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제목이 <사선에서>였던 영화 <출국> 포스터

이전 제목이 <사선에서>였던 영화 <출국> 포스터 ⓒ 디씨드

 
"작년에 우리 영화에 대한 여러 기사가 나왔다. 많은 매체들이 합리적 의심이라는 걸 근거로 사실이 아닌 기사(화이트리스트 보도 등)를 냈다." (노규엽 감독)
 
"촬영이 끝나고 후반 작업을 할 때 그런 논란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제작사에서 해명했고, 오해가 풀렸다고 생각한다. (화이트리스트는) 두말할 필요 없다. 부당하게 누군가가 이득을 봤다면 비판받아야지." (이범수 배우)

 
14일 개봉한 영화 <출국>(이전 제목 <사선에서>)의 화이트리스트 논란에 대해 감독이나 배우의 입장은 "사실이 아니다"와 "오해가 풀렸다"로 요약된다.
 
'화이트리스트'는 박근혜 정권에서 특정영화를 블랙리스트로 지목해 제작지원이나 해외 상영에 제한을 둔 것과는 반대로 제작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특혜성 지원을 받은 영화를 지칭한다. 처음 제목이 <사선에서>였던 <출국>은 화이트리스트 논란의 중심에 섰던 영화다. 하지만 감독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출국> 측은 화이트리스트 아니라고 하지만
 
논란은 지난해 5월 31일 <한겨레> 기자가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사선에서>의 화이트리스트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그해 3월과 4월에는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이 영화 <사선에서>(현 <출국>)의 관련 의혹을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제작사인 디씨드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 직후인 6월 5일 입장문을 내고 관련 보도를 반박했다. 제작사는 "영화 <사선에서>는 <한겨레>가 우익 단체들의 범우파 프로젝트라고 주장하는 <통영의 딸>과 전혀 다른 영화이고, 단지 모티브가 된 원작이 같을 뿐"이라고 밝혔다.
 
또한 제작사 측은 "<통영의 딸>과 <사선에서>는 그 제작 주체가 엄연히 다를 뿐더러, 그 내용이나 콘셉트에도 차이가 있다"며 "북한의 인권 문제를 주되게 다루었다는 <통영의 딸>과 달리 <사선에서>는 아빠가 가족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드라마"라고 강조했다. 판권 양도와 관련해서도 원작 <잃어버린 딸들 오! 혜원 규원>의 출판사와 교섭하여 직접 판권계약을 체결한 것이지 <통영의 딸> 제작사로부터 양도받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영화 <출국>의 한 장면

영화 <출국>의 한 장면 ⓒ 디씨드

 
제작비 전체를 공적자금으로 지원받았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제작사 측의 입장이다. '<사선에서>의 총 제작비 45억 원 중 35억은 모태펀드 투자받고 8억 원은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 가족영화지원 사업으로 이뤄졌으며 출처를 알 수 없는 2억을 포함해 민간투자금 없이 국가지원금만으로 100% 만들어진 기념비적인 영화'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 것이다.
 
제작사 측은 "총 제작비 예산은 65억 원이며, 그 중 35억 원은 각 세 곳의 투자회사에서 운영하는 모태펀드 계정에서 투자를 받았고, 8억 원은 영진위 가족영화 지원금으로 충당되었으며, 나머지 22억 원은 민간 투자금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밝혔다.

또한 모태펀드 지원과 관련해서는 "각 투자회사가 운용하는 모태펀드 계정이 국가 자금을 토대로 운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각 펀드마다 그 성격이 다르고 펀드의 총 투자금 중 국가자금(모태조합)의 비중도 최대 50%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투자회사(업무집행조합원)에서 국가 자금을 제외한 나머지 출자금액은 민간 투자금으로 조합원을 모집, 결성하여 펀드를 운영하기에 투자금의 100%가 모두 공적 자금이라고 볼 수 없다"라며 "무엇보다 개별 투자를 결정하는 곳은 각 개별 펀드를 운용하는 투자회사이지, 전체 모태조합자산을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제작사 측은 당시 영진위의 특혜 지원 의혹에 대해서도 "영진위의 내부사정이나 가족영화지원사업의 시작 배경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영진위 공고에 따라 사업에 지원한 것이고, 정상적인 심사절차를 거쳐 지원목적과 선정기준에 부합한다는 점 등이 고려되어 지원대상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21>은 지난 7월 언론중재위의 중재에 따른 정정 및 반론보도문을 통해 "해당 영화 제작사는 SH필름이 아닌 원작 출판사로부터 판권을 직접 구입한 것으로 밝혀져 바로잡습니다"라며 "제작사 측인 영화 <사선에서>는 <통영의 딸>과는 줄거리와 기획의도를 달리하며, 가족을 구하기 위한 아버지의 고군분투를 그린 가족영화로 우익영화가 아니며, 총 제작비는 65억 원 규모로 그 중 가족영화 지원사업 지원금은 8억, 모태펀드 계정 투자금은 35억이며, 나머지는 민간 투자금으로 구성되었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블랙리스트 조사위 판단은 달랐다
 
 블랙리스트 조사위가 발표한 <사선에서>(현 <출국>) 지원 현황.

블랙리스트 조사위가 발표한 <사선에서>(현 <출국>) 지원 현황. ⓒ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하지만 지난해 7월 31일 발족해 올해 4월까지 활동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아래 블랙리스트 조사위)는 정부기관이 개입하여 모태펀드 운용사에 선정된 창투사에 특정 영화 지원 및 배제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영화 <사선에서>(현 <출국>) 지원 현황을 공개했다.
 
블랙리스트 조사위에 따르면, 청와대가 모태펀드 운용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임원을 교체하는 추가 조처 결과 OOO SH 필름 대표가 2015년 1월 한국벤처투자 상근전문위원으로 임명됐다. 이에 따르면, OOO이 SH필름 대표로 재직 중 저작권을 갖고 영화 제작을 추진하던 <통영의 딸>이 이후 제작자와 제목을 바꿔 <사선에서>(현 <출국>)로 제작됐다(관련 기사 : 박근혜가 밀어줬으나 아직도 개봉 못한 '우익' 영화).
 
또한 블랙리스트 조사위 측은 이 영화의 경우 모태펀드를 포함한 정부지원금이 영화 순제작비 45억 원을 상회하여 51억 7천만 원에 이르는 바 영화 제작 경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면서 몇 가지 특이사항을 공개했다. 2012년 OOO이 청와대 지원을 언급했고, 2013년 국정원이 영진위에 영화 정보를 제공하며 제작현황 점검을 지시했으며, 2015년 문체부 영화폴더에 관심 영화로 저장돼 있었다는 것이다.
 
블랙리트스 조사위는 또 "영화는 2016년 9월경 '크랭크 인'(영화 촬영 시작) 하고, 같은 해 12월경 '크랭크 업'(영화 촬영 종료) 했으나 2018년 5월 현재 미개봉 상태"라며 "국가기관의 지원 지시를 통해 2015년 모태펀드 2차 수시 출자사업에 선정된 유니온투자파트너스는 같은 해 영화 <연평해전>, 2016년 <인천상륙작전>과 <사선에서>에 모두 투자하였다"고 덧붙였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영화 <사선에서>(현 <출국>)에 대한 모태펀트 지원 내역 및 특이사항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영화 <사선에서>(현 <출국>)에 대한 모태펀트 지원 내역 및 특이사항 ⓒ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블랙리스트 조사위의 발표는 지난해 6월 제작사의 입장을 반박하는 모양새다. <사선에서>(현 <출국>) 제작사 측은 "전체 모태조합자산을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에서 투자를 개별적으로 결정한 것도 아니다"라고 했으나, 블랙리스트 조사위는 당시 청와대가 모태펀드 운용 임원 교체를 통해 특정영화가 순제작비를 넘는 지원을 받게 한 정황을 확인한 것이다.
 
<사선에서>(현 <출국>)가 지원을 받은 가족영화지원사업은 박근혜 정권에서 비판적인 독립영화제작지원을 막고 정부의 입맛에 맞는 영화에 대해 지원하기 위한 방편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영화계의 인식이었다. '가족영화제작지원'은 지난 2017년 폐지됐다.
 
블랙리스트 조사위는 영진위의 심사에 청와대와 국정원 등이 개입한 사례가 다수 있음을 밝혔내기도 했는데, "영진위의 정상적인 심사절차를 거쳐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사선에서> 제작사 측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 셈이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영진위 가족영화제작지원사업 전반과 모태펀드 전반을 조사했고, 그런 관계로 <사선에서>가 조사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조사 결과와 관련해 제작사의 이의 신청을 받은 바 없었고 조사 결과 보고서가 전원위원회에서 통과된 만큼 <사선에서>(현 <출국>)의 화이트리스트 관련 내용도 블랙리스트 조사위원회 백서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출국 화이트리스트 사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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