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의 본가' 하면 이젠 누구라도 OCN을 떠올린다. 그리고 오늘날의 OCN이 있게 한, 개국공신 드라마가 있다. 바로 2010년 '희귀병'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뤘던 <신의 퀴즈> 시즌1이 그것이다. 의학과 범죄수사를 엮은 드라마는 새로울 것도 없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법의학 연구소'가, 의사가 수사의 주체가 된다는 사실은 신선하고도 획기적인 것이었다. 더구나 거기에 '희귀병'이라니. 
 
 OCn <신의 퀴즈> 시즌1 포스터.

OCn <신의 퀴즈> 시즌1 포스터. ⓒ OCN

 
그런 취지에 걸맞게 시즌1은 근이영양증, 포르피린증, 길랭-바레 증후군 등 '이런 병도 있었어?'라고 할 정도의 다양한 희귀 질병을 소개했다. 그리고 이 질병을 매개로 벌어지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범죄를 다루며 메디컬 수사극의 신기원을 열었다.

그로부터 2011년, 2012년, 2014년까지 <신의 퀴즈>는 무려 4시즌을 달리며 장수 시리즈로 사랑 받았다. 그리고 오랜 공백기 후 2018년 '리부트' 돼, 지난 5일부터 <손 the guest>의 뒤를 이어 OCN의 수목을 책임지게 되었다. 

반갑다, 한진우!

<신의 퀴즈> 하면 한진우, 한진우 하면 <신의 퀴즈>다. <신의 퀴즈>라는 시즌이 가능하도록 만든 건 바로 초천재 의사 한진우(류덕환 분)다. 10세에 카이스트에 입학, 로봇 공학을 전공한 한진우는 인류 최고의 로봇(?)인 인간을 정복하기 위해 다시 한국 의대에 입학한 천재 의사다. 그가 촉탁의로 한국 법의관 사무소에 합류하며 시즌은 시작되었다. 
 
 <신의 퀴즈: 리부트> 포스터.

<신의 퀴즈: 리부트> 포스터. ⓒ OCN

  
희귀병을 다룬 메디컬 범죄 수사 드라마인데 정작 주인공인 한진우는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돼 지난 시즌들을 이끌었다. 시즌2의 사이코패스 정하윤의 아버지는 '브레티즌'이라는 신물질을 실험하기 위해 자신의 아들과 아들의 친구인 한진우에게 투여했다. 그 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한진우는 엄청난 고통을 받고, 스스로 병을 제어하려다 뇌의 과부하로 인해 이중인격으로 변해야 했다. 게다가 뇌의 절반을 잘라내야 하는 수술을 해야 했다. 시즌4에서는 식물인간 상태로 잠시 등장하기도 하지만 기적적으로 회복하며 활약을 펼친다. 그리고 이제 '리부트'는 시즌4에서 그를 옭아맸던 음모에서 벗어나, 세상과 인연을 끊은 '자연인' 한진우로 시작된다. 

한진우는 MBN <나는 자연인이다>의 주인공으로 초빙되어 등장한다. 하지만 예능의 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모양만 자연인을 흉내낼 뿐이다. 여전히 그는 오랜 동지이자, 연인인 강형사(윤주희 분)와 연락을 주고 받는 모습으로 '복귀'에 시동을 건다.

한편 법의관 사무소는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실제 부검 대신 인공지능 데이터에 의존하는 '코다스'가 등장하자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것. 그리고 나타난 의문의 자연 발화 시체에 솔깃해진 한진우는 결국 법의관 사무소로 간다. 그는 덥수룩한 수염을 달고 법의관 사무소에 등장해 예전 그대로의 천재적 능력을 발휘한다. 그가 3개월 촉탁의로 법의관 사무소에 복귀하게 된 이유다.

시즌 1, 2, 3, 4를 모두 이끌었던 박재범 작가가 총괄 프로듀서로 극을 이끄는 대신, '신진' 강은선-김은희 작가가 새로이 집필을 맡았다. <신의퀴즈: 리부트> 1, 2회는 '한진우스러움'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OCN <신의 퀴즈: 리부트> 포스터.

OCN <신의 퀴즈: 리부트> 포스터. ⓒ OCN

  
<신의 퀴즈>다운, 한진우다운 

'인공지능 데이터'로 법의학적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코다스'와 천재 한진우의 대립은 이번 시즌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다. 코다스는 법의관 사무소를 뒷방으로 밀어낸, 코다스 팀장 곽현민(김준한 분)은 한진우와 대립각을 세운다. 로봇을 연구하다 '인간' 연구로 돌아선 한진우는 당연히 "수사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 해야지"라며 상대를 도발한다. 그리고 자연발화 시체에 대해 "심부전증으로 인한 지방간으로 자연발화, 핵폭발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곽 팀장에게 사체에서 보이는 변색된 부분을 짚으며 외인으로 인한 발화라고 한수 가르쳐 준다. <신의 퀴즈> 한진우의 진가를 보여준 이 장면은 시즌5의 진정한 개막을 여는 듯한 장면이었다.

또한 그는 법의관 사무소에 갇힌 법의학자가 아닌, 항상 직접 현장을 발로 뛰는 법의학자였다. 이번에도 역시 오랜 기간 함께 호흡 맞췄던 강형사와 함께 용의자의 집에서 증거를 찾아나선다. 용의자 어머니의 머리카락으로 발화 시신의 이식된 신장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내는가 하면, 희귀병인 어머니가 복용할 리 없는 신장 보호제를 보고 병원의 살인적인 신장 이식 수술 과정을 알아낸다. 유학 심사에서 떨어진 아들을 위해 어머니는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아들을 구하려 하고, 병원은 그런 어머니를 이용하려 했던 것. 그 과정에서 한진우의 관찰력과 천재적인 추리력이 <신의 퀴즈>의 매력을 한껏 살려낸다. 

때론 독불장군같고, 때론 안하무인 같지만 한진우는 여전히 통쾌한 사회 고발을 보여준다. 아들을 위해 자기 한몸 희생한 어머니와 그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으로 '발화 살인'를 기획한 아들의 '신파적 고해'까지. 이전 <신의 퀴즈>를 고스란히 빼다 박은 듯 복기해 낸다. 
 
 OCN <신의 퀴즈: 리부트> 포스터.

OCN <신의 퀴즈: 리부트> 포스터. ⓒ OCN

   
한진우의 아버지 같던 장교수님(최정우 분)은 안 계시지만 든든한 누님 같은 조영실 소장(박준면 분)이 있고, 강경희 형사(윤주희 분)와도 여전한 파트너십을 자랑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시즌4 이후 무려 4년, 그 시간 동안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 여전히 통통 튀는 한진우는 반가웠다. 그래도 조금은 성숙해진 한진우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희귀병을 비롯해, 의학드라마나 범죄수사 드라마에 많이 나오는 다양한 전문 용어에 대한 '자막' 서비스가 없다는 점도 아쉬웠다. 시즌이 낯설거나 오래돼 적응이 필요한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가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시청률은 1회 1.926%, 2회 2.566%(닐슨코리아 유료가구플랫폼 기준)로 모처럼 돌아온 시즌의 첫 술로는 아직 아쉬운 성과다. 하지만 부디 시즌의 익숙함과 새로운 시도를 적절히 조화해 다음 시즌을 기대할 수 있는 시리즈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신의 퀴즈;리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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