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초등학생 조카가 휴대전화 게임을 하고 싶다고 다운받아서 하는 걸 봤는데 너무 선정적이었다'며 게임에 관해 조사하고 성인 광고를 못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9월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초등학생 조카가 휴대전화 게임을 하고 싶다고 다운받아서 하는 걸 봤는데 너무 선정적이었다'며 게임에 관해 조사하고 성인 광고를 못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 청와대 청원게시판

 
지난 9월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모바일게임을 조사해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추석 연휴에 초등학생 조카에게 휴대전화 구글 검색으로 게임을 다운받아 하도록 했더니 선정적 장면이 아이에게 그대로 노출됐다며 "정말 황당하고 화가 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성인용 게임 경찰 조사 부탁드린다. 성인광고 못하게 막아주시고 조사, 처벌도 해달라"고 덧붙였다.

청원 글에서 언급된 게임은 지난 9월 중순 출시된 '상류사회'라는 롤플레잉 게임이다. 출시 이후 구글에서 10만 건 이상 설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사용 연령은 17세 이상으로 등록돼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는 '상류사회'의 리뷰가 2567건 올라왔고, 그 중 1528건이 최고 평점인 5점을, 809건이 최저 평점인 1점을 준 것으로 표시된다. 평점 아래에는 "이 게임 하지 말아야 돼요. 너무 야하기 때문"이라거나 "광고가 너무 야하다"는 지적도 보인다.

이런 지적에 제작사 측 '지니어스게임'은 게임 사용자를 '회장님'이라고 부르며 "담당부서로 전달하겠다, 참고하여 개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거나 "조금 더 즐겨보시면 게임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올라온 '상류사회' 리뷰 글. "이 게임 하지 말아야 돼요. 너무 야하기 때문"이라거나 "광고가 너무 야하다"는 지적이 아래에서 보인다. 2556건의 리뷰 중 1525건이 최고 평점인 5점을, 803명이 최저 평점인 1점을 준 것으로 표시됐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올라온 '상류사회' 리뷰 글. "이 게임 하지 말아야 돼요. 너무 야하기 때문"이라거나 "광고가 너무 야하다"는 지적이 아래에서 보인다. 2556건의 리뷰 중 1525건이 최고 평점인 5점을, 803명이 최저 평점인 1점을 준 것으로 표시됐다. ⓒ 구글 플레이스토어

 
 모바일게임 '상류사회'의 유튜브 광고 중 한 장면. 기업인수를 통해 부를 늘려가는 체험을 제공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보인다.

모바일게임 '상류사회'의 유튜브 광고 중 한 장면. 기업인수를 통해 부를 늘려가는 체험을 제공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보인다. ⓒ 유튜브 갈무리


'기업 경영' 체험하는 게임, 선정적 광고가 고스란히...

게임 관련 매체에 소개된 바에 따르면, '상류사회'는 다양한 스타일의 기업 경영으로 자산을 늘려가는 모바일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기업의 최고 경영자로서 비서 등 직원을 고용하고 교육시켜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업무 결재와 자산 운용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다.

'상류사회' 광고를 보면, 게임 속에서 사용자가 백만장자가 되어 외제차를 타거나 호화로운 파티 등 상위 1%의 삶을 체험할 수도 있다. 매력적인 연인을 만나 결혼할 수도 있으며, 사업파트너를 찾거나 화려한 인맥을 만나는 등의 메뉴도 포함됐다. 사업 상대와 '협상'을 하는 방식이 마치 '삼국지' 등의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 간 전투를 연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여기까지 살펴본 게임의 내용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많은 사용자에게 기업 경영을 경험하게 하거나 백만장자의 삶을 대리만족하게 만드는 것도 게임의 매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을 광고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출시 이후 계속되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리뷰란-트위터 등에 쏟아지는 비판이나 청와대 청원게시판 글에서는 광고의 선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모바일게임 '상류사회'의 인스타그램 광고. "주의, 절대 당신 마누라한테 이 게임을 들키면 안됩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모바일게임 '상류사회'의 인스타그램 광고. "주의, 절대 당신 마누라한테 이 게임을 들키면 안됩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 인스타그램 갈무리

  
인스타그램에 노출되는 '상류사회'의 광고에는 한 여성이 "회장님, 덥지 않으세요?"라고 묻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림 안에는 마우스 커서로 클릭 가능한 메뉴가 나와 있고, 메뉴는 '계속 일하기'-'옷 벗기'-교체'로 표시됐다. 이 광고는 '이렇게 자극적일 수가 있다니'라는 표현이나 '주의, 절대 당신 마누라한테 이 게임을 들키면 안됩니다'라는 문구로 게임을 소개하고 있다.
 
 모바일게임 '상류사회'의 인스타그램 광고. 트위터 등 SNS에서는 문구와 그림이 선정적인 데다 성폭력을 묘사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모바일게임 '상류사회'의 인스타그램 광고. 트위터 등 SNS에서는 문구와 그림이 선정적인 데다 성폭력을 묘사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 인스타그램 갈무리


인스타그램에 노출된 다른 광고는 수위가 더 높다. 고급 차량 보닛에 남성이 기댄 상태로 서 있고, 여성이 그 앞에 앉은 상황으로 묘사된 그림이 표시됐다. 광고 문구는 "회... 회장님, 그러지 마세요. 회사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으니까 우리 집에 가서 하면 안될까요?"다. 그림과 글을 종합하면 '직장 내 성폭력'을 떠올릴 만한 내용이다.

'권력 있으면 여자는 따라온다'는 유튜브 광고, 이대로 괜찮나
 
 모바일 게임 '상류사회'의 유튜브 광고 중 한 장면. '권력이 있을수록 여자는 따라오기 마련이지'라는 문구가 나오고, '문제 맞출 때마다 옷 벗기기' 메뉴가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 '상류사회'의 유튜브 광고 중 한 장면. '권력이 있을수록 여자는 따라오기 마련이지'라는 문구가 나오고, '문제 맞출 때마다 옷 벗기기' 메뉴가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 유튜브 갈무리


'상류사회'의 유튜브 광고에서도 부적절한 문구나 표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제작사 지니어스게임 측과 같은 이름(Genius Game)의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영상들은 2018년 10월 2일 현재까지 총 23건이다. '권력'이나 '자산', '당신이 찾던 인생' 등의 제목으로 공개된 영상에는 게임의 방식이나 내용을 주로 담았다.

이 중에서 '권력'을 키워드로 한 유튜브 영상을 클릭하자, "권력이 있을수록 여자는 따라오기 마련"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권력'에는 남성의 직위가 '매니저-임원-사장' 등으로 표시되고, 여러 여성들이 뒤이어 나오는 식이다. 같은 영상에서는 '문제 하나 맞출 때마다 옷 한 장씩 벗기' 같은 장면도 나온다.
 
 모바일게임 '상류사회' 유튜브 광고 중 한 장면

모바일게임 '상류사회' 유튜브 광고 중 한 장면 ⓒ 유튜브 갈무리

  
 모바일게임 '상류사회' 유튜브 광고 중 한 장면

모바일게임 '상류사회' 유튜브 광고 중 한 장면 ⓒ 유튜브 갈무리


다른 영상의 경우 표면적으로 게임의 기능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인생은 초이스'라는 영상에서는 두 여성이 등장한 화면에 "오늘밤 누구? 이제 누려봐"라는 문구가 나온다. 다른 영상에서도 "최고의 여인들을 차지하려면 최고의 위치에 올라라", "오늘밤 난 자기 거야"라는 문장이 담겼다. 여성을 만나 결혼하는 것도 게임의 내용 중 하나라고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소개됐는데, 여성을 '권력에 따르는 보상'으로 묘사한 부분은 선정적이기도 하지만 성 관념을 왜곡할 우려가 크다.

게임 '상류사회'의 소셜 홍보 방식에 제기되는 지적은 올해 상반기 '왕이 되는 자'의 사례와 닮았다. '왕이 되는 자'라는 모바일 게임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한 광고에서 '성상품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관련 기사 : 여성 납치하고 옷 찢고 벗기고... 이걸 12세 보고 하라고?).

지난 4월, 한국여성민우회는 카드뉴스로 '왕이 되는 자'의 광고를 거론하며 모바일 게임 광고의 경우 '법정 사후심의'로 진행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 사후심의로 선정적인 게임 광고를 제대로 걸러낼 수 있을까?

게임의 심의를 담당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아래 게임위) 담당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게임은 게임위에서 관리하지만 유튜브 게임 광고의 경우 영상물이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에서 심의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게임 광고의 내용이 게임 내용과 다를 경우 게임위에서 게임산업법 34조 위반에 해당하지만 이외의 경우 게임위가 단속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게임위가 위와 같이 말한 배경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인데, 34조 '광고·선전의 제한'에서도 '선정성'에 관한 심의나 제재 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편 '유튜브에 게시된 게임 광고'를 심의하는지 문의하자 방심위 측에서는 "일반적으로 유튜브 영상은 방심위 심의 대상이 맞긴 하지만, 게임 광고는 유통 형태에 따라 다르다. 경계가 애매하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게임과 관련된 광고는 게임위가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6월 국회에서는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 광고에 대해 사전 심의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하지만 개정안은 아직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된 상황이다. 결국 '왕이 되는 자' 사례 이후에도 심의 기관이 명확하지 않고 발의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상류사회'의 광고가 버젓이 유튜브와 SNS로 유통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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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 상류사회 유튜브광고 인스타그램광고 심의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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