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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이 트렌드가 된 독일.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한식당이 문을 열고 식당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현지인들에게 한식을 알리고 독일에 사는 한국인들에게 그리운 맛을 선사하는 곳이지만, 식당의 커튼 뒤에는 또 다른 면이 숨겨져 있다. 아니 사실 모두가 알지만, 아는 걸로 끝나는 그것.

독일 한인업소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절반이 독일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다. 손님이 없으면 강제로 퇴근하고, 정해진 노동시간 앞뒤로 무료 봉사를 한다. 폭언과 성희롱 피해 호소도 끊이지 않는다.

독일은 특히 노동법이 엄격하게 지켜지는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고용자와 노동자가 모두 '한국인'인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독일에 온 지 오래 되지 않은 청년들이 독일어를 잘하지 못하고, 현지 사정을 모르는 점을 이용해 부당한 대우를 하는 업소가 여전히 많다.

'최저임금 받는다' 35%에 불과... 요상한(?) 계산법도 다수

올해 초 독일 라이프치히할레한인학생회와 독일 커뮤니티 과방이 독일 한인업소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2018년 1월 온라인 구글 설문조사 폼을 통해 실시하고 총 79명이 응답한 이 설문조사는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독일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이 처한 현실을 어렴풋이나마 엿볼 수 있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5%만이 최저임금을 받았다고 답했고, 반면 52%는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 나머지 13%는 독일에서 최저임금이 도입되기 이전에 일한 사례다.
 
독일 유학생들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1
 독일 유학생들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1
ⓒ 라이프치히할레한인학생회&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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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결과2
 설문조사결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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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독일 최저임금은 8.89유로(한화 약 1만1300원).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대부분 최소 5유로에서 6유로 정도를 받았다. 최저임금에서 세금을 제외하거나, 팁을 포함에서 최저임금을 맞추는 이상한 계산법으로 임금을 받은 이들도 있었다.

독일 노동법상 직업훈련생(Ausbildung)이나 프리랜서 등 일부 법에 정해진 형태를 제외하고는 모두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다. 한식당에 고용된 이들은 모두 최저임금을 받아야 한다. 실습기간에 있는 사람, 소위 프로베차이트(Probezeit)도 예외는 아니다.

독일에서는 월 450유로 이상을 벌 경우 정해진 가이드라인에 따라 차등적으로 세금을 공제한다. 하지만, 월 임금과는 상관없이 최저임금에서 미리 세금을 공제하는 계산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팁은 '임금'이 아니다.

독일법 모르는 청년들에게 잘못된 정보 제공

한국과 독일의 워킹홀리데이 비자 협정으로 2009년부터 매년 수많은 청년들이 독일땅을 밟고 있다. 2017년 한 해에만 2332명이 들어왔다. 독일은 호주나 캐나다, 뉴질랜드 등 영어권과 일본에 이어 워홀 참가자가 5번째로 많은 국가다.

유럽의 중심국가로서 주변국에 접근이 편할 뿐 아니라 영어로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되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 많은 이들이 독일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들 중 독일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렇게 독일에 막 들어온 청년들은 현지 사정에 어두울 수밖에 없고, 언어적인 어려움 때문에 결국 한인업소로 몰리게 된다. 워홀뿐 아니라 독일어를 배우거나 입학을 목적으로 들어온 청년들은 2017년 기준 7647명에 이른다. 이 중 많은 청년들이 학비나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노동을 하고 있다.

일할 사람은 차고 넘친다. 업주의 선택권이 넓어지면서 최대한 '싸게' 사람을 쓰려고 한다. 당연히 최저임금을 지불해야 함에도 '실습기간'이라는 핑계로 임금을 주지 않고, 실습기간이 끝나면 해고하고 또 다른 실습 노동자를 찾는 사례도 있었다.

최저임금을 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왜 최저임금을 줄 수 없는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 오히려 '독일은 원래 그렇다', '독일법이 그렇다'라는 말로 호도하며 부당한 대우를 하는 업주도 많았다. 실제 독일은, 독일법은 그렇지 않다.

부당한 사례가 나온 한식당은 오래 전에 독일에 정착한 교포들이 운영하는 식당뿐만이 아니었다. 한식의 트렌드를 타고 '젊은 사장'이 운영하는 식당, 맛집으로 언론을 타고 유명세를 얻은 식당, 너도 나도 맛이 좋다며 추천을 했던 식당이 모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독일 알바생들을 위한 '노동매뉴얼'
 
독일 노동매뉴얼
 독일 노동매뉴얼
ⓒ 라이프치히할레한인학생회 & 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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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지난 10월 독일 라이프치히할레한인학생회와 커뮤니티 과방은 앞선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독일 노동매뉴얼'을 만들었다. 독일에서 노동하는 한인 청년들을 위한 지침서로 독일 노동법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다만 한인업소들을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다. 독일 라이프치히할레한인학생회 측은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스스로 인식하고 주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이 노동매뉴얼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 노동매뉴얼에는 체류허가에 따른 노동 자격 등 노동자의 입장에서 주의해야 할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독일은 어학생과 유학생, 워홀 등 체류허가에 따라 정해진 노동 가능 시간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으며, 이 시간을 위반한 경우에는 '불법노동(Schwarzarbeit)'이 된다. 불법노동은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독일에서 일을 한다면, 혹은 독일에서 알바생을 고용하고 있다면 이 매뉴얼을 한번쯤은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독일알바 이 정도는 알고하자> 독일노동매뉴얼 보러가기

덧붙이는 글 | 독일 온라인미디어 플랫폼 로이테(www.leutekorea.com)에도 발행됩니다.


태그:#독일, #최저임금, #한식당, #워킹홀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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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베를린에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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