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의 우연은 간혹 놀라운 인연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양 팀의 오른쪽 풀백 우치다 아츠토와 장호익이 나란히 자책골을 기록한 것도 모자라 우치다 아츠토는 후반전 추가 시간 종료 직전에 극장 골을 터뜨리며 믿기 힘든 역전승의 주역이 된 것이다. 

이병근 감독대행이 이끌고 있는 K리그의 자존심 수원 블루윙즈(한국)가 우리 시각으로 3일 오후 7시 일본 이바라키현에 있는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종료 직전 뼈아픈 골을 내주며 2-3으로 역전패했다. 하지만 오는 24일 빅 버드에서 2차전 기회가 남아있기 때문에 결승 진출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6분 만에 2골 수원 블루윙즈, 출발 좋았다
 
 수원 삼성 선수들이 3일 일본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AFC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가시마와 원정경기에서 2-3으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수원 삼성 선수들이 3일 일본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AFC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가시마와 원정경기에서 2-3으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한국프로축구연맹

 
올해 두 개의 우승 트로피를 노리던 강팀 전북 현대를 극적으로 물리치고 올라온 수원은 이 준결승 첫 경기가 어웨이 게임이었지만 수비에만 치중하지 않고 과감하게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시작부터 골을 넣겠다는 의지가 돋보인 것이다.

경기 시작 후 2분도 안 되어 수원이 먼저 골을 터뜨렸다. 염기훈이 왼발로 날카롭게 차 올린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수비수 구자룡이 가까운 기둥 쪽으로 빠져들어가며 왼발로 방향을 바꾼 공이 골문 바로 앞에 있던 가시마 수비수 우치다 아츠토 어깨 부위에 맞고 들어갔다. 전북 출신 골키퍼 권순태가 그 공을 걷어내기는 했지만 이미 골 라인을 넘었다는 추가 부심의 판정이 있었기에 수원의 득점으로 인정됐다.

그로부터 4분 뒤 수원 블루윙즈는 추가골을 터뜨리며 가시마 앤틀러스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가시마 왼쪽 풀백 야마모토 슈토의 측면 빌드 업을 임상협이 효율적으로 압박하여 패스 실수를 이끌어낸 것이 주효했다. 임상협의 몸에 맞고 흐른 공을 골잡이 데얀 다미아노비치가 잡아서 오른쪽 끝줄 바로 앞에서 감각적인 오른발 슛을 시도했고 그 공은 골키퍼 권순태의 손에 맞고 살짝 휘어들어갔다.

강팀 전북을 누르고 올라온 수원의 기세가 놀랍기는 했지만 어웨이 경기에서 단 6분만에 2-0 점수판을 만들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특히, 추가골을 터뜨린 데얀 다미아노비치는 AFC 챔피언스리그 통산 35호골 기록을 찍은 것이어서 36골의 이동국(전북 현대)을 뛰어넘을 조건까지 갖춘 셈이다.

하지만 가시마 앤틀러스는 이대로 주저앉을 팀이 아니었다. 21분에 따라붙는 골을 터뜨린 것이다. 그런데 이 골도 자책골이었다. 가시마 앤틀러스의 브라질 출신 공격형 미드필더 세르징요가 유연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날카로운 크로스를 수원 골문 앞으로 날린 순간, 수원 오른쪽 풀백으로 나온 장호익이 몸을 날려 걷어내려고 할 때 몸싸움에서 밀리는 바람에 헤더 슛을 자기 골문에 꽂아넣은 꼴이 되고 말았다. 

후반전 역전패, 그래도 2차전 기대하는 수원

양팀의 선취골이 모두 상대 수비수의 자책골로 기록된 이 경기는 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박진감 넘치는 경기 흐름을 이어나갔다. 어웨이 팀 수원 블루윙즈가 먼저 2골을 넣었다고 해서 그것을 지키기 위해 라인을 내리지 않은 효과이기도 했다.

80분이 지날 때까지도 1-2 점수판이 유지됐으니 수원으로서는 목표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가시마 앤틀러스는 1차전 홈 경기를 이대로 끝낼 수 없었다. 

83분에 가시마 앤틀러스 세르징요의 동점골이 이어졌다. 직전에 교체 선수로 들어온 니시 다이고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하며 낮게 깔린 얼리 크로스를 보내 세르징요를 빛낸 것이다. 니시 다이고의 측면 돌파를 차단하기 위해 섣불리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한 수원의 측면 수비 방법이 문제였다.

뛰어난 조직력으로 공간을 잘 만들어나가는 가시마 앤틀러스로서는 급하게 달려드는 수원 수비수들을 보며 자신들이 원하는 그림이 점점 또렷하게 완성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그리고 후반전 추가 시간 3분이 거의 다 끝날 무렵 가시마 앤틀러스가 마지막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를 잡았고 이를 믿기 힘든 대역전 결승골로 만들어냈다. 세르징요가 오른쪽 측면에서 왼발로 차 올린 프리킥을 수원 골키퍼 신화용이 주먹으로 쳐낸다는 것이 잘못 맞아서 바로 앞에 떨어졌고 우치다 아츠토의 오른발 바깥쪽 슛이 쓰러져 있던 수원 수비수 구자룡의 몸에 맞고 방향이 살짝 바뀌어 굴러 들어가고 말았다. 

가시마 앤틀러스 오른쪽 풀백 우치다 아츠토는 우리 축구팬들에게도 낯익은 베테랑 선수다. 바로 그가 경기 시작 후 2분도 안 되어 자책골의 멍에를 뒤집어썼지만 경기 종료 직전에 펠레 스코어 역전 결승골을 성공시켰으니 축구장의 기막힌 인연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이제 양팀은 오는 24일 저녁에 장소를 수원에 있는 빅 버드로 옮겨 결승 진출권을 놓고 맞붙는다. 수원은 비록 이번 1차전을 패했지만 2골이나 되는 어웨이 골 선물을 안고 돌아오게 되었으니 2차전 1-0 승리 기록만 남겨도 결승전에 오를 수 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변수가 생겼다. 가시마 앤틀러스 골키퍼 권순태가 전반 종료 직전에 벌인 행동을 두고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이 불필요한 신경전에 휘말릴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당시 권순태는 자기 바로 앞에서 수원 미드필더 임상협이 거칠게 달려들었다는 이유로 발길질은 물론 박치기로 그를 쓰러뜨리기까지 했다. 나와프 슈크랄라(바레인) 주심이 바로 앞에서 보고 있었지만 카드 색깔은 겨우 노란색 뿐이었다. 

아시아축구연맹이 권순태의 지나친 행동을 묵과하지 않는다면 사후 징계를 받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원 블루윙즈 구단과 팬들의 바람일 뿐이다. 빅 버드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여 불필요한 시비 걸기에 휘말리지 않도록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승리를 위한 또 하나의 조건이라 하겠다.
 
2018 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결과
- 3일 오후 7시 가시마 스타디움(일본 이바라키현)

★ 가시마 앤틀러스 3-2 수원 블루윙즈 [득점 : 장호익(21분,자책골), 세르징요(83분,도움-니시 다이고), 우치다 아츠토(90+3분) / 우치다 아츠토(2분,자책골), 데얀 다미아노비치(6분,도움-임상협)]

◎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
FW : 데얀 다미아노비치
AMF : 염기훈, 사리치, 박종우(82분↔최성근), 임상협(70분↔한의권)
DMF : 조성진
DF : 이기제(88분↔양상민), 곽광선, 구자룡, 장호익
GK : 신화용
경고 - 구자룡(33분), 데얀 다미아노비치(38분), 사리치(45+2분)

◇ 주요 기록 비교
유효 슛 : 가시마 앤틀러스 5개, 수원 블루윙즈 2개
슛 : 가시마 앤틀러스 13개, 수원 블루윙즈 8개
점유율 : 가시마 앤틀러스 59.9%, 수원 블루윙즈 40.1%
코너킥 : 가시마 앤틀러스 4개, 수원 블루윙즈 4개
패스 : 가시마 앤틀러스 463개, 수원 블루윙즈 312개
패스 성공률 : 가시마 앤틀러스 74.3%, 수원 블루윙즈 65.7%
크로스 : 가시마 앤틀러스 21개, 수원 블루윙즈 13개
크로스 성공률 : 가시마 앤틀러스 14.3%, 수원 블루윙즈 15.4%
오프 사이드 : 가시마 앤틀러스 2개, 수원 블루윙즈 0개
태클 : 가시마 앤틀러스 11개, 수원 블루윙즈 15개
경고 : 가시마 앤틀러스 2개, 수원 블루윙즈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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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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