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2018 시즌 우승을 알리는 한국프로축구연맹 홈페이지 첫 화면

전북의 2018 시즌 우승을 알리는 한국프로축구연맹 홈페이지 첫 화면 ⓒ 한국프로축구연맹


시작할 때는 박주호 선수의 예쁜 딸 나은이가 시축하며 활짝 웃었지만 끝날 때는 '대박이 아빠' 이동국이 활짝 웃었다. 축구장의 묘한 인연은 이렇게 아빠들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이어지게 한다. 라이언킹의 극장골 덕분에 전북은 다음 시즌부터 엠블럼 위에 여섯 번째 별을 새겨넣을 수 있게 됐다.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가 7일 오후 4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K리그 원 32라운드 울산 현대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종료 직전 얻은 페널티킥을 후반전 교체 선수 이동국이 정확하게 차 넣으며 2-2로 비겼다.

이로써 전북은 정규 라운드가 끝나기도 전에 74점(23승 5무 4패 65득점 26실점)이라는 놀라운 승점으로 남은 여섯 경기 결과와 상관 없이 구단 역사상 여섯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게 되었다. 

최강희 감독, 신의 한 수 또 적중

일요일 오후 문수월드컵경기장에 1만4228명의 많은 관중들이 몰려들었다.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전북의 우승이 일찌감치 확정될 수도 있는 경기이며 울산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력이 팬들의 심장을 뛰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반전은 양 팀 모두 조심스럽게 경기 운영을 펼치다보니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홈 팀 김도훈 감독이나 어웨이 팀 최강희 감독 모두 후반전에 펼칠 승부수를 숨기고 들어온 것이다.

거짓말처럼 후반전 교체 선수가 0의 균형을 깨뜨렸다. 전북의 최강희 감독이 53분에 들여보낸 로페즈가 단 40초 만에 첫 번째 터치를 기막힌 골로 연결한 것이라 더 놀라웠다. 풀백 이용이 방향을 바꿔 준 공을 몰고 들어간 로페즈가 울산 수비수 리차드와 임종은을 따돌리는 방향 전환 드리블 실력이 압권이었고 오른발 중거리슛은 베테랑 골키퍼 김용대도 꼼짝할 수 없는 왼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빨려들어갔다. 

멋진 선취골을 성공시킨 로페즈는 전북 서포터즈 앞으로 달려가 손가락으로 6을 표시하며 전북의 여섯 번째 리그 우승을 확신하고 있음을 자랑했다.

하지만 그곳은 호랑이굴이었다. 그로부터 5분 만에 더 아름다운 동점골이 반대쪽 골문 앞을 수놓았다. 축구에서 삼각 패스 또는 3자 패스가 얼마나 효율적인 공간 만들기 방법이며 상대 수비수들이 막기 힘든 공격 방법이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명장면이었다.

59분, 울산 미드필더 믹스-김인성-한승규로 이어진 삼각 패스가 전북 수비수들을 바보로 만든 것이다. 김인성의 감각적인 오른발 아웃사이드 논스톱 패스를 받은 한승규가 아무도 막아서지 않는 기회에서 오른발 슛을 정확하게 차 넣어 점수판을 1-1로 만들었다. 호랑이굴이 더욱 뜨거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7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가 끝난 후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전북 이동국이 환호하고 있다.

7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가 끝난 후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전북 이동국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울산의 박진감 넘치는 축구가 많은 관중들을 호랑이굴로 향하게 만든다는 것을 82분에도 보여주었다. 간판 골잡이 주니오가 위력적인 중거리슛을 날렸고 전북 골키퍼 송범근이 이 공을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가까스로 쳐냈다. 그 순간 공 주변으로 달려드는 선수는 온통 울산 선수들 뿐이었다. 전북 수비수들이 세컨 볼 상황에 약점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순간이기도 했다.

이 골의 주인공은 2014년 한 시즌간 전북에 몸담으며 11경기(0득점 0도움)밖에 뛰지 못한 김인성이었기에 더 뜻깊었다. 호랑이굴에서 전북의 우승 세리머니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울산 선수단의 뜻이기도 했기에 전전 소속팀 전북을 상대로 바로 이 중요한 경기에서 1득점 1도움의 기록을 남긴다는 것이 더 놀라운 일이었다. 

잠그라고 들여보낸 선수가 페널티킥을 내주다니...

그래도 전북은 일찌감치 우승을 확인하고 싶었다. 87분에 공격형 미드필더 이승기를 빼고 골잡이 아드리아노를 들여보낼 정도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2-1로 역전시킨 울산 벤치에서는 김도훈 감독의 지시 하에 골잡이 주니오를 빼고 센터백 강민수를 들여보냈다. 90분부터 추가 시간 3분이 흘러갈 때까지 뒷문을 잘 잠그라는 특별 지시였다. 

그런데 믿기 힘든 일이 울산 골문 바로 앞에서 벌어졌다. 바로 그 강민수가 추가 시간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하고 페널티킥 반칙을 저지른 것이다. 전북 미드필더 손준호가 공을 밀어놓고 빠져나가는 순간 다리를 잘못 뻗어 발을 걸어버린 것이다. 

이에 고형진 주심은 휘슬을 길게 불며 11미터 지점을 가리켰다. 변명의 여지 없는 페널티킥이었다. 그 자리에 공을 내려놓은 주인공은 라이언킹 이동국이었다. 멀리서 울산까지 달려온 전북 서포터즈 앞에서 시즌 우승을 확정하는 골을 터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었다. 

이동국의 침착한 오른발 인사이드 킥은 울산 골키퍼 김용대가 막을 수 없는 곳인 오른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갔다. 마침 이 골은 이동국이 지난 20년간 터뜨린 300번째 골이었기 때문에 그 기쁨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울산은 2시간 전에 제주 유나이티드에게 0-1로 발목을 잡힌 경남을 밀어내고 2위까지 올라갈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2-1 점수판을 지키라고 들여보낸 수비 전술이 어이없게도 실패로 끝났기에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 

전북은 이로써 2009년, 2011년, 2014년, 2015년, 2017년에 이어 K리그 원 2년 연속 우승이자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전북 현대의 공식 우승 세리머니는 오는 20일 오후 2시 전주성에서 열리는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33라운드 홈 경기에서 진행된다.

2018 K리그 원 32라운드 결과(7일 오후 4시, 문수월드컵경기장)

★ 울산 현대 2-2 전북 현대 [득점 : 한승규(59분,도움-김인성), 김인성(82분) / 로페즈(54분,도움-이용), 이동국(90+4분,PK)]

◎ 울산 선수들
FW : 주니오(90분↔강민수)
AMF : 한승규(70분↔황일수), 이근호, 김인성
DMF : 믹스, 박용우
DF : 박주호(90+3분↔이명재), 임종은, 리차드, 김태환
GK : 김용대

◎ 전북 선수들
FW : 김신욱(70분↔이동국)
AMF : 이승기(87분↔아드리아노), 임선영(53분↔로페즈), 한교원
DMF : 손준호, 홍정호
DF : 최철순, 최보경, 김민재, 이용
GK : 송범근
- 경고 : 최철순(63분), 손준호(90+1분)

◇ 경기 주요 기록 비교
유효 슛 : 울산 8개, 전북 4개
슛 : 울산 10개, 전북 7개
점유율 : 울산 65%, 전북 35%
코너킥 : 울산 8개, 전북 1개
프리킥 : 울산 17개, 전북 16개
오프사이드 : 울산 1개, 전북 0개
경고 : 울산 0장, 전북 2장(최철순, 손준호)

◇ 2018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74점 23승 5무 4패 65득점 26실점 +39 ****** 우승 확정!
2 경남 FC 55점 15승 10무 7패 52득점 38실점 +14
3 울산 현대 53점 14승 11무 7패 51득점 38실점 +13
4 포항 스틸러스 47점 13승 8무 11패 40득점 39실점 +1
5 수원 블루윙즈 46점 12승 10무 10패 46득점 42실점 +4 ***** 상위 스플릿 확정
6 제주 유나이티드 41점 10승 11무 11패 36득점 40실점 -4
7 강원 FC 39점 10승 9무 13패 51득점 53실점 -2
8 대구 FC 36점 10승 6무 16패 40득점 53실점 -13
9 FC 서울 35점 8승 11무 13패 35득점 41실점 -6
10 상주 상무 33점 8승 9무 15패 37득점 47실점 -10
11 전남 드래곤즈 32점 8승 8무 16패 38득점 57실점 -19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30점 6승 12무 14패 44득점 61실점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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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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