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욕심' 비우고 동료에게 양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공 좀 차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일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실력자들이 모여서 실력을 겨루는 별들의 잔치에서는 더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축구는 달랐다. 분명히 골 욕심을 내도 될 듯한데 뒤에서 따라들어오는 동료를 위해 슬쩍 헛몸짓을 하며 물러난다. 그래서 더 아름다운 결과, 효율적인 승리를 거둔 셈이다.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이 이끌고 있는 FC 바르셀로나(스페인)가 4일(한국 시각) 오전 4시 런던에 있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2019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B조 토트넘 홋스퍼 FC(잉글랜드)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의 놀라운 활약에 힘입어 4-2로 완승을 거두고 이탈리아의 인테르 밀란과 나란히 2연승 기록으로 선두권을 형성했다.

골키퍼 요리스의 성급한 판단
 
 토트넘 손흥민이 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C바르셀로나와 조별리그 경기에서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고 질주하고 있다.

토트넘 손흥민이 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C바르셀로나와 조별리그 경기에서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고 질주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홈 팀 토트넘 홋스퍼 골키퍼 위고 요리스의 판단 실수가 경기 흐름을 FC 바르셀로나에게 넘겨주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경기 시작 후 92초 만에 어웨이 팀이 먼저 골을 터뜨린 것이다. 

손흥민의 압박을 가볍게 따돌린 바르셀로나의 에이스 리오넬 메시는 왼쪽 측면으로 돌아들어가는 풀백 호르디 알바에게 과감한 전진 패스를 넣어주었다. 이 패스가 길었다고 봤는지는 몰라도 토트넘 골키퍼 위고 요리스가 비교적 멀리까지 달려나오며 몸을 내던졌다. 그런데 이미 공은 호르디 알바의 발끝에서 떠난 뒤였다.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달려나오는 타이밍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요리스가 성급한 판단을 내린 것이었다. 동료 수비수들이 커버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로 무주공산이었던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호르디 알바의 패스를 받은 필리페 쿠티뉴는 오른발 슛을 정확하게 빈 골문 왼쪽 구석에 차 넣었다. 

하루 전 PFC CSKA 모스크바(러시아)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65초 만에 결승골을 내주고 패한 라이벌 팀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와 대조적인 상황이기에 경기 초반부터 승기를 잡은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미소는 의미심장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가 최근 세 경기를 치르면서 이기지 못한 것은 물론 319분 동안 1골도 넣지 못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이기에 이 경기 승리 분위기는 오는 29일 시즌 첫 번째 엘 클라시코를 앞두고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28분에 보고도 믿기 힘든 슈퍼 골까지 터뜨리며 최고의 팀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입증했다. 메시의 자로 잰 듯한 크로스부터 시작된 공격이 루이스 수아레스의 가슴에 맞고 공이 떨어졌다. 이 공을 받은 필리페 쿠티뉴가 1차 슛 타이밍을 놓쳤지만 곧바로 왼쪽 끝줄 바로 위에서 발리 패스로 공을 내줬다.

여기서 바르셀로나의 공격이 무위로 끝나는 줄 알았지만 이 공을 향해 바르셀로나 미드필더 이반 라키티치가 달려들었다. 페털티 지역 반원 밖 22미터 지점에서 기막힌 오른발 발리 슛으로 토트넘의 골대를 뒤흔든 것이다. 보기 드문 슈퍼 골 바로 그것이었다. 임팩트 순간 라키티치의 몸 중심을 보면 발리 슛의 성공 조건을 읽을 수 있다.

기술적 완성도가 아무리 뛰어난 선수들이라도 발리 패스와 발리 슛이 완벽하게 어우러진다는 것은 좀처럼 드문 일이기 때문에 이 슈퍼 골을 만들어낸 바르셀로나 선수들도, 얻어맞은 토트넘 선수들도 놀라운 표정들을 감추지 못했다.

메시의 공간을 보는 눈, 결정력 높이기

전반전을 2-0으로 끝낸 바르셀로나는 후반전 초반에 리오넬 메시가 두 차례(47분, 51분) 골대 불운을 겪었고 토트넘 홋스퍼에게 추격 골을 얻어맞으며 약간 흔들렸다.

낮게 깔리는 리오넬 메시의 왼발 슛이 51분에도 왼쪽 기둥을 때리고 나온 뒤 1분만에 토트넘 골잡이 해리 케인의 따라붙는 골이 나왔기 때문에 웸블리 스타디움의 분위기는 다시 뜨거워졌다.

하지만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리오넬 메시는 딱 4분 뒤에 토트넘이 어렵게 휘어잡은 분위기를 다시 바르셀로나 쪽으로 돌려놓았다. 그 과정부터 결과까지 매우 인상적인 골이었다. 바르셀로나의 축구가 단순히 패스만 빠르고 정확하게 주고받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잘 가르쳐주는 명장면이었다. 

이번에도 왼쪽 측면에서 호르디 알바의 어시스트가 멋진 골을 이끌어낸 것이다. 그런데 이른바 컷 백 크로스를 받을 수 있는 선수는 모두 세 명이었다. 필리페 쿠티뉴와 루이스 수아레스도 충분히 슛 시도를 할 수 있는 패스 줄기로 나란히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두 선수가 모두 헛몸짓으로 토트넘 수비수들을 속였고 진짜 골을 넣은 주인공은 가장 뒤에서 달려든 리오넬 메시였다. 

얼핏보면 그 앞에 있는 두 명의 동료가 리오넬 메시에게 득점을 몰아주기 위해 피해준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동선과 슛 각도를 고려하면 결정력을 100%에 가깝도록 끌어올리기 위해 최적의 공간을 설계했음을 알 수 있다. 주장 완장을 찬 에이스 리오넬 메시에게 무조건 양보한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적중률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봐야 한다.

66분에 손흥민의 도움을 받은 에릭 라멜라의 만회골이 터졌지만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이에 흔들리지 않고 90분에 쐐기골을 또 한 번 빼어난 조직력으로 뽑아내며 완승을 확인시켜주었다. 왼쪽 풀백 호르디 알바가 결국 도움 해트트릭이라는 까다로운 기록을 완성시켰다.

호르디 알바의 패스가 측면에서 이어졌고 중간에서 루이스 수아레스가 또 한 번 헛몸짓으로 토트넘 수비수들을 속였다. 역시 리오넬 메시가 성공 확률이 높은 무주공산으로 빠져들어가며 빈 골문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가볍게 밀어넣었다.

FC 바르셀로나가 터뜨린 네 골 모두 상대의 압박을 어떻게 벗어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를 공부하게 만드는 축구 교과서였다. 동료들과 어울리는 최적의 패스 타이밍, 오프 더 볼의 중요성, 확실한 마무리 기술들을 하나하나 가르쳐 준 것이다.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 B조 2차전 결과
(9월 4일 오전 4시, 웸블리 스타디움-런던)

★ 토트넘 홋스퍼 2-4 FC 바르셀로나 [득점 : 해리 케인(52분,도움-에릭 라멜라), 에릭 라멜라(66분,도움-손흥민) / 필리페 쿠티뉴(2분,도움-호르디 알바), 이반 라키티치(28분,도움-필리페 쿠티뉴), 리오넬 메시(56분,도움-호르디 알바), 리오넬 메시(90분,도움-호르디 알바)]

◎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
FW : 해리 케인
AMF : 손흥민(66분↔무사 시소코), 에릭 라멜라(79분↔페르난도 요렌테), 루카스 모우라
DMF : 완야마(57분↔에릭 다이어), 윙크스
DF : 데이비스, 산체스, 알더베이럴트, 트리피어
GK : 위고 요리스

◎ 바르셀로나 선수들
FW : 필리페 쿠티뉴(83분↔하피냐), 루이스 수아레스, 리오넬 메시
MF : 이반 라키티치, 세르히오 부스케츠(90+1분↔토마스 베르마엘렌), 아르투르(87분↔아르투로 비달)
DF : 호르디 알바, 렝글렛, 헤라르드 피케, 세메두
GK : 테어 슈테겐

◇ 주요 기록 비교
유효 슛 : 토트넘 홋스퍼 5개, FC 바르셀로나 7개
슛 : 토트넘 홋스퍼 9개, FC 바르셀로나 15개
점유율 : 토트넘 홋스퍼 43%, FC 바르셀로나 57%
코너킥 : 토트넘 홋스퍼 3개, FC 바르셀로나 1개
오프사이드 : 토트넘 홋스퍼 7개, FC 바르셀로나 3개
패스 성공률 : 토트넘 홋스퍼 86%(402/465개), FC 바르셀로나 89%(630/707개)
뛴 거리 : 토트넘 홋스퍼 117.9km, FC 바르셀로나 108.3km
태클 : 토트넘 홋스퍼 5개, FC 바르셀로나 5개
경고 : 토트넘 홋스퍼 5개, FC 바르셀로나 2개

◇ B조 현재 순위
1 FC 바르셀로나(스페인) 6점 2승 8득점 2실점 +6
2 인테르 밀란(이탈리아) 6점 2승 4득점 2실점 +2
3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 0점 2패 3득점 6실점 -3
4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 0점 2패 1득점 6실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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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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