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K리그1의 제왕은 전북 현대로 결정됐다. 스플릿 라운드 돌입 전에 전북의 우승이 확정되면서 상위권 경쟁은 다소 김이 빠졌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가 없다. 어쩌면 우승 경쟁보다 더 치열하고 간절한 '강등 전쟁'이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20일 오후 2시 전국 각지에서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33라운드 6경기가 일제히 진행됐다. 가장 관심을 끈 경기는 역시 상위 스플릿 마지막 티켓을 놓고 경쟁한 제주 유나이티드와 FC 서울의 경기, 강원FC와 울산 현대의 대결이었다.

승자는 제주였다. 서울을 홈에서 맞이한 제주는 후반 37분 터진 찌아구의 선제 결승골로 승점 3점을 챙겼다. 이 승리로 총 승점 44점을 획득한 제주는 같은 시간 울산에 0-2로 패한 강원(승점 39점)을 뒤로하고 상위 스플릿행을 확정했다.

자연스럽게 하위 스플릿에 떨어진 팀들도 모두 결정됐다. 이제 K리그1의 최대 관심사는 '강등 전쟁'이다. K리그1의 최하위 팀은 내년 시즌은 K리그2에서 보내야 한다. 11위 팀은 K리그2에서 플레이오프를 거치고 온 팀과 홈&어웨이 경기를 가진 후 강등 여부가 결정된다.

여유롭지만 방심은 금물인 강원과 대구

하위 스플릿 포함 팀 중에 현재 제일 높은 순위에 위치 중인 팀은 강원이다. 2년 연속 상위 스플릿 진출 실패는 아쉬운 결과지만 벌어 놓은 승점(39점)이 있어 강등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지난 7월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1' 강원 FC와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경기. 강원 제리치가 헤딩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1' 강원 FC와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경기. 강원 제리치가 헤딩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럼에도 방심은 금물이다. 팀의 주포이자 K리그1 득점 2위(23골) 제리치의 득점력이 최근 주춤하고 있다. 최근 8경기 중 단 1골만 기록한 제리치다. 제리치의 득점에 많은 것을 기댔던 강원이기에 답답한 상황이다. 이근호가 이적했고 정조국도 부진한 흐름이다. 안정적인 순위 확보를 위해서는 제리치의 부활이 필요한 강원이다.

'월드컵 스타' 조현우의 소속팀 대구FC도 2년 연속 K리그1 잔류에 가까워지고 있다. 33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 경기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챙기며 승점 39점으로 하위권 그룹과 승점 차이를 벌렸다.
 
동료들 격려하는 조현우 8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대구FC와 FC서울 경기에서 대구FC 조현우가 동료들을 격려하고 있다.

대구FC 조현우 ⓒ 연합뉴스


조현우가 건재하고 세징야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공격진이 탄탄한 대구다. 최근 흐름도 좋다. 전남전 포함 앞선 7경기에서 4승 1무 2패로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타 클럽에 비해 다소 빈약한 중원의 밀도는 걱정거리지만 특유의 끈기와 체력으로 버틸 전망이다.

'최용수 카드'도 실패한 서울, 꺼지지 않는 비상등

하위 스플릿행 자체가 뉴스거리인 FC서울은 33라운드 제주와 경기에서 0-1로 패하며 반전에 실패했다. 과거 서울의 영광을 이끌었던 최용수 감독을 급히 복귀시켰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서울은 제주전 패배로 무려 10경기째 무승의 늪에 빠진 상황이다. 지난 몇 년 간 서울이 이런 부진에 빠진 경험이 있나 싶을 정도로 서울 입장에서는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고통의 연속이다. 강력한 득점력으로 리그를 호령했던 기억이 무색할 정도의 빈공(K리그1 최소 득점)으로 반등에 실패 중이다. 
 
FC서울, 상주와 2-2 비기며 8경기 무승 지난 9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2018 K리그1(클래식) FC서울과 상주 상무 프로축구단의 경기. 2-2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자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 FC서울, 상주와 2-2 비기며 8경기 무승 지난 9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2018 K리그1(클래식) FC서울과 상주 상무 프로축구단의 경기. 2-2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자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가장 큰 문제는 딱히 반등 포인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용수 감독 선임으로 극적인 반격을 노렸지만, 적어도 제주전만 보면 최용수 감독도 특별한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쓰리백 라인을 들고 나온 것이 인상적이었을 뿐 크게 효과적이지 않았다.

그래도 믿을 구석은 역시 최용수 감독이다. 후반 막판 실점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그 전까지는 비교적 효율적으로 제주의 공격을 막아낸 서울이었다. 실점 상황도 수비수 김남춘 개인의 치명적 실수로 발생했다. 최용수 감독 전술 특성상 안정적인 수비가 선결과제인데 일단 시작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서울 선수들의 적극성 증대도 플러스 요인이다. 최용수 감독 부임으로 기대했던 부분이다. 선수단 관리에 일가견이 있는 최용수 감독답게 제주전에서 서울 선수들의 투쟁심을 이끌어냈다. 마지막 혈투를 앞둔 서울에게는 중요한 자산이다.

물론 시끄럽게 울리고 있는 비상등은 여전하다. 예상대로 제주전에서 서울의 외국인 공격수들은 침묵했다. 교체 투입된 박희성도 무기력했다. 공격 템포는 느렸고 측면 공격은 꽉 막혀 있었다. 해결책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클럽 역사상 최악의 위기에 내몰려있는 서울이다.

계속된 경쟁 상주·전남·인천,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

현 시점에서 강등과 가장 가까이 있는 클럽은 10위 상주 상무(승점 33점), 11위 전남(32점), 12위 인천 유나이티드(30점)이다. 세 구단은 대구가 반등을 이뤄낸 후로 순위 테이블 맨 아래에서 치열한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세 팀 중 순위상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팀은 상주지만 불안감 또한 가장 크다. 상주의 주축을 이뤘던 홍철, 김호남, 유상훈 등이 9월을 기점으로 전역을 명받아 팀을 떠났다.

언제나 그랬듯이 전역자들이 생기는 시점을 전후로 팀이 강하게 흔들리고 있다. 남은 자원 중 윤빛가람, 심동운, 신창무 등은 공격력은 기대 포인트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조직력 문제는 유효하다. 추격자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은 부분도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전남은 11위에서 오랜 기간 희망 고문을 겪고 있다. 원하는 순위 상승에는 번번이 실패했지만 멀어보였던 중위권과 간극을 좁혀놨다. 최근 7경기 성적이 3승 1무 3패로 준수하다. 당장 9위 서울과 승점 격차가 단 3점에 불과하다. 언제나 순위 역전을 가시권 안에 두고 있다.

전남의 김인완 감독 대행의 지휘 아래 전남은 수비 불안을 일정 부분 해소했다. 여기에 기복이 크지만 마쎄도가 번뜩임을 보여주고 있다. 허용준, 한찬희, 이유현 등 젊은 자원들의 재기 넘치는 플레이도 긍정적이다. 다만 올 시즌 전남의 강팀에게 강하고 약팀에게 약한 '도깨비 팀' 기질이 하위 스플릿 일정에서 어떤 식으로 발현될지가 변수다.

올해도 강등 위협을 받고 있는 인천도 전남과 마찬가지로 같은 순위를 장기간 유지 중이다. 그래도 '생존왕'이라는 별명답게 강등권 탈출을 위해 거칠게 저항하고 있다. 최근 7경기에서 2승 3무 2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가파른 상승세는 아니지만 꾸준히 승점을 챙기며 마지막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놨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문선민.

인천 유나이티드의 문선민. ⓒ 한국프로축구연맹/연합뉴스


인천의 최대 장점은 화려한 공격진이다. 최하위라는 순위가 믿기지 않는 공격진을 보유하고 있다. 문선민, 무고사, 아길라르가 엮어내는 공격 패턴은 리그 최강 전북도 두려워할 정도다. 하지만 후방은 문제다. 올 시즌 총 64실점을 기록한 인천은 단연 K리그1 최다 실점 팀이다. 불안한 수비 탓에 뛰어난 공격력에도 인천의 승리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인천은 매번 강등권에서 생존했던 경험이 있다. 어떤 방식으로 나머지 경기를 소화해야 할지 알고 있다. 인천도 연승만 챙기면 순식간에 강등권 탈출이 가능하다. 다른 경쟁자들이 인천을 꼴찌임에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이제 역대급 강등 경쟁이 시작됐다. 리그 최종일에 누가 웃고 누가 울게 될지 K리그 팬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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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하위스플릿 강등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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