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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다. 공공기관에 근무한 그는 '두 명'의 갑질 공무원을 경험했다.
 
'한 사람은 "여자가 나대면 안 되니 조용히 살라"고 협박했다. 심지어는 다른 직원들 앞에서 "황산을 뿌리겠다"고까지 했다. 본인 아들의 영어숙제를 시켰으며 해외 출장 때 고급 양주 구입을 요구했다. 또 다른 사람은 "조폭들과 잘 알고 지냈는데 여차하면 쑤시고 다녔으니 조심하라"고 말했다. 그가 한 직원을 발로 차며 심한 욕을 해 그 직원은 결국 퇴사했다. '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에 제보 된 내용이다. 직장 갑질 피해 사례를 접수 받고 있는 '직장갑질 119'는 14일 공공기관에서 벌어진 갑질의 천태만상을 공개했다.
 
갑질 하는 갑을 위해 정성을 쏟아 일을 할 수 있을까?
▲ 갑질 갑질 하는 갑을 위해 정성을 쏟아 일을 할 수 있을까?
ⓒ pixabay(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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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 119'는 지난해 11월 1일부터 지난 9월 30일까지 들어온 제보 중 신원이 확인되는 메일 제보를 분석했다.

그 결과, 141건의 공공기관(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공무를 수행하는 관공서, 공기업, 준정부기관, 민간위탁 기관) 갑질 제보가 추려졌다. 이 가운데 비정규직에 대한 갑질은 65%(91건)로 정규직에 비해(32건, 22.86%) 3배 많음이 확인됐다.

고용형태로 세분화해보면 계약직이 30%로 가장 높았는데, 이에 대해 '직장갑질 119'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즉,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 제외 등을 빌미로 한 갑질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근무 중 직속상사가 '재계약을 해줄까 말까', '티오를 한 명 줄여야 하는데 oo씨 자를까?'라고 갑질 횡포를 부린 것에 대해 부장님께  비참한 생각이 드니 시정해 주십사 정중히 요청을 드린 바 있다. 하지만 부장님은 내 이야기를 직속상사에게 그대로 전달했고 다음날 직속상사에게 불려가서 '앞으로 원칙대로 해주겠다'라는 말을 듣게 됐다. 그리고 정규직 전환 심사에서 나는 사업소 기간제 근로자 중 유일한 탈락자가 됐다.'

'직장갑질 119'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 브랜드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추진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업무가 상시지속적인지 평가하는 게 아니라 평가자 마음에 드는지를 평가하는 '사람평가'가 이뤄졌다는 제보가 적지 않다"라며 "정규직 전환에 대한 재심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21살 어린 상사에게 '나잇값 하라' 욕 듣고... 억울하고 분합니다"

제보자 중에는 21살이 어린 상사에게 갑질을 당한 이도 있다. 55세인 제보자는 34세의 상사에게 갑질을 당했다.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수술한 사정을 얘기했음에도 "손이 부러졌냐, 끊어졌냐" 등의 폭언에 시달려야 했다.

제보자는 "내가 옆에 있는데도 들으라는 식으로 '나이를 먹었으면 나잇값을 하셔야지' 등 흉을 봤다"라며 "기관 내에서 집단으로 왕따를 시키고 격리 고립시켜 놓은 상태"라고 제보했다. 제보자는 "몸무게가 4kg이상 빠지고 우울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병가 중에도 억울하고 분해 울며 지내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다음은 또 다른 사례다.
 
'상급자와 함께 해외 출장을 갔을 때 상사는 국빈이 묵는 숙소에 묵고 외부 약속도 없이 업무추진비로 일식당에서만 식사를 했다. 출장 후 노사협의회에서  문제가 불거졌고, 이 내용이 상사에게 보고돼 상사는 "너희는 잘해줘도 모른다, 요즘 시청광장에서 시위하는 개·돼지와 무엇이 다르냐"며 격노했다. 그 뒤로 상사는  '애 엄마라 책임감 없음' 등의 인격모독과 함께 업무에 트집을 잡아 경위서를 쓰게 했다.'

'물고기를 잡아오라'는 갑질을 당했다는 제보도 있다. 발전소에 일하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야간근무를 하다 물고기를 잡아 정규직에게 바쳐야 한다고 토로하고 있다.
 
'회사 설비 중 냉각수로 물을 받아 쓰레기를 걸러주는 장치가 있다. 쓰레기 뿐 아니라 물고기도 걸리는데, 교대 근무 중에 물고기를 잡아달라는 지시가 많다. 특히 오전 5시, 6시 새벽 시간에 잡아달라고 한다. 너무 분하고 억울하다.'

성희롱도 비일비재했다. 제보에 따르면, 한 공사 사장은 직원 전체 워크숍에서 입에서 입으로 술을 주는 '마우스 투 마우스 러브샷'을 했다. 한 직원이 술을 몰래 뱉자 또 다시 러브샷을 반복했다.

해당 공사 간부는 신입여직원을 불러 성희롱과 성추행을 했다. 이를 본 다른 직원이 노동조합에 신고하자 간부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고 사건은 무마됐다. 간부는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고 성폭력 피해자만 추가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제보자는 전했다.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민간단체에 위임해 운영하는 각종 육아종합지원센터, 보육시설 등의 갑질 사례 또한 빈번하게 제보됐다.

아동 보육시설에 근무하는 한 제보자는 "시설장이 아동에게 써야 할 카드를 갖고 다니며 개인지출을 한다"라며 "시설장 흉을 본 아동은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데려 가기도 하며 말을 듣지 않으면 정신병원에 보낸다고 협박을 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국공립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한 선생님은 "원장님이 주말에 원에서 생활을 하고, 어린이집 운영비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금액이 너무 많아 영아들에게 제대로 된 교재교구가 없다"라며 "하지만 한 번도 구청 감사에서 걸린 적이 없다, 직원들 월급도 일부러 페이백(지급 후 현금으로 돌려받음)으로 받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직장갑질 119'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시설장이 채용비리, 부당해고, 불법지시 등 온갖 갑질을 저지르고 있었다"라며 "긴급 실태조사를 벌여 해당 기관장 교체 등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 "공공기관에서 들어온 제보는 폭언, 성폭력, 사적업무 지시 등 갑질의 내용이 민간기업과 다르지 않다, 갑질 백화점 수준"이라며 "범정부차원에서 갑질 근절 대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현장 갑질이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제보들에 대해 특별 조사를 벌여 일벌백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보자를 철저하게 보호하고, 가해자가 보복성 불이익을 줬을 경우 해임 등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라고 못 박았다.

태그:#직장갑질, #공공기관, #직장갑질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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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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