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선수(에자즈바쉬)

김연경 선수(에자즈바쉬) ⓒ 박진철

 
낯설다. 그러나 피할 수 없다. 기대도 된다. 김연경이 터키 리그 복귀 후 친정 팀과 첫 정면 승부를 앞두고 있다. 에자즈바쉬는 14일 새벽(한국시간) 이스탄불 부르한 펠렉 체육관에서 페네르바체와 2018~2019시즌 터키 리그 정규리그 경기를 갖는다.

김연경 소속사 관계자는 12일 "김연경 선수가 페네르바체전 출전 준비를 하고 있다"며 "허리 통증 부분도 별일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연경에게 페네르바체는 아주 특별한 팀이다. 자신의 선수 생활 중 가장 화려했던 시기를 함께 했다. 김연경은 2011-2012시즌부터 2016-2017시즌까지 6년 동안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주 공격수로 맹활약했다. 사실상 팀의 기둥이었다.

그가 남긴 업적도 대단했다. 터키 리그 우승 2회(2014-2015, 2016-2017), 터키컵 우승 2회(2014-2015, 2016-2017),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2011-2012), 유럽배구연맹(CEV)컵 우승 1회(2013-2014)를 달성했다. 또한 터키 리그, 터키컵, 유럽 챔피언스리그, 유럽배구연맹(CEV)컵 대회에서 모두 득점왕과 MVP를 수상한 바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대한민국을 4강에 올려놓고 MVP를 수상한 것도 페네르바체 시절이었다. 김연경과 국내 프로구단 사이에 이적 분쟁이 발생하면서 선수 생활에 중대 위기를 맞이했을 때도 페네르바체는 든든한 구원병 역할을 해주었다.

페네르바체 '실기'... 에자즈바쉬-김연경, '목표'로 통하다

김연경에게 페네르바체는 말 그대로 친정이자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올 시즌 터키 리그 복귀를 결정할 때도 페네르바체와 협상을 먼저 했다. 그러나 재정이 악화된 페네르바체는 김연경을 감당할 역량이 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팀들의 김연경 영입 구애 강도는 더 거셌다. 결국 에자즈바쉬가 최종 주인공이 됐다. 지난 5월 구단의 핵심 인사인 날란 우랄 매니저가 직접 한국까지 와서 김연경 영입을 성사시켰다.

에자즈바쉬의 김연경 영입 이유는 분명하다. 터키 리그 '6년 무관'의 한을 풀기 위해서다. 또한 바크프방크의 독주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바크프방크는 지난 시즌 터키 리그, 터키컵, 터키 챔피언스컵, 유럽 챔피언스리그, 클럽 세계수권까지 5개 대회를 모두 제패하며 '싹쓸이 우승'을 차지했다. 

김연경도 더 많은 업적(커리어)을 쌓고, '여자배구 세계 최고' 자리를 누구도 넘볼 수 없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때문에 중국 상하이가 에자즈바쉬보다 높은 연봉을 제시했음에도 뿌리쳤다. 에자즈바쉬와 김연경의 목표가 서로 통한 것이다.

김연경 영입 효과 '톡톡'... 바크프방크 독주 '휘청'

벌써부터 에자즈바쉬는 김연경 영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에자즈바쉬는 지난 1일 열린 터키 챔피언스컵 대회에서 바크프방크를 세트 스코어 3-1로 꺾고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바크프방크의 우승 트로피 싹쓸이 행진도 일단 멈춰섰다.

지난 3일 개막한 2018~2019시즌 터키 리그 정규리그에서도 3경기 연속 3-0 완승을 거두었다. 현재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압승 행진이 더욱 의미를 갖는 부분은 김연경(대한민국·192cm)-라슨(미국·188cm)-보스코비치(세르비아·193cm)로 이어지는 세계 최고의 '공격 삼각편대'를 다 가동하지 않고도 거둔 승리였기 때문이다. 핵심 3인방에게 교대로 휴식을 주면서 체력 관리와 빅경기 대비를 병행하고 있다.

김연경은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에자즈바쉬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공격 부분에서 정규리그 2경기 연속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렸다. 할크방크전에서는 공격성공률도 가장 높은 78%에 달했다. 서브 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에서도 좋은 활약을 했다. 에자즈바쉬의 고질적 약점이었던 수비 조직력에 안정감을 불어넣고 있다.

반면 바크프방크는 초반부터 고전하고 있다. 정규리그 첫 경기에서 지난 시즌 2부 리그에서 승격한 카라욜라르에 풀세트 접전을 벌이며, 승점(1점)까지 내주는 등 체면을 구겼다. 페네르바체전에서도 마지막 5세트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가 겨우 역전승을 거두었다.

페네르바체, 전력 약화 평가에도 '예상 밖 강세'

페네르바체는 지난 시즌보다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선전을 하고 있다. 페네르바체는 지난 시즌에 뛰었던 세계 정상급 주전 멤버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라이트 폴리나 라히모바(아제르바이잔), 레프트 나탈리아(브라질), 미아(크로아티아), 세터 눗사라(태국), 차을라 아킨(터키)이 올 시즌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이들의 빈 자리는 명성이 다소 떨어지는 선수들로 채워졌다. 라이트는 쿠바 대표팀 출신의 바르가스(20세·191cm), 레프트는 멕시코 대표팀의 사만다 브리시오(25세·188cm), 터키 대표팀 출신의 파트마(29세·180cm), 세터는 세르비아 대표팀 출신인 아나 안토니예비치(32세·185cm)와 터키 출신인 실라(23세·183cm)를 새롭게 영입했다.

센터와 리베로는 지난 시즌과 같다. 센터는 에다 에르뎀(32세·188cm), 바하르 톡소이(31세·190cm), 디즐레 누르(27세·190cm), 리베로는 메르베(31세·180cm), 멜리스(22세·167cm)가 건재하다. 

이들이 올 시즌 페네르바체의 주전 멤버로 활약한다. 지난 6월에는 감독도 교체했다. 2018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세르비아 대표팀의 조란 테르지치 감독(53세)이 올 시즌부터 페네르바체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페네르바체는 정규리그 첫 경기인 베식타쉬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베이리크뒤쥐도 3-1로 꺾었다. 모두 세계 정상급 선수를 일부 영입하면서 올 시즌 복병으로 평가되는 팀들이다. 10일 바크프방크전에서는 다 잡은 승리를 아쉽게 놓쳤다. 마지막 5세트에서 9-5, 12-9로 시종일관 앞서가다 막판에 역전패를 당했다. 서브 리시브와 공격 범실을 연속 남발하면서 자멸했다.

'19세 쿠바 소녀' 바르가스... '멕시코 대표' 브리시오 경계령
 
 바르가스(쿠바·191cm·왼쪽)-브리시오(멕시코·188cm)

바르가스(쿠바·191cm·왼쪽)-브리시오(멕시코·188cm) ⓒ 국제배구연맹

 
바크프방크전은 비록 패하긴 했지만, 페네르바체가 예상보다 전력이 만만치 않다는 걸 증명한 경기였다. 놀라운 대목은 공격을 주도하는 선수가 올해 만 19세의 바르가스라는 점이다. 1999년 10월생인 바르가스는 쿠바 대표팀 출신의 장신 라이트 공격수다.

바르가스는 2014년 세계선수권 대회에도 쿠바 성인 대표팀 1군에 발탁돼 주 공격수로 활약한 바 있다. 당시 바르가스는 만 14세에 불과했다. 한국 나이로는 16세로 중학교 3학년에 해당됐다. 이후 2015년과 2016년 월드그랑프리에서도 쿠바 대표팀에 계속 발탁돼 좋은 활약을 이어갔다.

그런 바르가스가 이제는 세계 최고봉인 터키 리그에서 '빅4'인 페네르바체의 주 공격수로 맹활약하고 있다. 바르가스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3경기 연속 20득점 이상을 올리며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베식타쉬전 24득점, 베이리크뒤쥐전 23득점, 바크프방크전에는 29득점을 쏟아부었다.

브리시오도 바르가스와 공격 쌍포로 맹활약하고 있다. 2018 세계선수권에서 멕시코 대표팀의 주전 레프트로 뛰었던 브리시오는 터키 리그에서도 매 경기 15득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바크프방크전에도 26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5세트 막판 브리시오의 연속 공격 범실로 팀이 역전패하면서 빛이 바랬다.

바르가스와 브리시오는 남미 특유의 탄력과 스피드, 강한 공격 파워가 장점이다. 다만, 아직 어리기 때문에 중요한 상황에서 결정력에는 약점이 있다. 올 시즌 터키 리그를 치르고 나면, 한층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터가 수준급인 점도 페네르바체의 강점이다. 2017 월드그랑프리에서 세르비아 대표팀의 주전 세터로 활약했던 안토니예비치는 바크프방크전에서 탁월한 토스워크와 경기 운영 능력을 선보였다.

페네르바체 광팬, 김연경에 반응 주목... 국내 방송사 '생중계'

에자즈바쉬에는 이번 페네르바체전이 우승 행진의 1차 고비가 될 전망이다. 라이벌전은 객관적인 전력 이외의 요소가 작동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페네르바체 팬들의 반응은 주목 대상이다.

페네르바체 팬들은 갈라타사라이 팬들과 함께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광팬'이다. 경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쉬지 않고 열정적으로 응원가를 합창하고, 상대 팀 선수에게 야유를 퍼붓기도 한다.

라이벌 팀과 경기에서는 팬들의 지나친 야유로 경기가 중단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실제로 경기 도중 심판이 '더 이상 못 보겠다'며 선수들만 남겨놓은 채 퇴장해버린 일도 있었다. 지난 2013년 11월 30일 갈라타사라이-페네르바체 경기에서 갈라타사라이 팬들이 극심한 야유를 보내자 주심과 부심 등 심판들이 모두 경기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갈라타사라이는 0-3 몰수패를 당했다.

특히 14일 경기는 김연경이 라이벌 팀인 에자즈바쉬로 이적한 이후 첫 맞대결이다. 페네르바체 광팬들의 반응이 신경 쓰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래저래 관전 포인트가 많은 일전이다. 국내 스포츠 전문 채널인 SPOTV는 14일 새벽 1시(한국시간)에 벌어지는 에자즈바쉬-페네르바체 경기를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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