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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 임은동 왕산공원에 있는 왕산 허위 선생의 동상.
 경북 구미시 임은동 왕산공원에 있는 왕산 허위 선생의 동상.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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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의병에서부터 일제 말기까지 5대 항일가문 중 하나인 '왕산' 허위 선생의 추모식이 지난 21일 오후 경북 구미시 임은동 왕산허위선생기념관 옆 묘소에서 열렸다. 이번 허위 선생 추모식은 선생이 돌아가신 지 110년 만에 구미시민들이 마련한 첫 추모제다.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준)가 준비한 추모식에는 허위 선생의 장손인 허경성(92) 선생을 비롯해 민족문제연구소 회원 등 6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선생을 추모했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추모식이 열리기 전 기념관을 찾아 허위 선생을 추모했다.

왕산 허위 선생은 구미가 낳은 위대한 항일 의병장이다. 1855년 경북 구미시 임은동에서 태어나 41세에 의병을 일으키고 항일운동을 멈추지 않다가, 일본군에 붙잡혀 1908년 9월 27일 서대문형무소에서 54세를 일기로 순국했다. 

허위 선생 가문은 10여 명이 항일투쟁에 참여해 안중근 가문, 석주 이상룡 가문, 우당 이회영 가문, 일송 김동삼 가문과 더불어 일제강점기 5대 항일가문으로 손꼽힌다. 허위 선생은 1962년 독립유공 최고의 훈장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에 추서됐다.

그동안 구미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추모제와 탄신제를 지냈지만 허위 선생의 추모제는 지내지 않았다. 왕산 선생의 추모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그동안 왕산 선생을 소홀히 대한 구미시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셨던 왕산 허위 선생의 110주년 추모식이 경북 구미시 임은동 왕산 선생의 묘소에서 열렸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셨던 왕산 허위 선생의 110주년 추모식이 경북 구미시 임은동 왕산 선생의 묘소에서 열렸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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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문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장은 "구미에서 오래 살았지만 올해 처음으로 왕산 선생 기념관에 올 정도로 왕산 선생이 구미 출신인 것을 몰랐다"며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도 있지만 이정표도 없어 찾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왕산 선생의 약력을 소개한 장호철 전 교사(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우리가 한 세기가 지난 오늘 모여 추도식을 거행하고자 한 이유는 우리의 아픈 근대사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아직도 식민지 역사를 청산하지 못해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장호철씨는 "일제시대 민족을 배신한 부역자들이 사죄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단죄의 시기는 놓쳤지만 역사를 바로잡고자 하는 노력은 멈출 수 없다. 현재를 바로잡지 못한 상태에서 미래로 갈 수는 없기 때문"이라며 역사바로세우기에 민문연 구미지회가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장기태 더불어민주당 구미을지역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구미지역의 굴곡진 정치사로 지역 독립운동가와 애국지사에 대한 국가적 현양 사업이 우리지역에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음에 안타까움을 넘어서 지역민으로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무릎 꿇어 고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장씨는 "굴절된 지역정치 논리와 사리사욕, '반신반인'이란 성역화 사업으로 그동안 선생의 추모제를 구미시나 지역유관단체에서도 열지 못했다"면서 "부끄러운 마음으로 오늘 선생님의 순국 110주년을 맞아 시민의 뜻으로 위대한 업적과 호국정신을 기린다"고 말했다.

허위 선생의 직계 종손인 허경성씨는 할아버지 묘소 앞에 술을 따른 뒤 큰절을 하고 인사를 올렸다. 허씨는 "감개무량하다"면서 "과거 이런 일이 없었는데 성대하게 준비해줘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허발 선생(허위 선생의 오촌조카)의 손자 허백 선생도 "지금까지 일본에게 재물과 목숨 빼앗긴 것만 생각했지 이렇게 좋은 자리가 만들어질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이렇게 살맛나는 때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기뻐했다.
  
왕산 허위 선생의 손자인 허경성(92)씨가 허위 선생 110주년 추모제에서 큰절을 올리고 있다.
 왕산 허위 선생의 손자인 허경성(92)씨가 허위 선생 110주년 추모제에서 큰절을 올리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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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였던 왕산 허위 선생이 돌아가신 지 110주년을 맞아 열린 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머리를 숙여 추모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였던 왕산 허위 선생이 돌아가신 지 110주년을 맞아 열린 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머리를 숙여 추모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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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구미시장이 바뀐 만큼 왕산 선생 기념사업이 더욱 활발해질 것을 기대했다. 장세용 구미시장도 이날 기념관에서 왕산 선생의 후손들이 해외에 흩어져 살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하면서 후손들을 구미시가 모실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서울시는 1966년 왕산 선생이 진격한 길을 따라 청량리에서 동대문까지 3.3km 구간을 왕산로로 제정하고 2003년 9월 호국인물로, 2004년 1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 경북 구미시는 2009년 9월 28일 왕산허위기념관을 개관하고 기념관에서 바라보이는 생가터에는 기념공원을 조성했다.

기념공원은 허경성씨가 대구에서 어렵게 중국집을 운영하며 번 돈으로 조부의 생가터를 매입해서 구미시에 기증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왕산 선생의 동상이 기념공원 뒤쪽에 세워지는 등 제대로 추모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태그:#왕산 허위, #추모식,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 #항일운동, #독립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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