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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의미의 사진은 지금 너무나 익숙한 기록이다.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는 오늘날 사용하는 카메라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의미한다. 어원은 라틴어로 어두운 방을 의미하는데 작은 구멍을 통해 반대편의 풍경이 거꾸로 비추어진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화질을 개선하기 위해 작은 구멍 대신 더 발전된 렌즈를 끼워 넣고, 반사경을 부착하여 거꾸로 보이는 이미지를 바로 보이게 함으로써 오늘날의 카메라의 원형을 만들어낸다. 
 
서성강개인전
▲ 예술의전당 서성강개인전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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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0년에 사진이 등장하고 나서 예술작품으로 인정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백여 년이었다. 기계와 화학공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예술가들의 다른 방향으로 발전을 하게 만들었다. 순간적으로 그 장면을 캡처한 듯한 구성처럼 사진에서 묘사한 방법을 모방하기도 했다. 카메라가 사진을 보는 방식은 그림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서성강
▲ NOISE 서성강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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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예술의 전당의 미술관에서 전시되는 서성강 개인전 'Noise'는 사진의 예술적 변형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전으로 사진에 색과 노이즈 효과를 줘서 사진이지만 마치 추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작품전
▲ 작품 작품전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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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사진은 읽기 쉽도록 배열하는 규칙을 가지고 있지만 사진에 노이즈 효과를 줌으로써 조금은 다른 규칙을 발견하게 한다. 전시전에서 사용되는 대상은 벚꽃나무, 튤립 등이다.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이기에 자세히 들여다보면 발견과 인식의 예술의 분야로 들어가게 된다. 
 
"현실적 사물의 외적 이미지와 작가의 내적 이미지라고 하는 이원적 욕구가 동시에 충족될 수 있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 - 스티글리츠
  
작품
▲ 작품 작품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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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의 색감은 대부분 단색이다. 회화의 본질이 텅 빈 캔버스에서 만들어내는 무엇이라면 사진은 실제를 생생하게 보여준 것에서 필요 없는 것을 제거하고 다시 원형으로 돌아가는 예술적인 변형을 만들어냈다. 

사진가가 추구하는 결정적 순간은 찰나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시간적 순간이 아니라 그 사물의 의미가 작가의 내면과 만나는 심리적 순간이라고 한다. 서성강의 작품을 평가했던 어떤 이의 말이다. 
 
작품
▲ 작품 작품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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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조유정 - 그 남자가 사는 법

그는 렌즈로 
세상을 잃고, 사유하고 말한다.
매일 마주하는 자연과 사물을 
렌즈에 담아
질량을 부여하는 그의 손은
신의 손을 닮았다.

오늘도 그는
천만 개의 기억을 흡수한 
세상의 침묵을
찰나의 빛으로 건져 올리듯

미지의 시야를 
명징한 현실의 경계로 불러
끈질긴 생존의 무늬를 
포착한다.

고독한 예술의 여정
타인이 부여한 가치에
종속되기를 거부하며
시간을 
저만큼 앞서 가는 남자.
 
노이즈를더하다
▲ 노이즈 노이즈를더하다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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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강의 작품은 얼핏 보면 상당히 불확실하다. 노이즈를 적극 활용하였기에 자세히 살펴봐야 알 수 있지만 심미적 효과는 증대가 되었는데 그의 작품에서 노이즈는 컬러스 크램블 기법과 더불어 색감과 텍스처를 결정하는 요소 중에 하나로 단색화에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회화
▲ 채색 회화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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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강은 1979년부터 작품사진을 찍었다고 하는데 1980년대부터 불확실한 시대의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냈다고 한다. 이후 현대사회의 추상을 넘어서 다른 현실을 그려내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었고 회화의 본질을 추구하였다고 한다. 
 
작품
▲ 영상 작품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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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런지 사진이라는 것을 말해주지 않았다면 마치 붓 터치가 이루어진 회화처럼 보인다. 색 표면의 질감을 이루는 요소들을 보려면 자세히 다가가야 한다. 그는 고들빼기 꽃, 튤립, 갈대, 억새, 자작나무 숲, 유채 꽃, 금잔화, 쇠뜨기 풀, 능수버들, 수양버들 등의 사진적인 배열을 통해 자연과 문명은 그 구조와 패턴을 드러냈다고 한다. 

굳이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들은 타인이 부여하는 가치에 종속되는 것을 벗어나는 것이 삶의 목표가 아닐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부여되지만 시간을 앞서가는 것은 일부 사람들만이 할 수 있다. 오늘 서성강의 작품에서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은 사물의 본질과 종속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용기다. 
 
천안예술의 전당
서성강 사진전 NO-IS-E
2018.10.2 ~ 2018.10.14

태그:#천안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 #예술, #서성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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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쓰는 남자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역사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다양한 관점과 균형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열심이 사는 사람입니다. 소설 사형수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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