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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8일 오전 11시 21분]

방송사들이 즐비한 상암동에 미디어 노동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전용 공간이 있다. 서울 DMC 산학협력연구센터 6층에 위치한 휴 서울 미디어 노동자 쉼터이다. 

노동자 쉼터는 노동자들의 특성을 반영해 일할 수 있는 작업 공간과 잠을 잘 수 있는 휴게실을 마련했다. 또 '한빛센터'와 '방송작가유니온'에서 제공하는 각종 노동 및 법률 상담과 무료 교육 혜택도 지원한다. 

미디어 노동자들을 위한 최초의 공간에서 지난 10일 방송작가유니온의 출범 1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하였다.
 
축하행사를 위해 초대된 마술사와 작은 단두대에 손을 넣은 방송작가. 방송작가 조합원과 지망생이 조마조마하게 마술을 보고 있다.
▲ 과연 방송작가의 손목은 온전할 것인지? 축하행사를 위해 초대된 마술사와 작은 단두대에 손을 넣은 방송작가. 방송작가 조합원과 지망생이 조마조마하게 마술을 보고 있다.
ⓒ 수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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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관 한빛미디어 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은 "고 이한빛 피디의 죽음 이후 방송 미디어 산업 노동자들의 노동 문제가 조명됐다. 수면 위로 가장 먼저 떠 오른 게 바로 '방송작가 유니온'이었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지난 1년이란 시간을 견뎌냈다"며 진심 어린 축하를 전했다.

이용관 이사장은 지난 9월 CJ 이앤엠, 스튜디오드래곤과 '제작 가이드라인' 협의 당시 공개하지 못했던 뒷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이한빛 피디가 죽고 나서 CJ와 진상규명 재발방지대책을 논의했다. 막내 작가의 주급이 30만 원이라는 사실에 놀랐다"며 "주급을 50만 원으로 합의 본 후 협의서에 도장을 찍었지만, 외부로 공개하지는 못했다. 이유는 CJ 측이 다른 방송사들의 미칠 파장을 염려해 비공개를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 이사장은 임금투쟁뿐만 아니라 방송 관행이라는 이름의 구조적인 문제를 타파하는 길에 기꺼이 함께하겠다는 연대 의지를 피력했다.

이어서 이윤정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수석부지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 부지부장은 "tvN에서 일하는 막내 작가들이 180만 원 정도 받을 때 tbs 교통방송 막내 작가들은 135만 원 정도를 받았다. tvN 막내 작가들에게 '다른 곳보다 왜 많이 받는 줄 아냐'고 물어보니 단지 CJ라서 그런 줄 알더라. 어떤 과정 때문인지 전혀 모르는 상황을 보며 이런 것을 좀 더 알리는 작업을 하는 게 우리의 몫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 박혜선 양은 방송작가가 꿈이었다고 한다
▲ 방송작가유니온 명예조합원으로 위촉된 박혜선양의 어머니 세월호 희생자 박혜선 양은 방송작가가 꿈이었다고 한다
ⓒ 탁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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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유니온 측은 이날 행사에서 방송작가가 꿈이었던 세월호 희생자 박혜선 양을 명예 방송작가·유니온 조합원으로 위촉했다. 위촉장을 대신 받은 혜선양 어머니 임선미씨는 "방송 일하는 분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세월호 추모공원이 아직 한곳에 모이지 못했다. 진상규명도 제자리걸음이다. 계속 관심을 가져달라"며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이미지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은 "방송작가로 일할 때 '문제점이 너무 많아 작가를 그만둘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노조에서 일하게 되면서 방송작가의 정체성을 깨닫고 개선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며 1년간의 활동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 지부장은 "불공정한 관행이 단단한 바위처럼 느껴지지만, 우리 스스로가 균열을 내고 틈을 만든다면 언젠가 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신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또한 "출범 당시 6~7년 정도 싸울 각오를 했는데 1년 만에 대단히 많은 것을 얻어냈다. 맞바람이 거세지고 있지만, 우리가 덩치를 키워놓으면 함부로 못 할 것이다"며 "옆에 동료들에게 노조원이 되어달라고 해달라"고 당부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출범 1년 만에 260명에 달하는 노조로 성장했다. 대구 MBC와는 단체협약을, 안동 MBC와는 원고료 협상을 타결했다. tbn은 사측의 불공정한 계약서 체결 시도를 조합원과 노조의 힘으로 막아낸 데 이어 현재는 원고료 인상 효과를 가져올 작가 등급 기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출산 휴가 보장 등 방송 작가를 비롯한 방송사 비정규직 여성들의 모성권을 보장하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방송계가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변화의 이유와 필요가 분명한 만큼 반드시 서서히 바뀔 거라 믿는다.

태그:#방송작가유니온, #방송작가노조, #한빛센터, #休서울미디어노동자쉼터,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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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세계사가 나의 삶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일임을 깨닫고 몸으로 시대를 느끼고, 기억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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