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준PO 진출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KIA를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넥센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기뻐하고 있다. 2018.10.16

▲ 넥센, 준PO 진출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KIA를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넥센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기뻐하고 있다. 2018.10.16 ⓒ 연합뉴스

 
이번에도 5위 팀의 반란은 없었다. 넥센 히어로즈가 시리즈를 단 한 경기 만에 마무리했다. 넥센은 16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KIA 타이거즈를 10-6으로 제압했다.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 이후 줄곧 4위 팀이 준플레이오프로 향했는데, 올 시즌 4위 넥센도 준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따냈다.

경기 초반 양현종과 브리검 두 선발 투수의 팽팽한 투수전 양상이 전개됐으나 경기 중반부터 급격하게 분위기가 달라졌다. 포문을 먼저 연 것은 KIA였지만, 곧바로 추격에 나선 넥센이 승부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7회초 다시 한 번 균형이 맞춰졌으나 7회말 빅이닝을 만든 넥센 타자들이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다. KIA는 임창용, 팻딘, 윤석민 등 선발과 필승조 자원을 모두 쏟아붓고도 승리를 내주면서 2016년에 이어 또 한 번 준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5회말과 7회말, 단 두 번의 공격 기회를 제대로 살린 넥센

KIA는 버나디나(중견수)-나지완(지명타자)-최형우(좌익수)-안치홍(2루수)-김주찬(1루수)-최원준(우익수)-이범호(3루수)-김민식(포수)-김선빈(유격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고, 넥센은 이정후(좌익수)-서건창(지명타자)-샌즈(우익수)-박병호(1루수)-김하성(유격수)-김민성(3루수)-임병욱(중견수)-김혜성(2루수)-김재현(포수)로 경기에 임했다. KIA의 경우 나지완을 2번에 배치한 것, 넥센은 김혜성을 주전 2루수로 기용한 점이 눈에 띄었다.

선취점은 KIA의 몫이었다. 선두타자 김민식이 볼넷으로 걸어나갔고, 김선빈이 번트를 시도하다가 투구에 오른쪽 새끼손가락 끝부분을 맞았다. 버나디나의 희생번트, 나지완의 삼진 이후 2사 2, 3루의 상황이 전개됐고 최형우가 좌전 안타를 뽑아내며 두 명의 주자를 모두 불러들였다. 브리검의 투구수가 늘어나면서 투구수가 어느덧 80개에 도달했고, 1차전 승리가 간절한 KIA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공격이었다.

그러나 넥센은 5회말에 대거 5득점을 뽑아냈다. 선두 타자 임병욱의 안타를 시작으로 포수 김민식의 타격 방해, 김재현의 내야 안타로 무사 만루의 찬스를 마련했고 이정후의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 임병욱이 홈을 밟았다. 뒤이어 서건창의 땅볼 상황에서는 유격수 황윤호의 송구 실책으로 3루 주자 김혜성이 득점했다. 투수가 임창용으로 바뀐 이후 샌즈의 2타점 적시타, 김하성의 1타점 적시타가 터지면서 5-2로 달아났다.

KIA는 6회초 이범호의 투런포로 한 점 차까지 쫓아갔고, 7회초에는 나지완의 1타점 적시타로 5-5 동점을 만들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승부의 추가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았지만, 7회말 두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선두 타자 이정후의 안타, 서건창의 2루타로 다시 리드를 잡은 넥센은 바뀐 투수 김윤동으로부터 샌즈가 투런포를 쏘아올리며 스코어는 8-5가 됐다. 임병욱의 1타점 3루타까지 나오면서 4점 차로 달아난 넥센은 KIA의 야수진과 마운드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8회초 이범호의 솔로포로 추격의 불씨를 당겨보려고 했던 KIA이지만 넥센은 8회말 박병호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보탰다. 결국 9회초 마무리로 등판한 김상수가 마침표를 찍었다. 치열한 5위 경쟁을 벌인 KIA로선 가을야구 무대를 밟는 데에만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중반 이후 수비에서 균열이 생기더니 김기태 감독이 믿고 내보낸 투수들마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다득점으로도 이길 수 없는 경기였다.

수비에서 판가름 난 승부... 디펜딩 챔피언의 가을은 짧았다
  
실책으로 무너진 KIA KIA 포수 김민식 등이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넥센과 경기 5회말 무사 만루 위기 상황에서 넥센 이정후의 파울 뜬 공을 놓치고 있다. 2018.10.16

▲ 실책으로 무너진 KIA KIA 포수 김민식 등이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넥센과 경기 5회말 무사 만루 위기 상황에서 넥센 이정후의 파울 뜬 공을 놓치고 있다. 2018.10.16 ⓒ 연합뉴스

 
처음 빅이닝이 나온 5회말, KIA의 야수진은 양현종을 돕지 못했다. 선두타자 임병욱이 안타로 살아나갔고 무사 1루에서 김혜성이 5구째를 타격했는데, 이때 포수 김민식의 타격 방해가 선언됐다. 이어진 무사 1, 2루에서는 김재현의 유격수 땅볼 때 1루수 김주찬이 타자 주자를 잡지 못했고, 결국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장면이 됐다. 이정후의 1타점 희생플라이가 나오는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희생플라이가 나오기 이전, 이정후가 3구째 타격한 타구가 인필드 플라이가 선언됐음에도 포수 김민식, 3루수 이범호의 미스로 포구에 실패했고, 땅에 떨어지고 나서 파울 라인 밖에서 잡힌 타구는 인필드 플라이가 아닌 파울로 선언됐다.

뿐만 아니라 1사 2, 3루에서 서건창의 유격수 땅볼 때 유격수 황윤호의 송구 실책이 동점으로 이어졌다. 부상으로 빠진 김선빈을 대신해 교체 출전한 황윤호는 김선빈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결국 KIA 선발 양현종이 마운드에서 내려갔고, KIA의 마운드 운영이 꼬이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올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임창용이 올라왔음에도 효과적인 투구를 하지 못한 채 0.2이닝을 소화하는 데에 그쳤다. 전진 수비 시프트를 뚫은 샌즈의 2타점 2루타 역시 유격수 황윤호가 타구를 아웃카운트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이미 한 차례 수비로 흔들렸고, 그 여파는 경기 후반에도 이어졌다. 특히 7회말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김하성의 좌중간 방면 안타 때 좌익수 최형우의 안일한 수비로 2루타를 허용한 장면이 뼈아팠다. 결국 2루타로 출루에 성공한 김하성은 임병욱의 3루타 때 홈을 밟았고, KIA의 추격 의지를 뿌리쳤다. 열흘 이상 쉬고 나온 에이스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멘탈이 와르르 무너진 야수진의 난조에 '디펜딩 챔피언'의 가을은 막을 내리게 됐다.

그에 비해 넥센은 수비에서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내야에서는 김민성, 김하성이 까다로운 땅볼 타구를 잡아내는가 하면, 7회초에는 최형우의 장타성 타구를 좌익수 이정후가 슬라이딩 캐치로 낚아채면서 분위기를 넥센 쪽으로 다시 가져왔다. 1루 주자 나지완이 귀루도 못하고 2루에서 태그 아웃됐다. 공-수 모두 잘 풀린 넥센은 최고의 경기력으로 1승을 거뒀고,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도 문제 없이 치를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한편, 쐐기 투런포를 터뜨린 샌즈는 데일리 MVP의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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