 수 있는데, 이러한 나날을 누린 터라 어른이 되고 나서 둘레 아이들한테 '좀 넘어져도 된단다' 하고 너그러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습니다. 참말로 이 잘못투성이 아이는 어른이 되어 그림책 그리는 사람이 되었고, 스스로 어릴 적에 겪은 이야기를 이 그림책으로 담아내어요.
살면서 늘 배웁니다. 틀리면 틀리는 대로 배우고, 잘못하면 잘못하는 대로 배웁니다. 맞으면 맞는 대로, 잘하면 잘하는 대로 배워요. 언제나 배우는 하루이니 언제나 새롭게 나아갈 만합니다. 가만히 지켜보면서 가다듬습니다. 하나하나 살피면서 북돋웁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글쓴이 누리집(blog.naver.com/hbooklove)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