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결국 2018년 K리그1의 왕좌는 전북 현대가 차지했다.

전북 현대 모터스는 7일 오후 4시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32라운드 울산 현대와 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잔여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K리그1 우승을 확정지었다. 리그 경기가 6경기 남은 시점에서 2위 경남FC와 승점 차이가 19점까지 벌어지면서 전북의 조기 우승이 결정됐다.

시즌 시작 전부터 강력한 '1강'으로 꼽히던 전북은 올 시즌 내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6라운드 경남 원정길에서 처음으로 리그 테이블 최상단을 차지한 전북은 단 한 번도 수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끝에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번 우승으로 전북은 클럽 통산 리그 여섯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2009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열 시즌 동안 무려 6개의 리그 트로피를 쓸어 담는 괴력이다. 올 시즌이 클라이막스다. 스플릿 라운드 돌입도 전에 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사상 최초다. 역대급 리그 우승을 달성한 올 시즌 전북의 원동력을 되짚어본다.

알찬 이적시장

전북에게 리그 우승은 이제 '기본값'이다. 2009년 이후 리그 3위 아래로 떨어진 경험이 없을 정도로 리그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때문에 올 시즌 전북의 목표는 리그 우승을 넘어 '트레블(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우승)'이었다.

대업을 위해 전북은 알차게 겨울 이적 시장을 보냈다. 과거처럼 '폭풍영입'은 없었지만 기존의 약점을 메울 굵직한 영입 소식을 전해왔다. 언제나 그렇듯이 최강희 감독이 선택한 이적생들은 팀에 무리 없이 녹아들며 전북의 V6 달성에 일조했다.

먼저 전북 영입의 화룡점정이었던 아드리아노가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선발과 교체 투입을 오가며 리그 23경기를 소화한 아드리아노는 7골 2도움을 기록했다. 화려한 성적은 아니었지만 주어진 기회를 여지없이 살리며 자신의 득점력을 증명했다.

지난 시즌 K리그1 도움왕 손준호도 팀의 엔진 역할을 톡톡히했다. 포항 스틸러스 시절만큼 다이나믹한 공격 시도는 줄어들었지만 안정적인 볼 배급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에이스' 이재성이 독일 무대로 떠난 이후 이재성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맹활약으로 전북의 후반기 대질주를 이끌었다.

임대생 홍정호도 리그 우승에 힘을 보탰다. 잔부상으로 간혹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리그 22경기에 나서 주전 수비수로 기능했다. 홍정호는 올 봄에는 부상으로, 8월에는 아시안게임 참가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김민재의 공백을 확실히 메우기도 했다. 

이번 시즌 전북에서 프로 데뷔한 골키퍼 송범근에 활약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신인 송범근은 전북의 유일한 약점이라 평가되던 수문장 자리를 빈틈없이 틀어막았다. 특유의 안정적인 방어 능력으로 마지막 보루 역할을 확실히 해냈다. 팬들은 전북의 강력한 전력 덕에 송범근이 헤택을 본다고 그의 능력을 깎아내렸지만, 송범근의 부재시 전북이 흔들렸던 기억을 되돌아보면 송범근의 올 시즌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음이 증명된다.

한국의 '퍼거슨' 최강희의 리그 운영
 
  7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가 끝난 후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전북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18.10.7

7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가 끝난 후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전북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18.10.7 ⓒ 연합뉴스

 
최근 10년 간 전북이 쌓아 올린 업적을 최강희 감독 이름을 빼고 설명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전북의 성공 뒤에는 언제나 최강희 감독이 있었다. 그 공식은 올 시즌에도 유효했다.

사실 전북과 같이 우수한 선수들이 즐비한 팀들은 으레 출전 시간 문제로 불화를 겪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강희의 전북에게 그런 일을 없다. 최강희 감독은 수년간 축척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별 탈 없이 시즌을 운영했다.

최강희 감독은 김신욱, 아드리아노, 이동국, 로페즈, 티아고 등 어떤 구단에 가도 주전으로 모든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선수들을 조화롭게 활용했다. 투톱과 쓰리톱을 번갈아 사용해 공격의 다양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주전급 공격수들이 오랜 시간 벤치에 앉히는 일을 없앴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 않은 출전 시간 속에서 공격수들은 팀의 승리를 위해 헌신했다. 

최강희 감독의 '승부사 기질'도 역대급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전북은 2위 팀이 자신들이 자리를 위협하면 직접 그 상대를 무너뜨려 차이를 벌렸다. 전북은 리그 6라운드에서는 선두 경남을 4-0으로 대파해 1위 자리를 빼앗았고, 10라운드에서는 2위로 자신들을 맹추격하던 수원 삼성을 2-0으로 누르고 좌절감을 안겨줬다.

최강희 감독은 자신의 가진 이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리그 순위와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로테이션을 가동해 주축 선수들의 체력을 비축했다. 중요한 경기에 사용할 번칙 전술의 점검은 덤이었다. 그렇게 에너지를 모아둔 전북은 추격자들을 완벽하게 박살냈다. '승점 6점'짜리 경기는 대부분 전북이 원하는 결과로 귀결됐다.

베테랑들의 노련함과 헌신

송범근, 김민재로 대표되는 우수한 젊은 선수들과 손준호, 로페즈 등 전성기에 도달한 선수들의 활약은 이번 전북 우승의 큰 힘이었다. 물론 이 정도로 역대급 우승을 달성할 수는 없다. 전북에게는 베테랑들의 노련함과 헌신이 있었다.

전북은 항상 최상의 전력을 구축함과 동시에 베테랑들의 가치를 인정하는 클럽이다. 대표적인 선수가 이동국이다. 올해 한국 나이로 40세에 육박한 노장 이동국은 여전히 전북의 핵심 멤버로 뛰고 있다. 과거처럼 부동의 선발은 아니지만 꾸준한 교체 투입으로 힘을 발휘했다.

기록이 말해준다. 올 시즌 29경기(선발 9회)에 나선 이동국은 12골을 잡아냈다. 전북 선수 중 가장 골을 많이 넣은 선수가 이동국이다. 교체 선수로 이동국이 등장한다는 사실은 상대팀에게 공포였다.

오른쪽 풀백 이용의 활약도 눈부셨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시즌을 날렸던 이용은 이번 시즌에는 건강한 모습으로 맹활약했다. 노련한 경기 운영과 칼날 같은 크로스로 공수 양면에서 영향력을 보여줬다. 이용은 올 시즌 리그 27경기에서 8개의 도움을 쏟아냈다. 잔여 일정 결과에 따라 도움왕 등극도 노려볼 수 있는 수치다.

이용의 올 시즌 활약이 더욱 대단한 이유는 그의 체력 때문이다. 이용은 3월 A매치를 시작으로 월드컵을 거쳐 지난 9월 A매치까지 쉼없이 국가대표팀에서도 헌신했다. 체력 방전이 우려됐지만 이용은 언제나 전북의 오른쪽 측면을 책임졌다.

이용에게 자리를 내준 최철순의 헌신도 힘이 됐다. 본래 오른쪽 풀백인 최철순은 김진수와 박원재 부상으로 공백이 생긴 왼쪽 측면 수비 자리를 묵묵하게 채웠다. 부상이란 변수로 유일한 약점으로 작동할 공산이 컸던 왼쪽 측면은 최철순의 존재로 탈이 없었다. 어떤 포지션에서든 기본 이상을 해주는 최철순 덕에 전북의 수비는 안정성을 잃지 않았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간 전북의 2018년이다. 착실한 이적시장 행보와 최강희 가독의 용병술, 선수 개개인들의 활약이 합쳐진 역대급 우승이 완성됐다. 전북은 찬사받아 마땅한 2018년 K리그1의 황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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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우승 K리그1 역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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