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분,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맨 아래 파랑검정 줄무늬)의 오른발 슛이 아슬아슬하게 경남 골문 오른쪽 기둥 밖으로 빠져나가는 순간

67분,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맨 아래 파랑검정 줄무늬)의 오른발 슛이 아슬아슬하게 경남 골문 오른쪽 기둥 밖으로 빠져나가는 순간 ⓒ 심재철

 
축구가 주는 박진감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일요일 오후 숭의 아레나에 찾아온 5830명의 축구팬들이 추가 시간이 끝날 때까지 함성을 멈추지 않은 이유는 너무나도 분명했다. 꼴찌 팀이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두 골을 따라붙는 뒷심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꺼져가는 불씨가 팬들의 함성으로 다시 살아난 듯했다.

욘 안데르손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9월 30일 오후 4시 숭의 아레나(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K리그 원 31라운드 경남 FC와의 홈 경기에서 종료 직전 놀라운 뒷심을 발휘하며 두 골을 따라붙어 2-2로 비겼다. 

경남 FC, 2위 팀의 탄탄한 조직력 자랑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는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했다. K리그1 꼴찌 팀으로서 바로 앞 전남 드래곤즈와의 승점 차이가 3점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스플릿 라운드까지 가면 2019년에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2부리그로 내려가야 한다. 

뒤를 돌아볼 틈도 없는 이 때 2위에 올라있는 강팀 경남 FC 를 만났다. 지난 7월 14일 창원 축구센터에서 0-3으로 완패한 기억을 지워야 했기에 인천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뛸 수밖에 없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손가락 골절 부상을 털어버리고 돌아온 남준재가 오랜만에 선발로 나와서 측면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경기 시작 후 24분만에 프리킥을 짧게 받아서 오른발로 중거리슛을 시도한 것부터 남준재의 존재 가치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역시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선수들의 몸을 굳게 만들었나보다. 34분,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정산이 어이없는 킥 실수를 저질렀다. 그 공은 바로 앞에 버티고 있는 경남 골잡이 말컹에게 걸렸다. 누가 봐도 골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정산은 두려움 없이 온몸으로 말컹을 막아냈다. 
 
 39분, 경남 FC 김효기가 왼발로 선취골을 터뜨리는 순간

39분, 경남 FC 김효기가 왼발로 선취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하지만 5분 뒤에 정산은 뼈아픈 골을 내줬다. 경남 오른쪽 풀백 이광진이 얼리 크로스로 말컹을 노린 공을 쳐내기 위해 몸을 날렸다가 공을 멀리 걷어내지 못하는 바람에 김효기에게 빈 골문을 드러내고 말았다. 상대의 위협적인 골잡이 말컹이 미치는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대로 물러났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구석으로 몰린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쿠비를 빼고 문선민을 들여보내며 더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그러는 사이에 수비가 허술해져 또 한 골을 얻어맞고 말았다. 62분, 말컹의 가슴에 맞고 떨어진 공을 점유한 파울링요가 인천 유나이티드 왼쪽 풀백 김진야를 따돌리고 20미터 오른발 슛을 정확하게 꽂아넣은 것이다.

상대의 압박을 벗어나는 조직력이 돋보인 경남이 결정적인 기회에도 순도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며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를 궁지로 몰아넣은 셈이다.

포기하지 않은 인천, 극장골로 승점 1점 지켜

인천 유나이티드는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었다. 69분에 경남 교체 선수 네게바의 오른발 슛이 쐐기골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아찔하게 날아들었지만 골키퍼 정산은 냉정하게 몸 날려 그 공을 쳐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마지막 몸부림이 정산의 슈퍼 세이브를 계기로 꿈틀대기 시작했다. 
 
 77분,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의 드리블을 경남 수비수 김현훈이 밀어 넘어뜨리는 순간

77분,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의 드리블을 경남 수비수 김현훈이 밀어 넘어뜨리는 순간 ⓒ 심재철

 
77분에 문선민이 경남 페널티지역 안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한 골이라도 따라붙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 순간 경남 수비수 김현훈이 빠른 속도로 달려와 문선민을 쓰러뜨렸다. 골문 바로 뒤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즈석에서는 페널티킥을 기대하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주심은 이 장면을 바로 뒤에서 지켜보고도 휘슬을 입에 물지 않았다. 축구 규칙의 직접 프리킥 조항에 '조심성 없이, 무모하게 또는 과도한 힘을 사용하여'라는 내용에 해당하는 상황이었지만 김용우 주심은 이를 묵과한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로서는 억울했지만 흥분하지 않고 남은 시간에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로부터 2분 뒤에 아길라르의 왼발 프리킥 골로 한 골을 따라붙은 것이다. 무고사가 얻은 프리킥을 아길라르가 왼발로 크로스했는데 김보섭의 발끝에 맞지 않고 그대로 바운드되어 빨려들어갔다. 
 
 79분, 인천 유나이티드 아길라르의 왼발 프리킥이 후반전 교체 선수 김보섭의 발끝을 지나 경남 골문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79분, 인천 유나이티드 아길라르의 왼발 프리킥이 후반전 교체 선수 김보섭의 발끝을 지나 경남 골문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의 홈팬들은 이 때부터 자리에 앉지 못할 정도로 놀라운 경험을 했다. 선수들의 간절한 숨소리와 몸짓들이 가까운 관중석에까지 그대로 전달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4분 뒤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또 하나의 함성이 숭의 아레나를 뒤흔들었다. 아길라르의 왼쪽 코너킥을 키다리 센터백 부노자가 헤더 슛으로 연결했을 때 골 라인을 넘어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남 골키퍼 손정현이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려 그 공을 아슬아슬하게 걷어냈다. 
 
 83분,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부노자의 헤더 슛이 떨어질 때, 경남 골키퍼 손정현이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려 극적으로 걷어내는 순간

83분,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부노자의 헤더 슛이 떨어질 때, 경남 골키퍼 손정현이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려 극적으로 걷어내는 순간 ⓒ 심재철

 
이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모두 골이라고 주장하며 김용우 주심에게 간절한 표정을 보냈다. 이에 김용우 주심은 VAR(비디오 판독 심판) 판단을 무선으로 확인한 뒤 손정현의 슈퍼 세이브를 그대로 인정했다. 

인천으로서는 실망스러운 판정을 두 차례 경험하면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다시 공격에 임했고 88분에 믿기 힘든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전반 종료 직전에 머리를 다쳐 붕대를 감고 들어온 센터백 김대중이 과감하게 공격에 가담하여 머리로 떨어뜨려 준 공을 문선민이 절묘한 타이밍으로 밀어주었고 무고사가 미끄러지며 오른발 대각선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경기당 1.93골(31경기 60실점)이나 허용한 꼴찌 팀이 리그 2위 팀을 상대하면서 79분부터 88분에 이르기까지 9분 사이에 두 골을 따라붙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이에 홈팬들은 엄청난 함성을 내지르며 내친김에 역전승까지 꿈꾸고 있었다. 

경남의 두 번째 골을 터뜨린 파울링요가 인천의 동점골 직후에 곧바로 오른발 슛으로 다시 승점 3점을 노렸지만 인천 골키퍼 정산이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내던지며 손끝으로 기막히게 그 공을 쳐내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겼다. 

90분에는 인천 골잡이 무고사가 김보섭의 패스를 받아 왼발 감아차기로 대역전 드라마를 노렸지만 그 공은 경남 골문 왼쪽 기둥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고 말았다. 추가 시간 4분이 흐르는 동안 인천 유나이티드의 마지막 공격이 불을 뿜었지만 경남 골문을 더이상 흔들지는 못했다.
 
 88분,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오른쪽)이 무고사 선수에게 두 번째 골을 어시스트하는 순간

88분,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오른쪽)이 무고사 선수에게 두 번째 골을 어시스트하는 순간 ⓒ 심재철

 
이로써 강등권 싸움은 점점 더 흥미롭게 이어지게 되었다. 11위 전남 드래곤즈가 최근 두 경기에서 모두 0-1 패배를 당하는 사이 12위 인천 유나이티드는 최근 두 경기를 모두 비겨 승점 2점을 건져올리는 바람에 두 팀의 간격이 승점 2점이 된 것이다.

이제 스플릿 라운드(34~38라운드)까지 단 두 라운드만 남았으니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만 한다. 33라운드까지의 일정은 11위 전남이 조금 유리한 편이다. 10월 6일에 이어지는 32라운드에서 전남 드래곤즈는 FC 서울(9위)을 홈 그라운드인 광양전용구장에서 상대하는데, 인천 유나이티드는 같은 날 대구 FC(8위)와 만나기 위해 대구 스타디움으로 찾아가야 한다.

정규 라운드 마지막 일정인 33라운드는 두 팀 모두 어웨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그 상대가 우승을 코앞에 둔 전북 현대이기 때문에 대구 스타디움으로 어웨이 경기에 나서는 전남 드래곤즈보다 앞길이 험난하다고 하겠다. 시즌 중반까지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대구 FC가 현재 8위까지 올라 있으면서 두 팀의 강등권 명운을 쥐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2018 K리그1 결과(9월 30일 오후 4시, 숭의 아레나)

★ 인천 유나이티드 FC 2-2 경남 FC [득점 : 아길라르(79분), 무고사(88분,도움-문선민) / 김효기(39분), 파울링요(62분,도움-말컹)]

◎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
FW : 무고사
AMF : 쿠비(46분↔문선민), 아길라르, 한석종, 남준재
DMF : 임은수(65분↔김보섭)
DF : 김진야, 부노자, 김대중, 정동윤
GK : 정산

◎ 경남 FC 선수들
FW : 김효기(78분↔배기종), 말컹(72분↔김근환)
MF : 김준범(46분↔네게바), 최영준, 쿠니모토, 파울링요
DF : 박지수, 김현훈, 최재수, 이광진
GK : 손정현

◇ 경기 주요 기록 비교
유효 슛 : 인천 유나이티드 15개, 경남 FC 7개
슛 : 인천 유나이티드 25개, 경남 FC 15개
점유율 : 인천 유나이티드 55%, 경남 FC 45%
코너킥 : 인천 유나이티드 10개, 경남 FC 5개
프리킥 : 인천 유나이티드 14개, 경남 FC 12개
오프사이드 : 인천 유나이티드 1개, 경남 FC 2개
경고 : 인천 유나이티드 2개, 경남 FC 2개

◇ 2018 K리그1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73점 23승 4무 4패 63득점 24실점 +39
2 경남 FC 55점 15승 10무 6패 52득점 37실점 +15
3 울산 현대 52점 14승 10무 7패 49득점 36실점 +13
4 포항 스틸러스 46점 13승 7무 11패 39득점 38실점 +1
5 수원 블루윙즈 43점 11승 10무 10패 44득점 41실점 +3
6 강원 FC 38점 10승 8무 13패 50득점 52실점 -2
7 제주 유나이티드 38점 9승 11무 11패 35득점 40실점 -5
8 대구 FC 36점 10승 6무 15패 39득점 51실점 -12
9 FC 서울 35점 8승 11무 12패 35득점 40실점 -5
10 상주 상무 33점 8승 9무 14패 36득점 45실점 -9
11 전남 드래곤즈 29점 7승 8무 16패 37득점 57실점 -20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27점 5승 12무 14패 42득점 60실점 -18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경남 FC 무고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