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분,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흰유니폼 27번)이 아길라르의 멋진 패스를 받아 대구 골키퍼 조현우의 키를 살짝 넘기는 로빙 슛으로 귀중한 선취골을 터뜨리는 순간

25분,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흰유니폼 27번)이 아길라르의 멋진 패스를 받아 대구 골키퍼 조현우의 키를 살짝 넘기는 로빙 슛으로 귀중한 선취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하루 전 아빠가 된 문선민의 책임감이 그라운드에도 짙게 새겨진 뜻 깊은 날이다. 더이상 물러설 곳 없는 인천 유나이티드를 위해 그는 누구보다 간절하게 뛰고 또 뛰었다. 현재 팀 사정에 진통이 길었기에 행복이(태명)를 만난 문선민의 마음은 더욱 감격스러웠을 것이다. 문선민에게 너무도 간절했던 그 순간의 감동을 바로 다음 날 팬들에게도 큰 선물로 안겨준 셈이다.

욘 안데르센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6일 오후 2시 대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K리그 원 32라운드 대구 FC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간판 골잡이 문선민과 무고사의 맹활약에 힘입어 2-1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강등권 탈출을 위한 가능성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행복이 아빠 '문선민'

다음 시즌 2부 리그(K리그2)로 미끄러질 가능성이 높은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는 최근 한 달간 승리의 기쁨을 누린 적 없다. 어웨이 경기를 기준으로 보면 승리 기록은 두 달도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할 정도다. 

그러니 인천 유나이티드의 이번 대구 어웨이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일정이었다. 벤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국가대표에 여전히 문선민이 뽑혔다고 기뻐할 일만은 아니었다. 

특히 문선민은 첫 아기를 만나기 위해 주중 팀 훈련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급하게 대구로 찾아왔다고 한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대구 FC 골키퍼 조현우와 오랜만에 만난 것도 주목할 일이었다.

문선민의 팀 동료 김진야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함께 목에 걸었기에 조현우가 골문을 버티고 있는 대구 FC와의 어웨이 경기가 더 특별했을 것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들이 이 중요한 경기를 실제로 좌지우지했으니 태풍이 지나간 대구 스타디움은 더욱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먼저 문선민이 본인은 물론,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도 감격할만한 귀중한 골을 터뜨렸다. 25분, 인천 유나이티드 특급 미드필더 아길라르가 중앙선 부근에서 기습적인 로빙 패스를 넘겨주었고 이 공을 향해 문선민이 혼자서 달려들어갔다. 대구 수비 라인의 오프 사이드 함정을 보기 좋게 허물고 빠져나간 것이었다. 
 
 25분에 골을 넣은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이 유니폼 상의 안에 축구공을 넣어 전날 태어난 딸과 아내에게 감사하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25분에 골을 넣은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이 유니폼 상의 안에 축구공을 넣어 전날 태어난 딸과 아내에게 감사하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 심재철

 
아무리 문선민이 빠르다고 해도 바로 앞에 슛 각도를 줄이기 위해 최고의 골키퍼 조현우가 달려나왔기에 부담스러웠지만 누구보다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 로빙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문선민은 관제탑 댄스 세리머니 대신 곧바로 골문으로 달려가서 공을 자기 유니폼 상의 안에 넣은 다음 엄지 손가락을 입에 넣었다. 전 날 태어난 행복이와 아내를 위한 특별한 세리머니를 펼친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동료들도 달려와서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나누었다.

이 골은 문선민(시즌 13골)에게는 물론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무엇보다 귀중한 선물이었다. 승점 3점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고 이동국(11골)을 두 골 차로 따돌리며 한국인 득점 순위 1위를 지키는 것이기에 문선민의 공격적 활용 가치를 또 한 번 확인시킨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설렘은 12분만에 여전한 긴장감으로 바뀌고 말았다. 대구 FC의 동점골이 터진 것이다. 
 
 37분, 대구 FC 미드필더 정승원이 오른발 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리는 순간

37분, 대구 FC 미드필더 정승원이 오른발 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37분, 대구 미드필더 정승원이 동료 골잡이 에드가와 2: 1 패스를 부드럽게 주고받으며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들을 한꺼번에 두 명이나 주저앉힌 것이다. 그리고는 가볍게 오른발 슛을 텅 빈 왼쪽 구석으로 차 넣었다.

대구 FC가 지금은 강등을 걱정할 정도로 순위가 내려가 있지 않지만 이 경기 결과에 따라 상위 스플릿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기에 경기 흐름은 더욱 흥미진진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조현우도 못 막은 인천의 간절한 승리

정승원의 귀중한 동점골 덕분에 후반전에는 홈 팀 대구 FC의 공격이 더 날카롭게 전개되었다. 하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간절한 마음은 끈질긴 수비력으로 드러났다. 골키퍼 정산과 센터백 '김대중-부노자' 두 선수가 중심을 잃지 않으니 대구의 날카로운 공격이 밀려와도 휘청거리지 않은 것이다.

72분에 양 팀 선수교체가 여럿 이루어졌다. 먼저 인천 유나이티드 중앙 미드필더 고슬기가 나가고 한석종이 들어왔으며 오른쪽 날개 공격수 남준재 대신 쿠비가 들어왔다. 대구도 전반전 10분에 골대 불운을 겪은 미드필더 류재문을 빼고 황순민을 들여보낸 것이다. 
 
 74분, 인천 유나이티드 왼쪽 풀백 김진야(오른쪽)가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로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는 순간

74분, 인천 유나이티드 왼쪽 풀백 김진야(오른쪽)가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로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는 순간 ⓒ 심재철

 
이 선수 교체 효과는 2분도 안 되어 인천 유나이티드의 결승골로 나타났다. 바꿔 들어온 인천 미드필더 한석종이 임은수와 공을 주고받으며 대구 FC의 수비 라인을 바짝 끌어내렸다. 

여기서 임은수의 기습적인 전진 패스가 왼쪽 측면으로 빠져들어간 풀백 김진야를 가슴 뛰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가슴 높이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대구 골문 앞으로 날아들었다.

이 공은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무고사의 것이었다. 먼저 가슴 트래핑으로 침착하게 공을 세워 놓은 무고사는 어린 선수들이 보면서 반드시 익혀야 할 인스텝 슛 동작을 뽐내며 시원한 왼발 슛을 성공시켰다. 현재 한국 최고의 골키퍼로 꼽히는 대구 FC의 조현우도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무고사의 발끝을 떠난 공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74분,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무고사(왼쪽)가 김진야의 도움을 받아 시원한 왼발 슛으로 결승골을 터뜨리는 순간

74분,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무고사(왼쪽)가 김진야의 도움을 받아 시원한 왼발 슛으로 결승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이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구 FC 벤치에서는 박한빈과 정치인을 교체 선수로 들여보냈지만 81분에 문선민 대신 들어간 김정호가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아서 버틴 인천 유나이티드의 골문을 좀처럼 위협하지 못했다. 

오히려 인천 유나이티드의 외국인 선수 셋(무고사, 쿠비, 아길라르)이 합작하여 오른쪽 구석에 진을 치고 공 소유권을 빼앗기지 않는 지능적인 부분 전술을 펼쳐 간절하게 바라던 승점 3점을 거머쥘 수 있었다.

이 경기보다 2시간 뒤에 광양에서 시작한 전남 드래곤즈와 FC 서울의 경기가 홈 팀 전남의 1-0 승리로 끝났기에 하위권 순위표는 바뀌지 않았지만 6위 이내의 상위 스플릿까지 노린 대구 FC는 8위(36점) 자리를 지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12위 인천 유나이티드(30점)와 11위 전남 드래곤즈(32점)의 승점 차이는 그대로다. 두 팀의 정규리그 마지막 라운드 일정(10월 20일 오후 2시)은 모두 어웨이 경기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전주성으로 들어가서 최강의 팀 전북 현대를 상대해야 하며 전남 드래곤즈는 대구 FC와 만난다.

그리고 이어지는 팀 당 다섯 경기의 하위 스플릿 일정에서 곧바로 강등이냐,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가를 결정하게 된다. 광양에서 전남 드래곤즈에게까지 패한 FC 서울(9위 35점)까지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입장이니 11월까지 이들이 다리를 뻗고 잠을 청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단 역사상 2부리그로 미끄러진 적 한 차례도 없는 팀들(FC 서울, 전남 드래곤즈,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형편이 바로 그렇다.
 
2018 K리그1 결과(10월 6일 오후 2시, 대구 스타디움)
★ 대구 FC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정승원(37분,도움-에드가) / 문선민(25분,도움-아길라르), 무고사(74분,도움-김진야)]

◎ 대구 FC 선수들
FW : 김대원, 에드가, 세징야
MF : 강윤구, 류재문(72분↔황순민), 정승원(84분↔정치인), 정우재
DF : 홍정운, 박병현, 한희훈(80분↔박한빈)
GK : 조현우

◎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
FW : 무고사
AMF : 문선민(81분↔김정호), 아길라르, 고슬기(72분↔한석종), 남준재(72분↔쿠비)
DMF : 임은수
DF : 김진야, 부노자, 김대중, 정동윤
GK : 정산

◇ 경기 주요 기록 비교
유효 슛 : 대구 FC 6개, 인천 유나이티드 7개
슛 : 대구 FC 17개, 인천 유나이티드 14개
점유율 : 대구 FC 55%, 인천 유나이티드 45%
코너킥 : 대구 FC 8개, 인천 유나이티드 10개
프리킥 : 대구 FC 10개, 인천 유나이티드 15개
오프사이드 : 대구 FC 0개, 인천 유나이티드 0개
경고 : 대구 FC 1장(세징야), 인천 유나이티드 3장(남준재, 고슬기, 무고사)

◇ 2018 K리그1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73점 23승 4무 4패 63득점 24실점 +39
2 경남 FC 55점 15승 10무 6패 52득점 37실점 +15
3 울산 현대 52점 14승 10무 7패 49득점 36실점 +13
4 포항 스틸러스 47점 13승 8무 11패 40득점 39실점 +1
5 수원 블루윙즈 43점 11승 10무 10패 44득점 41실점 +3
6 강원 FC 39점 10승 9무 13패 51득점 53실점 -2
7 제주 유나이티드 38점 9승 11무 11패 35득점 40실점 -5
8 대구 FC 36점 10승 6무 16패 40득점 53실점 -13
9 FC 서울 35점 8승 11무 13패 35득점 41실점 -6
10 상주 상무 33점 8승 9무 14패 36득점 45실점 -9
11 전남 드래곤즈 32점 8승 8무 16패 38득점 57실점 -19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30점 6승 12무 14패 44득점 61실점 -17

◇ 득점 순위
1 말컹(경남 FC) 25득점 - 경기당 0.93골
2 제리치(강원 FC) 23득점 - 경기당 0.74골
3 주니오(울산 현대) 18득점 - 경기당 0.72골
4 무고사(인천 유나이티드 FC) 15득점 - 경기당 0.52골
5 문선민(인천 유나이티드 FC) 13득점 - 경기당 0.42골
6 이동국(전북 현대) 11득점 - 경기당 0.39골
7 로페즈(전북 현대) 10득점 - 경기당 0.42골
8 데얀 다미아노비치(수원 블루윙즈) 10득점 - 경기당 0.36골
9 김신욱(전북 현대) 9득점 - 경기당 0.35골
10 허용준(전남 드래곤즈) 8득점 - 경기당 0.44골

◇ 도움(어시스트) 순위
1 세징야(대구 FC) 9개 - 경기당 0.43개
2 아길라르(인천 유나이티드 FC) 9개 - 경기당 0.3개
3 이용(전북 현대) 8개 - 경기당 0.31개
4 네게바(경남 FC) 7개 - 경기당 0.24개
5 이창민(제주 유나이티드) 6개 - 경기당 0.26개
5 김태환(울산 현대) 6개 - 경기당 0.26개
7 로페즈(전북 현대) 6개 - 경기당 0.25개
8 홍철(수원 블루윙즈) 6개 - 경기당 0.2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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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문선민 인천 유나이티드 FC 대구 FC 무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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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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