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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 오후 뉴욕에서 만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
 지난 5월 30일 오후 뉴욕에서 만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
ⓒ @SecPomp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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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는 오는 8일(미국 동부시각) 뉴욕에서 북미고위급회담을 연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회담 주제를 '4개의 기둥'으로 표현했다. 북측의 요구에도 충분히 귀를 기울이겠다는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의 고위급회담 소식을 알리면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포함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4개 기둥에 진전을 이루기 위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4개 기둥이란, 공동성명에 명시된 4개 합의를 일컫는다. ▲새로운 미국-북한 관계 형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 ▲미군 유해 발굴 및 송환 등이다.

싱가포르회담 뒤 비핵화·유해송환 2개 기둥만 세웠다가 방북취소 등 난항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이 이어졌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후 북한은 선전매체를 통해 '미국의 일방적인 태도'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북한은 이미 미군 유해 송환을 시작했고 일부 비핵화 조치도 취해서 2개의 기둥에 대한 진전은 이뤄지고 있지만 평화체제와 새로운 관계형성이라는 나머지 2개의 기둥에 대해선 전혀 진전이 없다는 얘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영철 부위원장의 편지가 폼페이오 장관에게 전해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8월 말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직전 이를 취소시켰다. 해봤자 좋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이같은 분위기는 4차 방북이 취소되기 전 국무부가 방북계획을 알린 성명에서도 나타났다. 방북 목적에 어떠한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그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이룬 진전에 대한 협의와 실행을 이어가기 위해"라고만 쓴 것이다.

북미대화가 난항을 겪고 있을 때 평양에서 열린 9.19 남북정상회담 뒤엔 국무부의 표현이 달라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을 통해 평양공동선언에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 "이같은 중요한 약속들을 바탕으로 미국-북한 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협상에 미국은 즉시 작수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성명에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형성할 것"이라는 부분도 포함시켰는데, 이는 6.12 북미공동성명 2조에 나온 "a lasting and stable peace regime on the Korean Peninsula"라는 표현을 그대로 옮긴 것이기도 하다. 싱가포르 합의에 충실하게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번에 국무부가 쓴 '기둥'이라는 단어가 가진 상징성으로 보면, 비핵화 이외의 것도 논의한다는 이야기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집을 지을 때도 통상 4개 이상의 기둥을 세우고, 세운 기둥을 빼면 집이 무너지듯 여러 요인이 함께 추진돼야 전체적인 성과가 나온다. 이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할 때 '기둥'이란 단어를 쓴다. '비핵화를 이루는 데에 나머지 2개의 기둥, 즉 관계정상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확실히 알고 있다는 신호를 주기 위해 '기둥'이란 표현을 썼을 수 있다.

이같은 '예고편'을 생각하면, 이번 뉴욕회담의 전망은 밝다.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대로 북한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미국과 IAEA 사찰관 파견 문제뿐 아니라 평화체제 이행을 위한 종전선언 문제, 관계정상화를 위한 연락사무소 설치나 문화교류 등도 논의될 수 있다. 회담 뒤 즉시 발표되진 않더라도 내년 초로 잡고 있는 2차 북미정상회담 때 내놓을 진전된 성과물에 논의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태그:#폼페이오, #김영철, #뉴욕, #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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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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