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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우리 동네가 스페인 마드리드처럼 될 수 없는 이유

지난 번 시민이 결재하자는 글에 반응이 괜찮았다. 많은 분들이 공유하고, 의견을 보내주었다. 시민이 결재하면 시장은 무슨 일을 할까? 좋은 시장, 좋은 의원을 뽑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어지는가? 정당과 정치인의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댓글과 토론이 이어졌다. 지난 번 글에 이어 이번 글도 상상과 토론을 확장하는 불쏘시개로 써보려 한다.

플랫폼 정부 등으로 논의되는 새로운 정부 형태를 그냥 '시민정부'라고 부르고 싶다. 지금까지는 시민이 선출한 공무원과 채용직 공무원들이 정보와 결정권을 독점하고 있어서 관료 정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정부와 여러 지역 정부에서 온라인 정책 플랫폼을 계획하거나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할 정책 의제를 시민들이 제안하고, 일부지만 시민이 결정하는 영역이 생겼다. 그리고 정부가 독점하던 정보들도 점차 개방되고 있다.

시민정부는 정보 공개, 시민이 결정하는 정책과 예산, 시민들이 함께 해결하는 사회 문제 등이 계속 확장되면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일단 국가 안보와 개인 정보 보호에 문제가 없는 모든 정보를 시민 누구나 볼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전자결재 시스템과 연계해 공무원들이 계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일의 전 과정을 시민 누구나 투명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시민 몰래 이해관계자들과 공무원이 결탁해 진행하는 일이 사라지고, 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다.

두 번째는 시민이 결정하는 정책 의제와 예산규모를 키워야 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시민들의 숙의 토론과 의사 결정투표를 쉽게 만들고 있다. 여러 지역 정부가 시민이 정책과 예산을 결정하는 온라인 민주주의 플랫폼을 만들고 있고 대한민국 정부도 이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법적으로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지는 못하다. 몇 개 지역 정부가 조례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세 번째는 시민들이 함께 해결하는 사회문제가 늘어나야 한다. 최근 사회혁신으로 불리는 운동은 시민 주도 사회문제 해결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초연결사회가 되면서 많은 사회문제가 지구화, 지역화되었다고 말한다.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늘어나고, 시민들의 욕구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 관료 정부의 방식으로는 이제 대응 자체도 불가능해졌다. 시민 참여, 협치, 협업이라는 말이 급속하게 퍼져가는 이유다. 공동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공공영역이라 부른다면, 이제 공공영역의 조직 구성과 노동방식도 바꿔가야 한다. 정부 조직과 운영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시민사회의 공공성을 넓히고, 시민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시민정부를 운영하게 되면 시장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이 좋을까? 시 의회와 정당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선거 때마다 머슴,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하고, 당선되면 바로 얼굴을 바꾸는 시장을 생각하면 큰 변화겠지만, 진짜 심부름꾼을 생각한다면 딱 맞는 시절이 될 것이다.

선의든 악의든 자기 생각대로 도시를 주물러보고 싶은 정치인은 힘들겠지만, 시민들에게 묻고 늘 의논해서 결정할 정치인들에게는 딱 맞는 정부가 되지 않을까. 도시의 공공영역에 더 많은 일이 진행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일하게 될 것인데, 시장과 공무원들의 창의적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또한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고 시민사회의 공공성이 넓어지려면 시민들의 다양한 결사체가 늘어나야 한다. 정당 또한 모양을 바꿔가면서 진화할 것이라 생각한다.
 

태그:#시민이 결재하자, #시민정부, #플랫폼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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