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선수

김연경 선수 ⓒ 에자즈바쉬

 
김연경이 1년 만에 복귀한 터키 리그 개막전에서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3일 열린 2018~2019시즌 터키 리그 정규리그 첫날 경기에서 에자즈바쉬가 닐뤼페르를 세트 스코어 3-0(25-14 25-12 25-12)으로 완파했다.

스코어에서 보듯 일방적인 승리였다. 에자즈바쉬 모타 감독도 작전타임을 한 번도 부르지 않았다. 경기 내내 팔짱 끼고 어슬렁거리기만 했다.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가 나오면 간간이 박수 치는 게 전부였다. 그만큼 경기 내용도 완벽했다.

에자즈바쉬는 김연경이 16득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렸다. 이어 괴즈데 이을마즈가 14득점, 멜리하가 13득점으로 뒤를 받쳤다. 닐뤼페르는 레프트 세다 메넥셰와 아슬르가 각각 7득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닐뤼페르는 지난 시즌 터키 리그에서 12개 팀 중 7위를 차지한 팀이다.

이날 에자즈바쉬는 김연경-라르손-보스코비치로 이어지는 세계 최고의 공격 삼각편대 중 김연경만 투입했다. 라르손과 보스코비치는 휴식을 취했다.

'김연경 영입 효과' 톡톡... 보스코비치·라르손 '편안한 휴식'

이날 경기 출전 멤버를 포지션별로 살펴보면, 레프트는 김연경(192cm), 멜리하(188cm), 라이트는 괴즈데 이을마즈(195cm), 센터는 기브마이어(187cm), 베이자(192cm), 세터는 에즈기(170cm), 리베로는 심게(168cm)가 나섰다.

보스코비치와 라르손은 지난 10월 20일 끝난 세계선수권에서 쌓인 피로 때문에 체력 관리 차원에서 휴식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두 선수는 에자즈바쉬에서 오랜 기간 활약했기 때문에 적응에도 별 문제가 없다. 라르손은 2014~2015시즌부터 5시즌째, 보스코비치는 2015~2016시즌부터 4시즌째 에자즈바쉬에서 뛰고 있다.

반면 김연경과 기브마이어는 올 시즌 처음으로 에자즈바쉬에 합류했다. 빠른 적응을 위해서 경기 출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김연경은 감독의 의도를 100% 충족시키면서 팀 승리를 주도했다. 공격과 수비에서 맹활약하며 어려운 고비 없이 경기를 이끌어 갔다. 덕분에 보스코비치와 라르손은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에자즈바쉬는 첫 경기부터 김연경 영입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특히 김연경은 경기력이 완벽하게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 공격 파워와 타점이 전성기 때와 똑같았다. 서브 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도 안정적이었다. 세계선수권 등 최근 경기에서 다소 떨어진 모습과 딴판이었다.

에즈기, 세계 최고 '김연경 찰떡 세터' 재입증
 
 에즈기 세터

에즈기 세터 ⓒ 에자즈바쉬

 
이날 경기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또 있다. 에즈기 세터와 김연경의 완벽한 호흡이었다. 모타 감독은 주전 세터로 감제(26세·179cm) 대신, 에즈기(24세·170cm)를 투입했다. 

감제는 지난 1일 터키 리그 '스포츠토토 챔피언스컵' 대회에서 주전 세터로 나섰지만, 김연경뿐만 아니라 센터진과도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감제의 토스도 불안정했다.

3일 경기에 선발로 나선 에즈기는 전혀 달랐다. 감독의 선택이 적중했다. 경기 내내 김연경의 입맛에 딱 맞는 토스를 쏴줬다. 김연경이 전위에 있을 때는 빠르고 네트에 가까운 토스를, 후위에 있을 때는 강력한 파이프 공격(중앙 후위 시간차 공격)이 가능하도록 예리한 토스를 해줬다.

현존 세터 중 김연경 입맛에 가장 잘 맞는 토스를 하고, 김연경을 가장 잘 활용할 줄 아는 세터가 에즈기라는 점이 이날 경기에서도 재입증됐다. 사실 김연경-에즈기의 '찰떡 호흡'은 페네르바체 시절부터 정평이 나 있다.

페네르바체가 2016~2017시즌 터키 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도 김연경-에즈기의 완벽한 호흡이 큰 기여를 했다. 특히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페네르바체-에자즈바쉬 경기에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역대급 명경기를 연출했다.

당시 두 팀은 PO 2차전에서 골든 세트(챔피언결정전 진출자를 가리기 위한 추가 세트)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골든 세트에서도 에자즈바쉬가 페네르바체에 14-10으로 앞서갔다. 에자즈바쉬가 한 점만 더 따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고, 김연경과 페네르바체는 탈락하는 상황이었다. 사실상 승패는 결정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에자즈바쉬가 내리 6점을 내주며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대역전극을 주도한 선수는 김연경과 센터 에다였다. 특히 김연경은 막판 연속 3득점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김연경이 연속 3득점을 내도록 토스를 쏴준 세터가 바로 에즈기였다. 에즈기는 백업 세터였지만, 교체 멤버로 코트에 들어갈 때마다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에즈기는 지난 시즌 에자즈바쉬로 옮긴 이후에도 더욱 성장했다. 지난 시즌 터키 리그 세터 부문 1위에 올랐다. 팀 내에 세계 최정상급 세터인 오그네노비치(세르비아)가 있어 백업 세터 역할을 했지만, 그의 능력과 잠재력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에즈기의 토스는 빠르고 힘이 있다. 상황에 따라 선수를 활용하는 세팅 능력도 좋다.

바크프방크, 불안한 출발... 10일 에자즈바쉬 경기 '국내 생중계'

터키 리그 12개 팀들은 지난 2일과 3일 일제히 정규리그 첫 경기를 치렀다. 팀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에자즈바쉬와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바크프방크는 다소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카라욜라르에게 3-2까지 가는 풀세트 접전 끝에 어렵게 승리했다. 카라욜라르는 지난 시즌 2부 리그에서 올 시즌 1부 리그로 승격한 팀이다. 이날 경기에 주팅(198cm)은 출전하지 않았다.

'빅 4'인 페네르바체는 베식타쉬를 3-0으로 꺾었고, 갈라타사라이도 차낙칼레에 3-1로 승리했다. 이밖에 아이딘은 THY를 3-0으로 완파했고, 베이리크뒤쥐도 할크방크를 3-1로 물리쳤다.

첫 경기에서 산뜻한 출발을 한 김연경과 에자즈바쉬는 오는 7일 0시 30분(한국시간)에 이스탄불 홈구장에서 할크방크와 정규리그 2번째 경기를 갖는다.

한편, 국내 스포츠 전문 채널인 SPOTV는 3일 에자즈바쉬-닐뤼페르, 7일 에자즈바쉬-할크방크전을 모두 생중계할 예정이었으나, 터키 현지에서 중계 제작 자체가 되지 않아 불발됐다.

SPOTV는 오는 10일 0시에 벌어지는 에자즈바쉬-베이리크뒤쥐 경기를 생중계한다. 이 경기는 터키 방송사에서도 생중계가 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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