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청용이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리그 소속의 VFL 보훔에 둥지를 튼 이청용은 꾸준히 리그 경기에 나서는 중이다. 총 5경기에 모습을 드러냈고 최근 3경기는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단 7경기(선발 1경기, 경기당 18분 출장)를 뛴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리그의 수준이 다소 낮아지기는 했지만,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리그에서 다시 뛸 수 있다는 점 자체가 긍정적이다.

경기 내용도 나쁘지 않다. 측면과 중앙을 오가면서 보훔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이청용 특유의 가벼운 몸동작과 간결한 볼 터치가 인상적이었다. 빠르게 컨디션을 되찾고 있는 이청용이다.

전쟁터가 된 벤투호의 2선 공격수 경쟁
 
연습하는 이청용 온두라스와 평가전을 앞둔 축구 국가대표팀 이청용이 27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몸을 풀고 있다. 2018.5.27

▲ 연습하는 이청용 온두라스와 평가전을 앞둔 축구 국가대표팀 이청용이 지난 5월 27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몸을 풀고 있다. ⓒ 연합뉴스


이청용의 재도약은 한국 축구에 희소식이다.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파울로 벤투는 베테랑의 가치를 인정하는 지도자다. 최근 네 차례의 평가전을 통해 팀의 중심축이 되는 베테랑에게 전술적으로 큰 힘을 실어줬다.

현역 선수 중에 내로라하는 경험을 가진 이청용이다. 벤투 감독이 마다할리가 없다. 부활의 시기도 적절하다. 다음 달 예정되어 있는 A매치 평가전 두 경기에 손흥민이 나서지 않을 예정이다. 2선 공격수 자리에 한 자리 공백이 생긴만큼 큰 부담 없이 이청용을 차출해 그의 능력을 점검할 수 있다.

이청용의 가세로 벤투호 주전 2선 라인에 들기 위한 경쟁은 '전쟁터'가 됐다. 현재 벤투호에는 우수한 2선 자원이 즐비하다. '에이스' 손흥민부터 지난 시즌 K리그1 MVP 이재성, 함부르크 SV의 황희찬의 위치가 확고하다. 벤투호 황태자 자리를 노리는 남태희와 꾸준히 선택을 받은 문선민도 있다. 심지어 구자철은 아직 부상으로 체크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선수는 많지만 활용할 수 있는 2선 자원은 한정적이다. 벤투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2선 자원을 세 명 기용하는데 그 중 한 자리는 손흥민이 '고정픽'이다. 결국 나머지 두 자리를 두고 여러 선수들이 경쟁하는 형국이다.

가장 앞서 있는 선수는 이재성과 황희찬이다. 부상 등의 이유가 없으면 벤투 감독은 두 선수를 선발로 기용했다. 남태희도 긍정적이다. 경기력에 기복이 있기는 했지만, 벤투 감독이 계속해서 기회를 부여했다. 문선민의 경우 교체 카드로 나서 역량을 보여줬다.

한편 이승우는 위기다. 9·10월 A매치 소집 명단에 전부 포함됐지만 코스타리카전에서 단 7분간 그라운드를 밟는 것에 그쳤다. 소속팀 헬라스 베로나에서도 뛰지 못하고 있다. 현재 흐름이라면 11월 A매치에 차출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K리그의 2선 자원들도 마지막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특히 울산 현대 선수들의 기세가 무섭다. '총알 탄 사나이' 김인성과 올 시즌 K리그1 신인왕을 노리는 한승규가 벤투호 승선을 노리고 있다.

'손흥민 공백' 대비가 필요한 벤투호... 2선 공격수들에게 기회

벤투 감독은 내년 1월 열리는 2019 AFC 아시안컵을 정조준하고 있다. 파격적인 실험보다는 짧은 기간 내에 자신의 철학을 이식하고 조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때문에 새로운 도전자들이 기존 자원들을 넘어 주전 자리를 꿰차는 일은 쉽지 않다.

변수는 있다. 바로 손흥민의 결장이다. 지난 여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의 요구로 인해 11월 A매치 및 아시안컵 본선 조별리그 1·2차전을 뛸 수 없다. 벤투호는 손흥민 없이 본선 2경기를 치러내야 한다.

물론 조별리그 1·2차전 상대인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은 손흥민을 제외하고도 넘을 수 있는 약체다. 그럼에도 방심은 금물이다. 여기서 실족하면 16강 이후 행보가 불투명해진다. 진지한 자세로 손흥민의 대체자와 수정된 공격 전략을 찾을 필요가 있다.

2선 공격수들에게는 기회다. 손흥민의 공백은 변수가 아닌 상수다. 손흥민이 없을 때 자신이 손흥민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음을 증명하면 앞으로 변함없이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굳이 손흥민의 플레이를 비슷하게 대신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실력을 뽐낸다면 예상치 못한 기회가 올 수도 있다.

손흥민의 컨디션 난조 및 부상이란 최악의 악재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 여름부터 강행군을 소화한 손흥민은 체력이 바닥난 상태다. 자연스럽게 경기력이 떨어져 토트넘에서 출장 기회가 줄고 있다. 적당한 휴식은 손흥민 체력 회복에 긍정적이지만, 출전 시간의 저하는 컨디션 하락으로 귀결될 수 있다. 현 상황은 손흥민이 정상적인 몸상태로 아시안컵에 참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보다 미리 준비하는 편이 훨씬 낫다. 결국 아시안컵 주전 멤버로를 노리는 2선 공격수에게 11월은 절호의 찬스가 될 전망이다.  

이청용의 등장으로 굳어지던 베스트 라인업에 새로운 가능성이 생겼다. 다가올 11월에 벤투 감독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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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 벤투호 11월 A매치 2선 공격수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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