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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장진호 전투 영웅 추모행사에서 장진호 전투 참전용사인 제임스 우드(오른쪽)와 로버트 팰로우 등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 가을하늘 아래 장진호 전투 영웅 추모 10일 오후 서울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장진호 전투 영웅 추모행사에서 장진호 전투 참전용사인 제임스 우드(오른쪽)와 로버트 팰로우 등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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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장진호 전투'의 인연은 깊다.

지난 1950년 11월 함경남도 개마고원 장진호까지 북진했던 미 해병 제1사단 등 1만 3000여 명이 중공군 제9병단 예하 7개 사단 12만 명에 맞서 11월 27일부터 12월 11일까지 전투를 치렀다. 미군은 중공군의 강력한 포위망을 뚫고 함흥지역으로 철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미 제1해병사단을 비롯한 유엔군은 사상자 1만 7000여 명의 피해를 입었다. 이런 피해 때문에 당시 미국 언론들은 장진호 전투를 진주만 피습 이후 미국이 겪은 최악의 전투로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10만여 명의 피란민을 무사하게 피란시킨 '흥남철수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의 부친은 당시 흥남철수작전을 수행했던 메러디스 빅토리호(7600t 급 상선)에 타고 있었다. 부친은 같은 해 성탄절인 12월 25일 거제도에 도착했고, 그로부터 2년 뒤(1953년 1월 24일)에 문 대통령이 태어났다. 장진호 전투와 흥남철수작전이 문 대통령에게 각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2017년 취임한 직후 문 대통령이 첫 정상외교로 선택한 곳이 미국이었다. 문 대통령은 6월 28일(미국 현지시각)부터 미국을 방문했고, 미국 방문 첫 일정이 워싱턴의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하는 일이었다.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은 "2년 후, 저는 빅토리호가 내려준 거제도에서 태어났다"라며 "장진호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평화로운 한반도에 다시 모시겠다"

문 대통령은 10일 오후 1시 30분부터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제3회 장진호 전투영웅 추모행사에 추도사를 보냈다.

이날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대독한 추도사에서 문 대통령은 "장진호 용사들은 68년 전,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희생했다"라며 "숭고한 희생을 통해 살아남은 사람들은 용사들이 남긴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한순간도 잊지 않고 있다"라고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오늘, 영웅들의 영전에 '이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가 다가오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며 다시 한번 깊이 추모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워싱턴의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했던 일을 언급하면서 "한미동맹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확인했다, 피로 맺어진 양국 국민들 간의 깊은 인연과 우정이 평화를 향한 동행으로 이어졌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과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졌고, 지난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전쟁 없는 한반도의 시작을 알리게 되었다"라며 "이제 조만간 열리게 될 2차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고 영원한 평화를 선언하게 된다면 장진호 전투의 희생이 얼마나 가치 있는 희생이었는지 전 세계에 보여주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를 위한 한미동맹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라며 "누구보다 평화의 소중함을 잘 알고 계신 전투영웅, 참전용사, 유가족들께서 함께 해주시길 기대한다, 여러분의 건강을 기원하며, 평화로운 한반도에 다시 모실 것이다"라고 약속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추도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장진호 전투영웅과 참전용사 여러분, 유가족 여러분,

우리는 오늘 장진호 전투의 영웅들을 기리고자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장진호 용사들은 68년 전,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희생했습니다. 숭고한 희생을 통해 살아남은 사람들은 용사들이 남긴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한순간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영웅들의 영전에 "이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가 다가오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며 다시 한번 깊이 추모합니다. 또한 이 자리에 함께 해 주신 장진호 전투영웅 제임스 우드(James Wood), 로버트 펠로우(Robert Pellow) 두 분 노병께 경의를 표하며, 참전 용사 김재생, 이종연, 유영봉, 이용택 님께도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장진호 전투는 위대한 승리였고 수많은 피난민을 살려낸 인류애의 현장이었습니다. 고립된 가운데 열 배에 달하는 적군과 치열한 전투를 치르면서, 10만여 피난민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함께했던 용기 있는 행군. 그것이 위대한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한반도 평화의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작년 6월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워싱턴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헌화했습니다. 옴스테드 장군님을 비롯한 참전용사, 가족들과 함께 장진호 전투의 의미를 되새겼고, 한미동맹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확인했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감사였음에도 미국 국민과 미 해병 전우들이 보여준 뜨거운 호응을 잊을 수 없습니다.

피로 맺어진 양국 국민들 간의 깊은 인연과 우정이 평화를 향한 동행으로 이어졌습니다. 남북정상회담과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졌고, 지난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전쟁 없는 한반도의 시작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이제 조만간 열리게 될 2차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고 영원한 평화를 선언하게 된다면 장진호 전투의 희생이 얼마나 가치 있는 희생이었는지 전 세계에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장진호 전투와 참전용사들의 헌신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워싱턴의 한국전쟁기념공원 안에 추모의 벽을 건립하여 전몰장병 한 분 한 분의 업적을 기리고자 합니다. 극한의 추위 속에서 수많은 전투를 이겨낸 용사들의 투혼을 미국과 한국의 전후 세대들에게 자부심으로 남길 것입니다. 아직도 장진호 주변에 쓸쓸히 묻혀있을 용사들도 마지막 한 분까지 찾아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평화를 위한 한미동맹의 여정은 계속될 것입니다. 누구보다 평화의 소중함을 잘 알고 계신 전투영웅, 참전용사, 유가족들께서 함께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여러분의 건강을 기원하며, 평화로운 한반도에 다시 모실 것을 약속합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10월 10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 재 인

태그:#문재인, #장진호 전투영웅 추모행사, #장진호 전투, #흥남철수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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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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