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12일, 늦어도 13일이면 한국시리즈 정상에 설 팀이 가려진다. 한 발 앞서가고 있는 SK 와이번스가 좀 더 유리한 게 사실이지만, 시리즈가 7차전까지 가면 좋을 게 없는 만큼 6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반면, 홈으로 돌아온 두산 베어스는 나름대로 반격을 준비하는 중이다. 6차전 승리 후 기세를 몰아 7차전 승리까지 가져가고 싶은 것이 두산의 바람이다.

양 팀 선발 투수를 감안하더라도, 6차전 승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진다. SK는 '에이스' 켈리를 내세우고, 두산은 '토종 우완' 이용찬 카드로 승리를 노린다. 불펜 쪽에서 물량 공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은 7차전보다 무게감 있는 선발 투수들이 마운드에 오른다. 6차전 승리는 곧 한국시리즈 우승을 의미하고, 두산에게는 한 번 더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어느 팀이든 6차전을 이겨야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
 
양 팀 팬들로 가득찬 잠실야구장 지난 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2차전.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했다.

▲ 양 팀 팬들로 가득찬 잠실야구장 지난 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2차전.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했다. ⓒ 유준상


'3차전 호투' 켈리에 대한 기대와 타격감 떨어진 타선에 대한 우려

6차전 SK 선발로 예고된 켈리는 앞선 3차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2실점(비자책)으로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였다. KBO리그 데뷔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이보다 잘 던진 경기는 없었다. 조금 걱정되는 게 있다면, 4일 휴식 후 등판과 PS 첫 잠실 등판이라는 점이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올해 켈리가 4일 쉬고 나온 6경기에서 33.2이닝 ERA 4.81, 팀은 3승 3패를 기록했다.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포스트시즌에서는 4일 휴식 후 등판한 두 경기만 놓고 보면 모두 팀 승리로 이어졌다.

장소가 잠실로 바뀌었다는 점 역시 켈리로선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올 시즌 켈리는 잠실에서 2경기에 등판해 1패 ERA 5.91로 표본은 적었으나 홈 경기 등판보다 내용이 나빴다. 타격감이 떨어진 두산 타선을 경기 초반에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3차전처럼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만 있다면, 켈리의 투구에 대해선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키를 쥐고 있는 것은 타선이다. 승리를 기록한 한국시리즈 1, 3, 5차전에서 타선의 활약이 두드러진 경기는 3차전 정도에 불과하다. 1, 5차전은 상대 실책이 따르지 않았다면 타선의 힘만으로 이기는 게 어려웠다. 플레이오프보다 타자들이 조금씩 지칠 수밖에 없는 시점이 됐고, 특히 2번~5번 타순에 배치되는 타자들의 침묵이 걱정스럽다. 특히 최정은 13타수 1안타 타율 0.077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줄곧 홈런으로 승리 공식을 만든 SK는 5차전에서 홈런 없이 4득점을 뽑아냈다. 다시 말하면, SK 특유의 화력이 나오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대 야수진이 범한 두 개의 실책이 득점으로 연결돼서 다행이었지만, 수비가 탄탄했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결국 타자들의 방망이가 살아나야 이번 시리즈를 6차전에서 끝내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5차전까지 선발과 불펜, 수비 면에서 모두 두산보다 SK가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분위기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제 시즌 내내 SK를 지탱했던 타선의 힘이 발휘되는 것만 남아있다. 2차전 이후 다시 잠실로 이동했지만, 두려운 것은 없다. 2015년 두산 이후 3년 만의 KBO 한국시리즈 '업셋 우승'에 도전한다.

두산, 부담감 떨쳐내야 기적을 만들 수 있다
 
린드블럼, 좋았어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2회말 2사 1루. 두산 투수 린드블럼이 sk 김동엽을 3루수 앞 땅볼 아웃으로 처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2018.11.9

▲ 린드블럼, 좋았어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2회말 2사 1루. 두산 투수 린드블럼이 sk 김동엽을 3루수 앞 땅볼 아웃으로 처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2018.11.9 ⓒ 연합뉴스

 
두산은 오늘 지면 끝이다. 6차전을 이겨야 7차전을 바라볼 수 있다. 6차전 선발로 등판하는 이용찬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켈리와의 선발 맞대결을 치른 3차전에서 1회말 로맥에게 선제 3점포를 허용하며 초반 분위기를 내줬고, 결국 두산은 2-7로 패배했다. 추가 득점 없이 답답한 흐름을 유지한 타선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3회 이후 안정감을 찾은 이용찬으로선 1회말과 2회말 연속 실점이 뼈아팠다.

4차전이 비로 인해 하루 늦게 진행되면서 로테이션에 변화가 있었다. 이에 따라 이용찬은 5일 전에 만났던 켈리와 또 다시 선발 맞대결을 가진다. 3차전과 비교했을 때 SK 타자들의 타격감이 좋지 않고, 이용찬이 올해 홈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준 점에 있어서는 그의 호투를 기대해볼 만하다. 올 시즌 홈 11경기 6승 무패 ERA 2.93으로 원정 기록(14경기 9승 3패 ERA 4.14)보다 훨씬 나았다. 김강민, 이재원 등 인천에서 활약했던 타자들을 조심하면, 많은 이닝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발 싸움에서는 밀리지 않는데, 문제는 불펜과 수비 그리고 타격이다. 마무리 함덕주를 제외한 불펜 투수들을 믿기 어렵고 부상으로 빠진 김강률의 공백이 꽤 크다. 5경기에서 실책을 7개나 범한 야수들의 집중력도 두산의 발목을 잡았다. 수비에서 위축된 야수들은 공격력에 영향을 끼쳤다. 한국시리즈 팀 타율이 0.265로 SK(0.222)보다 높지만 찬스 상황에서 점수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반적으로 두산답지 않은 야구다.

다른 팀들보다 큰 경기를 해 본 선수가 많은 팀이 두산이다. 이 때문에 이렇게 위축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1차전 패배 이후 선수들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던 김태형 감독도 5차전 패배 이후 인터뷰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많고, 경기력에 대해 걱정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7-3으로 승리한 2차전을 제외한 네 경기에서는 두산이 원했던 대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간신히 승리를 챙긴 4차전도 정수빈의 역전 투런포 이외에는 득점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전무했다.

2승 2패에서 5차전 패배 후 6, 7차전을 쓸어담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사례는 1984년 롯데, 1995년 OB 두 차례로 2000년대에는 단 한 팀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물러설 곳이 없는 두산은 23년 전의 기억을 재현하려고 한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홈 팬들 앞에서 다시 서게 된 두산이 6, 7차전에서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주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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