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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수정당이 승리한 유일한 지역, 강남구

6.13 제7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보수진영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창당 이후 최악의 패배를 마주했다. 부산, 울산, 경남 등 보수정당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던 지역에서도 패배했다.

무엇보다 보수정당에 대해 압도적인 지지를 보이던 서울 강남구에서도 보수정당은 구청장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에게 내줬다. 그러나 서울 강남구의 선거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보수정당은 강남구에서 패배하지 않았다.

6.13지방선거에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광역의원비례대표 선거에서 개혁-진보정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의 지지율 합산보다 보수정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의 지지율 합산이 더 높은 자치구는 강남구가 유일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 갈무리
▲ 2017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 자치구별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 갈무리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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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변수가 통제된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 서울 지역구 중 유일하게 보수정당이 승리한 지역이 강남구였던 것이다. 이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만이 보수정당 구청장을 배출했기에 보지 못했던 결과다. 직전 구청장의 잦은 구설수 속에서도 강남구가 보수정당을 지지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2. 계급투표

이에 대한 정치학적 견해로는 계급투표 논의가 존재한다. 립셋-로칸으로 대표되는 계급투표 논의는, 사회에 존재해 있던 균열(cleavage)가 정당 대결 구도의 근간을 이룬다는 이론이다. 그리고 다양한 균열구조 중 산업사회 속에서는 계급균열이 가장 주효한 정당 균열 구조로 작용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현대 산업사회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결 구도가 정당 대결구도로 이어진다는 것이 이들의 계급균열 이론이다.

지난 선거 결과들에서 강남 3구의 지속적인 보수정당 지지는 이에 대한 한국적 적용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인 실례 역시 존재한다. 한국의 고소득 임금근로자가 집중돼 있는 울산의 경우 진보정당이 강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17대 총선에서 20대 총선까지 정당명부 비례대표 선거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7~20대 총선에서의 서울 강남구와 울산 북구 정당명부비례대표 선거 결과
▲ 서울 강남구와 울산 북구 정당명부비례대표 선거 결과 17~20대 총선에서의 서울 강남구와 울산 북구 정당명부비례대표 선거 결과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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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서는 보편적인 현상으로 생각되는 계급투표 결과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고소득 임금 노동자 밀집 지역으로 볼 수 있는 울산 북구에서는 진보정당의 뚜렷한 강세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아니라 1위만이 선출되는 단순다수대표제로 운영되는 국회의원(지역구) 선거나 구청장 선거에서도 울산 북구는 몇 안되는 진보정당 승리 지역이기도 했다. 

요약하자면, 보수정당의 압도적 패배가 나타난 7회 지선에서도 서울 강남구는 보수정당 지지세가 높았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계급투표 경향이 나타났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지역별 평균 임금과 같은 통계를 보았을 때 고소득 임금노동자가 집중돼 있다고 추론할 수 있는 울산 북구의 경우, 진보정당 강세 현상이 나타난다. 기존의 계급투표 논의와 반대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3. 부동산 계급투표

고소득 임금근로자가 많다면 보수정당 지지율이 높아야 한다. 그런데 과연 이런 결과는 어떻게 해석이 가능할까. 손낙구(2008, 2010) 이후 유권자의 재산, 그중에서도 부동산에 집중하여 계급투표를 설명하려는 논의들이 나타났다.

 
부동산 계급투표 논의의 불을 붙인 저서 '대한민국 정치사회 지도' 손낙구, 2010, 후마니타스
▲ "대한민국 정치사회 지도" 손낙구, 2010, 후마니타스 부동산 계급투표 논의의 불을 붙인 저서 "대한민국 정치사회 지도" 손낙구, 2010, 후마니타스
ⓒ 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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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계급 논의는 생산수단을 보유한 자 혹은 고소득자를 상층 계급으로 봤던 기존 계급논의에 '부동산'이라는 한국적 특성을 더한 논의다. 쉽게 말해서 부동산을 가진 사람을 상층계급으로 분류하는 논의가 부동산 계급논의인 것이다.

1960년대 서울 개발 이후 부동산이 한국의 부(富)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크다는 지점을 생각하면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또한 부동산 가격을 어떻게든 잡으려는 개혁-진보 진영과, 어떻게 해서든 부동산 경기를 활황으로 만드려는 보수정당 간의 끝없는 대결 역시 부동산 계급에 기반한 계급투표 논의를 입증한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와 울산 북구의 임금과 부동산에 관해 비교할 수 있는 지표는 세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울 강남구와 울산 북구 인구 및 지방세 비교
▲ 인구 및 지방세 비교 서울 강남구와 울산 북구 인구 및 지방세 비교
ⓒ 국세청, 서울 강남구청, 울산 북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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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에 해당하는 세금으로 볼 수 있는 지방소득세의 경우, 서울 강남구가 울산 북구에 여섯 배에 달한다. 이 역시 대단한 격차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격차는 부동산에 해당하는 세금으로 간주 할 수 있는 취득세에서 발견된다. 서울 강남구가 울산 북구에 10배를 넘는 수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단순 면적을 비교해 보면 울산 북구가 서울 강남의 약 4배에 달하는데, 부동산에 해당하는 세금으로 볼 수 있는 취득세는 10분의 1밖에 안 되는 것이다.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을 앞둔 13일 오후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을 앞둔 13일 오후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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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켜야만' 하는 부동산, 그리고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  

울산 북구에서의 진보정당 강세 현상은 물론 노조의 존재와 활동에 기반한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노조의 활동을 통해 노조원들이 조직적으로 진보정당에 투표를 하는 방식 역시 매우 중요한 득표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 주목하는 지점은 '부동산이 갖는 성격'이다.

임금은 큰 문제가 없는 한 지속적으로 내게 지급되는 금전적 결과물이다. 이는 노동력 재생산을 위해 사용되고, 일부는 저축된다. 말 그대로 임금은 '사용'해야 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부동산의 경우 한 번 취득하면 그 이후 추가적으로 개체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일회적으로 획득한 후 부동산의 가치를 관리해야 하는, 즉 '지켜야만' 하는 가치가 부동산인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에서 부동산은 가치를 지키는 것을 넘어 임금으로 벌어들일 수 없는 가치를 창출하는 하나의 자본이다. 마르크스의 전통적 계급개념으로 설명하자면 한국에서 부동산은 하나의 생산수단인 것이다.

한 마디로 월급과 소득은 앞으로도 있을 수익이지만, 자산은 취득 후부터는 향후에 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지켜야만' 하는 소유물인 것이다. 

이로 인해 부동산 소유자들은 자신에 자산에 큰 변동이 없도록 사회를 유지시키는 보수정당을 지지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에서는 부동산 가격을 올려준 보수정당에 투표를 한다고 가정해볼 수 있다. 

반면, 임금노동자는 가치를 유지하거나 제고시켜야 할 부동산 자본이 없기에 보다 자신의 이념이나 정체성에 기반한 투표를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차이가 울산 북구의 진보정당 지지와 서울 강남구의 보수정당 지지라는 차이를 만들었다고 가정해볼 수 있다.
 
주거약자들의 주거권 보장 요구하는 주거시민단체들
 주거약자들의 주거권 보장 요구하는 주거시민단체들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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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한 계급도 존재한다. 특히나 현재의 2030 세대는 부동산을 향후 보유할 수 있는 확률이 그 어떠한 세대보다도 작은 세대다. 최근 개혁-진보정당의 경우 이들을 위한 주거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한국형 계급투표, 즉 부동산 계급투표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순간이 지금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참고문헌]
손낙구, 2008, 부동산 계급사회, 후마니타스
손낙구, 2010, 대한민국 정치 사회 지도: 수도권편, 후마니타스

태그:#계급투표, #부동산계급, #보수정당, #진보정당, #주거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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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사회복지학 학사 졸업. 사회학 석사 졸업. 사회학 박사 수료. 현직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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