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커피를 마신다"로 시작하는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 이건 뭐지? 싶은 갸우뚱함이 아직 생생한데 벌써 10년이란다. 2008년 싱글 앨범 <싸구려 커피>로 데뷔한 장기하와 얼굴들은 10년을 채우고서 해체를 선언했다.

이번 신보인 정규 5집은 마지막 앨범이고, 장기하와 얼굴들로서의 활동은 올해 12월 31일 공연을 끝으로써 종료한다. 이 마지막 앨범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공연장에서 열렸다. 앨범명은 < mono >이고, 타이틀곡은 '그건 니 생각이고'다.

앨범 관통하는 주제는 '혼자'... 앨범명 <모노>의 의미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 진지한 얼굴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마지막 앨범 < mono >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에서 앨범을 소개하고 있다. 장기하, 정중엽, 이종민, 전일준, 이민기, 하세가와 요헤이로 구성된 '장기하와 얼굴들'의 < mono >는 10년동안의 내공을 담은 마지막 앨범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마지막 공연인 <마무리:별일 없이 산다>를 펼칠 예정이다.

▲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 진지한 얼굴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마지막 앨범 < mono >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에서 앨범을 소개하고 있다. ⓒ 이정민


- 이번 앨범의 주제가 있는지.
장기하(보컬) "앨범 주제를 정해놓고 만든 적은 없다.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을 곡으로 만드는데 나중에 보면 공통점이 발견되더라. 이번에 공통적으로 발견한 건 '혼자'라는 키워드였다. 7번 트랙 '나 혼자'는 인생 혼자다란 내용인데 이 앨범의 주제곡 같은 노래다." 

- 앨범명이 'mono(모노)'인 이유는 무엇인가.
장기하 "제가 비틀즈 오리지널 바이닐(LP)을 몇 개 가지고 있는데 그걸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이 이번 작업을 하며 다시 생각났다. 스테레오와 모노의 차이는, 스테레오는 눈감고 이어폰으로 들으면 왼쪽과 오른쪽에서 다른 소리 나는 것이고, 모노는 지난 시대의 것이라서 스피커 하나로 이뤄지니까 좌우 구분 없이 똑같은 소리가 난다는 거다. 어떻게 보면 열등한 기술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비틀즈 노래를 들어보면 모노로 녹음됐는데도 너무 완성도 있고 좋다. 작곡과 편곡을 워낙 탁월하게 하다보니까 그런 것 같다. 앨범의 주제가 '혼자', 즉 1이고 스테레오와 모노와 비교했을 때도 1과 연결되는 무엇이 있어서 'mono'란 이름이 마음에 쏙 들었다."

- 녹음 에피소드가 있는지.
장기하 "악기 녹음을 완성하고 보컬 녹음만 남은 상태였는데 이번 키워드가 '혼자'니까 극단적으로 혼자인 환경에서 녹음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가까운 일본 정도로 생각했는데 수소문하다보니 미국 사막 한복판까지 가게 됐다. 정말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내가 가져간 녹음기로 혼자 녹음해왔다. 돌아와서 좋은 환경에서 결국 다시 녹음을 했지만, 그 경험이 이번 앨범 노래들 속에 녹아있다."

최고 역량일 때 떠나는 이들의 이별방식
    

'장기하와 얼굴들' 자이하-이민기, 멋있는 마무리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와 이민기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마지막 앨범 < mono >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에서 밴드 해산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장기하, 정중엽, 이종민, 전일준, 이민기, 하세가와 요헤이로 구성된 '장기하와 얼굴들'의 < mono >는 10년동안의 내공을 담은 마지막 앨범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마지막 공연인 <마무리:별일 없이 산다>를 펼칠 예정이다.

▲ '장기하와 얼굴들' 자이하-이민기, 멋있는 마무리 장기하, 정중엽, 이종민, 전일준, 이민기, 하세가와 요헤이로 구성된 '장기하와 얼굴들'의 < mono >는 의 10년 밴드의 내공을 담고 있는 마지막 앨범이다. ⓒ 이정민

 

'장기하와 얼굴들' 하세가와 요헤이-전일준, 멋있는 마무리 '장기하와 얼굴들'의 하세가와 요헤이와 전일준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마지막 앨범 < mono >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에서 밴드 해산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장기하, 정중엽, 이종민, 전일준, 이민기, 하세가와 요헤이로 구성된 '장기하와 얼굴들'의 < mono >는 10년동안의 내공을 담은 마지막 앨범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마지막 공연인 <마무리:별일 없이 산다>를 펼칠 예정이다.

▲ '장기하와 얼굴들' 하세가와 요헤이-전일준, 멋있는 마무리 ⓒ 이정민


- 이번을 마지막 앨범으로 정한 이유는.
장기하 "여태까지 10년 동안 음악을 하면서 추구해왔던 건 어떻게 하면 군더더기 없이 편곡을 할 수 있을까 였다. 그런 기준에서 생각했을 때 이번 앨범이 만들어지면서 정말 만족스러웠고, 이번 앨범이 최고다라는 생각을 했다. 6집이 더 좋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음악적으로 정점일 때 해산하는 게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고 봤다. 멤버들에게 제안했고 같이 이야기한 끝에 다 뜻을 모았다." 

- 웃으면서 작별할 수 있는 훈훈한 분위기가 만들어진 비결이 궁금하다. 
장기하 "앞의 이야기와 이어지는데, 음악적으로 자부심이 최고치에 달했을 때 헤어지니까 훈훈할 수 있는 것 같다. 서로간의 불만이 쌓인 상태에서 헤어진다면 웃으면서 헤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저희도 약간 아쉽고 팬들도 약간 아쉬울 때 마무리하는 게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생각했다."

- 밴드를 마무리 짓는 멤버들의 소회도 들어보고 싶다.
이종민(건반) "오늘 새 음반이 나왔고 12월 31일까지는 소극장 장기공연 등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서 다른 생각은 딱히 들지 않는다." 
정중엽(베이스) "한국에서 10년 동안 밴드를 하고 그게 이렇게 잘 끝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희박한 확률의 일인 것 같다. 굉장히 즐겁게 이루고 싶은 모든 걸 이룬 활동이다. 밴드가 보통 사건사고 등으로 마무리되는데 전혀 그런 거 없이 이런 식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한 편으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진 않지만 재밌었던 기억을 가지고서 또 다른 걸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만 산다, 계획 없음의 계획
   

'장기하와 얼굴들' 별일은 없습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마지막 앨범 < mono >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에서 앨범을 소개하고 있다. 장기하, 정중엽, 이종민, 전일준, 이민기, 하세가와 요헤이로 구성된 '장기하와 얼굴들'의 < mono >는 10년동안의 내공을 담은 마지막 앨범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마지막 공연인 <마무리:별일 없이 산다>를 펼칠 예정이다.

▲ '장기하와 얼굴들' 별일은 없습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마지막 앨범 < mono >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에서 앨범을 소개하고 있다. 장기하, 정중엽, 이종민, 전일준, 이민기, 하세가와 요헤이로 구성된 '장기하와 얼굴들'의 < mono >는 의 10년 밴드의 내공을 담고 있는 마지막 앨범이다. '징기하와 얼굴들'은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마지막 공연인 <마무리:별일 없이 산다>를 펼칠 예정이다. ⓒ 이정민


- 장기하씨의 해체 소감도 듣고 싶다.
장기하 "2008년, 제가 27살 때부터 시작했고 지금 37살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10년이란 그 시간 동안 제 전부였고, 진짜 멋있게 한 거 같다."

- 팀 해체 후의 계획은.
장기하 "앞으로 남은 활동기간 두 달간은 이번 5집 음악으로 최대한 재밌게 살아갈 거다. 미래에 대한 계획은 딱 두 달만 세우고 있다. 다음해 1월 1일부터 제가 어떤 음악을 하고 싶고 어떤 사운드에 매료되고 어떤 가사를 쓰게 될지는 제가 가장 궁금하다. 저는 아무것도 정해놓은 게 없다. 솔로로 음반을 낼 것이냐, 다른 팀을 결성할 것이냐, 어떠한 다른 장르를 할 것이냐 등을 생각하기 이전에 내가 1월 1일부터 어떻게, 어떤 인간으로 살아야 할지부터 생각해볼 것이다. 완전히 무(無)에서 생각하고 시작하고 싶다. 대략적인 계획도 아예 없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이룬 것 하나

- 지난 10년의 장기하와 얼굴들 활동을 돌아보며 '이것 하나는 이뤘다'고 생각되는 게 있나. 
장기하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사용했다는 것. 실제 쓰는 말로, 실제 억양으로 노래를 만들자 했고 그렇게 한 것 같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하는 게, 어떨 땐 우리가 우리말을 부끄러워할 때가 있는 것 같다. 더 잘나가는 나라가 있고 더 잘나가는 언어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우리말을 숨기려는 식으로 대중음악사가 흘러가는 경향은 있다고 보고, 크게 봤을 때 점점 더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고 느꼈다. 그런데 다른 건 몰라도 그런 경향이 있든가 말든가 우리말을 우리말스럽게 썼다는 점에 있어서는 감히 우리가 뭔가 보여주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한다. 작곡가로서 저란 사람의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  
 

'장기하와 얼굴들' 아름다운 마무리 '장기하와 얼굴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마지막 앨범 < mono >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에서 앨범을 소개하고 있다.  장기하, 정중엽, 이종민, 전일준, 이민기, 하세가와 요헤이로 구성된 '장기하와 얼굴들'의 < mono >는 10년동안의 내공을 담은 마지막 앨범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마지막 공연인 <마무리:별일 없이 산다>를 펼칠 예정이다.

▲ '장기하와 얼굴들' 아름다운 마무리 '징기하와 얼굴들'은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마지막 공연인 <마무리:별일 없이 산다>를 펼칠 예정이다. ⓒ 이정민


  

'장기하와 얼굴들' 정점일때 해체하기로! '장기하와 얼굴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마지막 앨범 < mono >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장기하, 정중엽, 이종민, 전일준, 이민기, 하세가와 요헤이로 구성된 '장기하와 얼굴들'의 < mono >는 10년동안의 내공을 담은 마지막 앨범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마지막 공연인 <마무리:별일 없이 산다>를 펼칠 예정이다.

▲ '장기하와 얼굴들' 정점일때 해체하기로!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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