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열린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의 승리가 원동력이 된 것도 있었겠지만 전반 30분까지 축구대표팀이 파나마를 상대로 보여준 경기내용은 만족스러웠다. 이때까지 2-0으로 앞서던 대표팀은 대량득점의 가능성도 보여줬지만 수비에서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쳤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6일 오후 8시 천안 종합 운동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파나마와의 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번 평가전 2연전에서도 1승 1무를 기록한 축구대표팀은 벤투 감독 부임 이후 4경기에서 2승 2무의 무패행진을 이어갔지만 첫 멀티 실점 기록했고 이전보다 떨어진 경기력 등 아쉬움을 남겼던 파나마전이었다.
 
황인범 추가골! 16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파나마의 경기. 황인범이 두번째 골을 성공하고 나서 환호하고 있다.

▲ 황인범 추가골! 16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파나마의 경기. 황인범이 두번째 골을 성공하고 나서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격전개 좋았지만 수비 집중력과 체력 저하 아쉬워

지난 우루과이전과 비교해 선발라인업에서 4명의 변화를 준 대표팀의 전반 30분까지 분위기는 좋았다. 박주호와 황인범의 골이 터지면서 2-0으로 앞서 나갔는데 무엇보다 박주호와 황인범은 A매치 첫 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잘게 잘게 썰어가는 듯한 패스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공격전개는 원활히 진행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기성용의 발에서 시작되는 중장거리 패스를 통한 공격전개 역시 돋보였다. 특히 공격전개에서 기성용의 활약이 상당히 돋보인 경기였다. 기성용은 이날 경기를 중계한 SBS 중계진의 표현대로 사비 알론소와 스티븐 제라드를 섞어놓은 듯한 패스플레이로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줬다.

하지만 수비 집중력이 아쉬움을 남겼다. 2-0으로 앞서던 전반 막판 세트피스 상황에서 만회골을 허용한 대표팀은 후반 초반 위험지역에서의 패스미스로 어이없게 동점골을 헌납하며 2골차로 앞서던 경기가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말었다.

특히 실점을 내준 시간이 전반 막판과 후반 초반으로 선수들의 집중력을 요하는 시간에 실점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실점의 리스크는 상당히 컸다. 지난 우루과이전 이후 2번째로 치르는 경기였던 만큼 체력적인 문제가 후반 중반을 넘어서면서 돋보였다. 공격에서의 수비로의 전환과정이 더디면서 상대의 역습에 위험한 상황이 노출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가운데 경기 막판 수비진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자칫하면 역전골까지 허용할 뻔하는 등 대표팀의 후반전 경기내용은 아쉬움을 남겼다.

파나마전에서 내준 실점 상황은 아시안 컵을 준비하는 벤투호에겐 큰 수업료를 낸 장면이었다. 아시안 컵 특히 단판승부로 치러지는 토너먼트에선 이러한 실점은 결과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실점이다. 실제로 파나마전에서도 이런 실점 장면 후 경기흐름이 파나마쪽으로 넘어가는 양상으로 경기가 진행되었다. 아시안컵 토너먼트에서 이와 같은 실점을 허용한다면 경기흐름은 물론이거니와 결과까지도 상대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을 파나마전을 통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깨달아야 할 장면이다.

손흥민 또다시 이어진 골 침묵
 
방향 전환 16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파나마의 경기. 손흥민이 방향전환으로 수비수를 따돌리고 있다.

▲ 방향 전환 16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파나마의 경기. 손흥민이 방향전환으로 수비수를 따돌리고 있다. ⓒ 연합뉴스


손흥민의 득점 침묵이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A매치에선 지난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이후, 모든 경기 통틀어서는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키르기스스탄전 이후 2달 가까이 공식경기에서 골을 기록하지 못한 손흥민이다.

벤투 감독 부임이후 주장완장을 차며 이전보다 더 대표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손흥민은 사실 그동안 득점을 터뜨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코스타리카와 우루과이전에서 페널티킥으로 득점을 터뜨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손흥민은 이 두 차례 득점기회에서 모두 실축하며 오히려 손흥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며 '앞으로 페널티킥을 차지 않으려 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진 파나마와의 경기. 이 경기는 손흥민이 아시안컵 이전에 대표팀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이기에 손흥민의 입장에선 반드시 골이 필요했던 경기였다. 전반전에는 석현준, 황희찬, 남태희 등과 펼치는 공격전개를 통해 대표팀 공격의 활로를 여는 등 공격쪽에서의 활약은 좋았다. 또한 전반 30분에는 황인범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오랜만에 대표팀에서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대표팀의 집중력 저하와 후방 빌드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데다 체력적인 한계가 다다르자 손흥민의 영향력도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경기가 종반부로 진행되어가는 상황에선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는지 슈팅은 무리하게 힘이 들어가면서 골대를 외면했다.

결국 풀타임 활약한 손흥민은 득점을 터뜨리지 못한 채 어시스트 1개를 기록하는걸로 만족해야 했다. 최근 플레이의 변화에다가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는 상황에서 좀처럼 터지지 않는 득점이 손흥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제 소속팀으로 복귀하면 또다시 첨예한 주전경쟁이 기다리고 있는데 손흥민의 득점이 소속팀에선 터질지 관심이 모인다. 손흥민의 기나긴 골 침묵은 대표팀뿐 아니라 소속팀 토트넘 핫스퍼에게도 분명 마이너스인 건 확실하다.

A매치 4경기 연속 매진, 팬들의 관심 이어간 건 큰 수확

이번 A매치에서의 키워드는 '최초'다. 지난 12일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선 A매치 '최초'로 우루과이를 상대로 2-1의 승리를 거두며 1무 6패로 이어진 우루과이전 7경기 무승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어진 파나마와의 평가전에선 박주호와 황인범이 선수 개인적으론 '최초'로 A매치 골을 터뜨린 나름 특별한 경기였다.
 
첫 골 넣은 박주호 16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파나마의 경기. 박주호가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첫 골 넣은 박주호 16일 오후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파나마의 경기. 박주호가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리고 파나마전은 또하나의 '최초' 의 기록을 세웠는데 바로 A매치 4경기 연속 매진이다. 첫 기록은 지난 2006년 세네갈-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치른 A매치 2경기 연속 매진이었는데 이는 지난달 코스타리카-칠레전에서 타이기록을 이뤘었다.

이어 지난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선 64170명의 관중이 들어서며 3경기 연속 매진을 이뤘던 한국축구는 파나마전에서도 25000여 명의 관중이 모두 경기장에 들어섰다. 이를 통해 4경기 연속 매진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축구대표팀은 월드컵 독일전부터 시작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거쳐 벤투 감독 부임 이후 무패행진을 내달리고 있다. 성적을 비롯해 경기력에서 팬들의 신뢰를 회복한 기운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비록 파나마전은 2-0으로 앞서다가 무승부를 내주며 전체적인 경기내용은 이전 3경기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팬들은 끝까지 대표팀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이며 한국축구를 향한 팬들의 신뢰와 관심을 보여줬다.

여기에 지난 우루과이전과 이번 파나마전에선 아산 무궁화 축구단의 일방적인 해체에 반대하는 서명운동과 걸개를 펼쳐내며 일방적인 해체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최근 한국축구의 높아진 관심속에 축구관련 종사자와 경찰청이 서로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야 할 필요성을 알린 퍼포먼스였다. 바라기는 이렇게 한국축구와 K리그를 위해 외치는 팬들의 목소리가 결코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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