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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 주최로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2세미나실에서 열렸지만, 토론회에 항의 방문한 유치원 관계자 300여명의 등장으로 '난장판'이 됐다.
 5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 주최로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2세미나실에서 열렸지만, 토론회에 항의 방문한 유치원 관계자 300여명의 등장으로 "난장판"이 됐다.
ⓒ 곽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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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을 탄압하자는 게 아니고 근본 대책을 마련하고자 이 토론회를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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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출신 시민감사단 임원이래요. 국회서 쫓겨나고 어디서 말하고 다니는 거야."
"시민감사단 누구를 위한 감사였나!"
"빨리 나오세요, 빨리. 소리 질러요 소리!"


비리 유치원 사태의 시발점인 지난 5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 '유치원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 좌장을 맡은 최순영 경기도교육청 대표 시민감사관의 개회사는 단상까지 난입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등 사립유치원장 및 그 관계자들의 비명 속에 묻혔다. 최 감사관은 17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의정활동을 해온 정치인이기도 하다.

이날 토론회에서 준비한 발표 자료의 제목은 '감사로 본 사립유치원 회계 부정'이었다. 반발 인파가 우산을 펴거나 두 손을 가로지르며 화면을 가린 탓에 결국 이날은 공개되지 못했지만, 그 후폭풍은 국민적 분노와 함께 교육부의 오는 25일 비리 유치원 실명 공개 방침과 처벌 대책 강화로 이어졌다.

최 감사관은 1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교육부의 결정을 두고 "그간의 책임 방기 끝에 늦게라도 공개하는 것은 아주 잘하는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안도는 아니었다. 최 감사관은 감사만으로 유치원 비리를 제거하겠다는 생각은 '밑 빠진 독에 물 붇기'와 같다고 우려했다.

'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법인 유치원에 한한 지원'을 통해 유아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그는 "자본주의에서는 돈 있는 사람이 주인이라지만, 교육은 다르다. 철학으로 해야 한다"라면서 "공공성이 적용되는 곳은 지원할 때도 원칙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부 유치원의 정치 유착 의혹도 함께 도마에 올렸다. 지원금으로 특정 정치인을 후원한 영수증을 발견하고 경고를 전달한 경험도 함께 전했다. 교육기관이 아닌 이익집단으로서, 정치권의 사립유치원 문제 해결 의지를 꺾는 행동은 근절돼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아래는 최 감사관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당연하디 당연한, 부모들의 알 권리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과들과 출입기자 간담회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과들과 출입기자 간담회
ⓒ 안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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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가 오는 25일 전국 시·도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2013년~2017년 감사를 통해 적발된 비리 유치원 1878곳을 공개할 예정이다.
"지금이라도 그렇게 방침을 세운 것은 정말 다행이다. 중요한 사실은 교육부가 (지금까지) 유아들을 위해 교육 예산을 지원했다는 사실이다. 누리 과정은 '무상 보육의 첫 걸음'이라고 홍보했다. 행복한 세상을 누리라는 것이 목적인 지원이다. 그렇게 지원했으면, 교육에 썼는지 안 썼는지 지도 관리 감독 했어야 한다. 이 사태까지 오게 된 것은 교육부의 책임 방기 때문이었다."

- 그 때문에 만시지탄이라는 아쉬움도 많다.
"
그렇다. 부모들은 정부 지원의 목적이 '이런 것이었구나'라는 것을 알 권리가 있다. 유치원들이 그 돈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도 알 권리가 있다. 박용진 의원의 자료 요청으로 결국 뒤늦게 터진 것이다. 교육부가 책임 방기 끝에 늦게라도 공개하는 것은 아주 잘하고 있는 것이다."

- 상반기 종합감사 계획도 나왔다. 비리신고 유치원, 대규모 유치원, 고액 학부모 부담금 수령 유치원 등이 대상이다.
"감사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감사로 그 많은 유치원을 어떻게 다 감사하고 잡겠나. 제도 개선과 관리 감독이 함께 가야 한다. 일단 (사립유치원에 대한) 재무회계 규칙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나서 에듀파인(정부감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규칙을 상세히 세우지 않으면 헛일이다. 모 유치원을 보니 원아 600명에 조리사 14명을 썼더라. 그렇게 썼다는데 어쩔 수 있나? (규칙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본 기준은 이미 나와 있다. 아이 당 조리사 몇 명, 영양사 몇 명... 급식 기준도 마찬가지다. 몇 그램은 꼭 줘야 한다든지. 이러한 기준을 적용한 재무 회계 규칙이 새로 나와야 한다."

- 사립유치원에 주는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해 '용도 외 사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시장논리를 강조하는 일부 사립유치원 측의 반발도 거센데. 어떤 방향으로 해소돼야 한다고 보나.
"(사립유치원은) 사적 사유라고 하지 않나. 그러나 정부에서 지원할 때는 명확하게 '교육에 쓰라'고 해야 한다. 나는 무작위 지원도 반대다. 예를 들어, 시민단체는 보조금을 받을 때 '더러워서 안 쓴다'라고 할 정도로 까다로운 회계 절차를 거친다. 결산할 때도 10원짜리까지 영수증이 필요하고 1원이 남아도 반납해야 한다. 시민단체라고 해서 다 주는 것도 아니다. 지원의 기준이 있다.

사립유치원도 공공의 영역이다. 교육 문제다. 유아 교육 얼마나 중요한가.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했다. 영어 교육 시킨다고 다 되는 게 아니지 않나. 같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공동체 교육이 시작돼야 하는 시기다. 그런 교육을 시켜야 하는데 돈벌이로만 돈 받는다? 안 될 말이다."

- 대안이 있나.
"'법인 사립유치원만 지원한다'라고 하면 된다. 그럼 다 법인화하지 않겠나. '너네 법인화 해라!'가 아니라. 지원도 원칙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사립유치원 허가가 아주 간단하다. 교육부가 (유치원이) 잘하는지, 못하는지도 관심이 없다. 사립학교도 법인이어야 하지 않나. 국가는 공공성을 가진 곳만 지원하라는 것이다. 업자처럼 교육을 팔아 돈만 벌겠다는 데까지 막 주지 말라는 것이다. 그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비리신고센터도 운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당장 변화가 있을까.
"잠시 주춤은 하겠지. 감사 들어온다고 하니 급식 주문이 밀려들어온다고 하지 않나. 신경은 쓸 거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근본 대책은 제도 개선으로 해야 한다."

- 시민감사관을 지내며 교육청과의 호흡도 중요했을 것 같다. 
"그래도 경기도 교육청이 정말 큰일 했다. 시덥지 않은 일부 도의원들이 자료 요청을 해가며 (사립유치원 방어를 위해) 난리치고. 국회의원 동원해 전화하고... 그래도 교육청이 초기에 잘 대처한 것 같다. 전국 교육청이 이번 일을 모델로 했으면 좋겠다."

- 한유총은 이번 '사태의 주역'으로 시민감사관을 지목하기도 했다. 시민감사관제의 보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데.
"전문가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전문가가 아니라도 괜찮다. 조금만 교육 받으면 된다. 한글과 더하기 빼기만 알면 된다. 중요한 것은 교육 철학이다. 철저하게 교육을 위한 의무로 하겠다는 생각만 있으면 된다. 그러면 영수증만 봐도 안다. 이건 누가 봐도 문제구나, 하고. 학부모도 다 하실 수 있다. 몇 가지만 알려주면 된다."

"시민감사관은 학부모 대리자... 부모가 싸워야 한다"

- 17대 국회의원 당시에도 교육위에 있었다.
"그 당시에도 보육 분야를 문제 삼았더니 사무실에 전화가 빗발쳤다. 당시 힘들었던 것은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였다. 정말 (지금과) 똑같다. 며느리를 대학 총장으로 앉힌다거나, 연구비를 착복했는데 교수들이 연구할 능력이 없다거나. 그때 '밤길 조심하라'는 말도 들었다. 지금도 날 보고 (주변에서) '조심해, 조심해'라고 전화가 온다."

- 한유총은 박용진 의원에 대한 법적대응도 예고한 상태다.
"법이라는 게 참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더 힘 있게 나와야 한다. 여론은 어쩔 수 없거든. 시의원 때 부천시 담배 자판기 철거운동을 해봐서 잘 안다. 청소년에게는 담배를 팔 수 없으니 담배 자판기는 문제였다. 또 상법을 보면 장사는 누구나 자유로이 할 수가 있게 돼 있고. 법이 이렇게 상치될 때가 있다. 학부모들이 일어나서 조례를 했더니, 상인들이 헌법재판소에 제소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계속 운동을 이어갔고, 결국 (법이) 손을 들어줬다. 그래서 전국의 담배 자판기가 사라졌다."

- 지난 1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원장이 지원금으로 정치인을 후원한 영수증을 남긴 것을 봤다고 했다.
"그걸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아는 사람인데, 그게 나오더라고. 원장한테 그랬다. '이런 건 개인 돈으로 하십시오'라고."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긴급 기자회견 직전 회의에서 '사립유치원이 가야할 길'을 발표하고 있다. '입법부'를 대상으로 한 활동의 경우 '정당후원'과 '입법청원'을 강조했다.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긴급 기자회견 직전 회의에서 "사립유치원이 가야할 길"을 발표하고 있다. "입법부"를 대상으로 한 활동의 경우 "정당후원"과 "입법청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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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6일 긴급기자회견 직전 진행한 회의에서 '사립유치원이 가야할 길'을 주제로 한 대목 중 '정당 후원'을 권장하는 내용이 있더라.
"이제 완전히 대놓고 한다. 자본주의에서 돈 있는 사람이 주인이라는 건데. 사유 재산을 지키겠다는 걸 어떻게 하겠나. 그래도 국가에서 교육은 철학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니 공공성이 있는 곳은 지원을 할 때도 원칙이 있어야 한다. 원칙 없이 달라고 한다고 뚝 잘라 줘선 안 된다. 원칙과 철학을 공론화해서 지원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 사립유치원 문제도 마찬가지겠다. 시민감사관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
"내가 한 것은 아니다. 그들을 대변해 함께 운동했을 뿐이다. (사립유치원 문제도) 학부모를 대리하는 것이지. 나는 지금 학부모도 아니다. 학부모들이 잘 모르는 게 있으면 대변하는 것이다. 아는 만큼. 뭐든지 당사자들이 싸우는 거다."

- 가장 가까이 이 문제에 다가갔던 시민감사관으로서,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준비 중인 교육부에 한마디 제언을 던진다면.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말길 바란다. 지금까지 잘못한 것은 반성하고, 지금이라도 근본적인 대책과 제도를 실현해야 한다. 꼭... 그래야 우리나라 교육에 희망이 있다. 유아 교육은 정말 중요하다. 국가가 책임지길 바란다."

태그:#사립유치원, #박용진, #유치원, #교육부, #비리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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