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시즌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참가자들 (2018.5.3~6)

2018~2019시즌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참가자들 (2018.5.3~6) ⓒ 한국배구연맹

 
수렁에 빠진 현대건설의 비상구는 언제쯤 열릴까.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3위를 차지했던 현대건설은 2018~2019시즌 V리그 개막 이후 7연패를 당했다.

올 시즌 V리그 여자부는 6개 팀 중 무려 5개 팀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한 순위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배구팬들의 흥미도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건설만 대열에서 멀찌감치 이탈했다. 길어지는 연패만이 문제가 아니다. 경기 내용도 무기력하다.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다.

외국인 선수인 베키(31세·190cm)의 부진이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이는 한 부분에 불과하다. 모든 포지션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총체적 난국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1인 세터' 체제의 맹점이 경기력에 심각한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부터 사실상 이다영(23세·179cm) 1인 세터 체제로 운영해 왔다. 팀의 중심을 이다영에 맞춰 구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다영이 흔들릴 때 교체해줄 백업 세터를 제대로 보강하거나 육성해 놓지 않았다.

결국 우려했던 부분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배구에서 팀이 흔들릴 때 더욱 중심을 다잡고 이끌어가야 할 선수가 세터다. 그런데 이다영이 올 시즌 토스워크와 경기 운영, 멘탈 등 여러 면에서 부진에 빠졌다. 그런데도 이다영이 흔들릴 때 밖에서 생각할 시간을 벌어줄 백업 세터가 없다.

백업 세터로 김다인(21세·171cm)과 이미소(20세·175cm)가 있지만, 모두 지난 시즌과 올 시즌에 입단한 신인들이다. 문제는 이들마저 경기에 자주 투입되지 않았다. 성장할 기회가 부족했다. 때문에 현대건설 주전 세터와 백업 세터의 차이가 6개 구단 중 가장 큰 불균형이 발생했다. 자업자득인 측면이 있다. 

높은 블로킹 벽을 구축했던 김세영(38세·190cm)이 올해 FA 자격을 얻어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것도 부진의 요인이다. 구단의 판단 착오와 지원 체계가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우선 대상' 헤일리·시몬... 소속 구단 반대로 '영입 불가'

여자배구 전통의 강호인 현대건설이 깊은 수렁에 빠지자 배구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어디선가 탈출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로선 반전 카드로 외국인 선수 교체밖에 없다. 물론 외국인 선수가 새로 온다고 해서 바로 상승세로 돌아선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그것 외에는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는 것도 현실이다.

이미 외국인 선수도 팀을 떠났다. 베키는 12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현대건설도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을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 구단 관계자는 13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영입 대상자를 4개국 리그에서 뛰는 선수로 압축해서 해당 구단에게 영입 가능한지 오퍼를 했고, 일부 가능하다는 답변이 온 상태"라고 밝혔다.

최우선 영입 대상자였던 헤일리 스펠만(28세·202cm)과 시몬 애버트(23세·187cm)는 영입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관련 기사 : V리그 트라이아웃 낙방생이 해외선 맹활약? 안타까운 지점들).

구단 관계자는 "헤일리와 시몬을 최상의 카드로 보고 소속 구단에게 오퍼를 넣고 영입 가능한지 확인을 해봤다"며 "둘 다 주전으로 잘 뛰고 있어서 소속 구단에서 '안 된다'는 답변이 왔다"고 설명했다.

헤일리는 현재 프랑스 1부 리그에서 1~2위 경쟁 중인 뮐루즈(Mulhouse)에서 주전 라이트로 뛰고 있다. 지난 5월 V리그 트라이아웃에서 프로구단 감독들의 사전 선호도 4위를 차지했던 시몬 애버트도 프랑스 1부 리그 라파엘(Saint Raphael)에서 주전 레프트로 활약하고 있다.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수에게만 오퍼 넣었다"

현대건설은 현재 터키, 폴란드, 프랑스, 그리스 리그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수의 소속 구단에 영입 제안을 해놓은 상태다.

지난 5월 실시된 V리그 여자부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드래프트) 참가자 중 터키 1부 리그와 2부 리그에 각각 1명, 폴란드 1부 리그에 2명, 프랑스 리그에 4명, 그리스 리그에 1명이 소속팀의 주전으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포지션도 레프트와 라이트 다 포함돼 있다.

현대건설 구단 관계자는 "일부 선수는 영입 가능하다는 답변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적료 요구 금액이 생각보다 너무 높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어려움은 있지만 최대한 빨리 성사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상 대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V리그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드래프트)에 참가 신청을 한 선수 중에서만 영입할 수 있다. 그만큼 선택 범위가 좁다. 대체 외국인 선수도 부담이 큰 건 마찬가지다. 사기가 떨어진 팀 분위기를 자신의 능력으로 반전시켜야 한다.

결국 다른 리그에서 활약이 좋은 선수를 이적료를 주고서라도 영입하는 게 그나마 최선책이다. 실제로 프로구단들은 대부분 그렇게 한다. 어렵게 교체를 결단했는데, 리그 경기를 안 뛰거나 백업 선수를 영입하는 건 더 위험하고 무의미한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구단 관계자도 "오퍼를 넣은 선수들도 모두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다"며 "주전이 아닌 선수를 영입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2년 연속 외국인 교체 '패착'... 잘 뽑고 잘 육성해야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에도 대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쓰린 기억이 있다. 올해 2윌 엘리자베스(25세·186cm)의 대체 외국인 선수를 구할 때, 당시 필리핀 리그에서 뛰고 있던 린지 스탈저(35세·186cm)를 영입하려고 했었다. 미국 출신으로 라이트와 레프트 포지션 모두 가능한 선수다. 공격 파워와 결정력이 좋은 선수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불발됐다. 

구단 관계자는 "린지 스탈저 소속 구단이 이적료로 2억을 주든 3억을 주든 안 보내준다고 거절했다"고 밝혔다. 린지 스탈저가 당시 필리핀 리그의 슈퍼 스타로 떠오를 만큼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2015년부터 필리핀 리그에서 소속팀을 우승, 준우승으로 이끄는 등 뛰어난 활약을 했다. 또한 필리핀 리그에서 2015시즌 MVP, 2017시즌 베스트 레프트상을 수상했다. 올해 2~5월에 열린 2018시즌 필리핀 리그에서도 소속팀 페트론(Petron Blaze Spikers)을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고 MVP를 수상했다. 

린지 스탈저는 지난 5월 실시한 V리그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도 초청자 명단(23번)에 포함됐었다. 그러나 불참했다. KOVO 규정상 트라이아웃 초청자 중 스스로 불참한 선수는 대체 외국인 선수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어떤 이유에서든 시즌 도중 외국인 선수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해당 구단이나 프로 리그를 여러모로 힘들게 한다. 트라이아웃 때 잘 선택하고, 팀 플레이에 빠르게 녹아들 수 있도록 구단과 팀원들이 열과 성을 다해 '성공한 외국인 선수'로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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