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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0일 서울 오륜동 올림픽파크텔에서는 명성교회가 속한 동남노회 정기노회가 열렸다. 이날 정기노회는 명성교회 쪽의 집단행동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지난 달 30일 서울 오륜동 올림픽파크텔에서는 명성교회가 속한 동남노회 정기노회가 열렸다. 이날 정기노회는 명성교회 쪽의 집단행동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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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남노회가 명성노회입니까?" 

명성교회가 속한 서울 동남노회 정기노회에서 한 목회자가 명성교회 쪽을 향해 던진 물음이다. 지난 달 30일 서울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파크텔에서는 동남노회 정기노회가 열렸다. 

이번 정기노회는 여러모로 관심이 쏠릴 수밖엔 없었다. 먼저 이번 노회는 예장통합 교단 총회 이후 처음 열리는 정기노회였다. 

여기서 잠깐 앞선 과정을 살펴보자. 예장통합은 지난 달 13일 전북 익산 신광교회에서 열린 제103회 총회에서 명성교회 세습을 재심하기로 결정했다. 바로 전날엔 명성교회 세습을 적법하다고 판단한 총회재판국 국원 전원을 교체하기로 했다. 사실상 교단이 명성교회 세습에 제동을 건 셈이다. 

이에 앞서 총회재판국은 지난 3월 '서울동남노회 정상회를 위한 비상대책 위원회'(아래 동남노회 비대위, 위원장 김수원 목사)가 제기한 선거무효 소송을 인용했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동남노회 비대위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승계가 유력했다. 김 목사는 동남노회 헌의위원장을 맡았던 지난 해 10월 명성교회가 낸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 서류를 반려한 바 있다. 

참고로 장로교단의 경우 신임 목회자의 임명은 노회의 권한이다. 명성교회로서는 총회 및 총회재판국의 결정에 따라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승계가 불편할 수밖엔 없다. 노회 안팎에서는 이번 정기노회에서 명성교회 쪽이 실력행사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일기도 했다. 

정기노회 당일,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정기노회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사회자 자격을 둘러싸고 노회원들이 입장차를 드러내면서 불상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정기노회 사회자로 고아무개 목사가 나섰는데, 동남노회 비대위를 주축으로 한 노회원들이 고 목사의 사회권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체를 요구했다. 고 목사가 전 회기 노회장으로서 총회 및 총회재판국 결의를 부정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게 이유였다. 특히 동남노회 비대위 쪽은 고 목사가 사회를 맡으면 총회 결의를 따르는 측과 반대 측이 갈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달 30일 서울 오륜동 올림픽파크텔에서는 명성교회가 속한 동남노회 정기노회가 열렸다. 이날 정기노회는 명성교회 쪽의 집단행동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지난 달 30일 서울 오륜동 올림픽파크텔에서는 명성교회가 속한 동남노회 정기노회가 열렸다. 이날 정기노회는 명성교회 쪽의 집단행동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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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중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명성교회 쪽 장로이 "노회를 분립하자는 말이냐"며 반발하고 나섰고, 이때부터 고성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특히 명성교회 쪽은 총회결의가 불법이라며 집단행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공공연히 노회분립을 흘렸다. 명성교회 쪽 A 장로는 노회 분립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혼란의 와중에 동남노회는 신임 노회장으로 김수원 목사를 임명했다. 동남노회 새 지도부는 신임 지도부 구성 과정이 적법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회 분립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동남노회 쪽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노회분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아래는 동남노회 쪽이 밝힌 입장이다.
"먼저 법리적으로는 분립인 경우, 당회 (조직교회) 최소 60처의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서울동남노회는 현재 당회(조직교회) 수가 41처(제103회 총회보고서)여서 분립이 불가능하다. 노회 분립결정은 당회나 몇 사람의 뜻이 맞는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또 노회분립은 정기노회에서 해야 하고 총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게다가 노회의 청원시 목사, 장로의 재석회원 각 3분의 2의 결의로 해야 하는데 이 문제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총회법과 결의를 따르는 노회이어야 하는데 현 상황은 총회의 결의를 따르지 않는 자들의 노회분립은 명분도 없는 분립안이다. 따라서 이를 노회나 총회가 허락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인다."

한편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의 세습 철회여부에 대해선 "제103회 총회가 재심하기로 결정했기에 재판결과를 지켜볼 방침"이라고 전했다. 

교단을 흔들어도 괜찮은가?

사태를 종합하면 명성교회 쪽은 자신들의 이해, 즉 세습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회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명성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교단은 헌법과 총회 결의를 존중하는 전통이 있다. 그런데 예장통합 교단은 헌법으로 세습 금지를 규정해 놓았다. 또 명성교회 세습으로 논란이 일자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총회가 세습에 제동을 걸었다. 

그럼에도 명성교회는 총회 헌법이나 총회 결의쯤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세습에 부정적인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승계를 막으려 집단행동마저 불사했다. 지금은 공공연히 노회 분립 가능성마저 흘린다.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의도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명성교회가 전국에 160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소유한 사실이 MBC 'PD수첩' 취재로 드러났다.
 명성교회가 전국에 160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소유한 사실이 MBC "PD수첩" 취재로 드러났다.
ⓒ PD수첩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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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는 규모가 큰 장로교회다. 800억 원에 이르는 비자금과 1600억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한 부자교회이기도 하다(이 같은 사실은 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PD수첩' 취재로 드러났다). 따라서 명성교회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한국교회 전반은 물론 한국사회에도 큰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명성교회로서도 책임의식을 느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제까지 명성교회가 보인 행태는 정반대였다. 김삼환 원로목사는 지난 달 13일 교회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공격적인 메시지를 선포했다.
"마귀는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한다. 아들만 죽이느냐, 아니에요. 우리 식구 다 죽이고 장로님, 우리 교회 전체를 다 없애버리려고 하는 거에요."

"더 이상 맞을 수 없도록 맞은 거예요. 우리는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돼, 잊으면 안 돼요."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설교가 지침이 됐을까? 명성교회는 노회-총회로 이어지는 교단의 공적 의사결정쯤은 간단히 무시하고 있다. 한편 비자금 의혹을 취재하는 공영방송 취재진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 같은 행태는 정기노회장에서도 똑같이 되풀이됐다. 
 
명성교회는 세계 최대 규모 장로교회로서 사회적 책임이 적지 않다. 그러나 명성교회는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명성교회는 세계 최대 규모 장로교회로서 사회적 책임이 적지 않다. 그러나 명성교회는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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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가 세계 최대 장로교회일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명성교회는 소속 노회는 물론 교단, 더 나아가 한국교회 전체까지 뒤흔들고 있다. 

명성교회가 하루 속히 오만과 교만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태그:#명성교회, #동남노회, #예장통합, #김삼환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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