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람들은 답답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꿀맛 같은 휴식, 그리고 뭔가 새로움을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그런데 여행에서 가끔은 '끝'이란 단어를 찾습니다. 끝까지 간다는 것은 자신이 정한 목표지를 정복하는 것입니다. 또 그 끝지점에서 새로운 것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유럽대륙의 끝, 호카곶
    
여행자들은 십자가 기념비에서 땅끝을 밟았다는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여념이 없습니다.
 여행자들은 십자가 기념비에서 땅끝을 밟았다는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여념이 없습니다.
ⓒ 전갑남

관련사진보기

경계가 달라지는 끝지점, 거기에서 우리는 어떤 새로운 풍경은 만나게 될까? 이베리아반도의 서쪽에 자리 잡은 포르투갈, 그리고 다시 그 끝자락의 호카곶! 우리는 설렘을 안고 끝을 찾아갑니다.

수도 리스본에서 호카곶까지는 약 40km. 버스는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어느새 차창 밖에는 대서양의 푸른 파도가 펼쳐집니다. 에메랄드 빛 바다를 바라보니 눈이 다 시원해집니다.

옆자리 아내와 나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당신, 유럽과 아시아를 합해 유라시아대륙이라 하는데, 세계 육지의 몇%나 차지할 것 같아?"
"글쎄. 절반정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한 39%라고 하다라고."
"그래? 그럼 우리 지금 그 대륙의 끝을 가는 셈이네!"


호카곶은 유럽대륙의 땅끝입니다. 그 땅끝에서 이베리아반도 최서단 대서양과 만납니다.

우리는 바다로 돌출한 육지를 반도(半島)라 하고, 반도보다 규모가 작은 곳은 곶(串)이라 합니다. 우리가 사는 땅 한반도도 대륙에서 바다로 돌출된 곳이고, 해맞이로 유명한 포항 호미곶 같은 곳을 떠올리면 곶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지각변동에 의해 육지가 침강할 때 골짜기는 만(灣), 산줄기는 반도가 되었고, 그 반도에서 또 돌출된 부분이 곶입니다. 호카곶은 포르투갈 신트라 산지가 대서양으로 뻗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리스본의 바위'라는 호카곶은 높이 144m의 화강암 절벽지대입니다. 그 절벽이 거대한 대양인 대서양과 만났습니다. 
 
푸른 대서양의 파도가 포말의 일으키며 멋진 장관을 연출합니다.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푸른 대서양의 파도가 포말의 일으키며 멋진 장관을 연출합니다.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 전갑남

관련사진보기

 
아찔한 협곡이 있는 호카곶입니다.
 아찔한 협곡이 있는 호카곶입니다.
ⓒ 전갑남

관련사진보기


우리 일행은 땅끝 호카곶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웬걸! 반기는 것은 엄청난 세기로 불어오는 바람입니다. 미친 듯이 몰아치는 바람이 온몸을 휘감습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여행하며 맑은 날씨에 파란 하늘만 보다가 이렇게 거친 바람을 맞서보기는 처음입니다.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바람이 거셉니다.
  
이베리아 반도 땅끝 호카곶에 도착하자 엄청난 세기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키가 큰 풀은 허리가 휠 정도입니다.
 이베리아 반도 땅끝 호카곶에 도착하자 엄청난 세기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키가 큰 풀은 허리가 휠 정도입니다.
ⓒ 전갑남

관련사진보기

거센바람 때문인지 여름 날씨인데도 오슬오슬 한기가 느껴집니다. 우리는 준비한 긴팔 옷과 바람막이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대륙의 끝이 아니라, 바다의 시작이다

호카곶에서 거센 바람을 뚫고 사람들이 한곳을 향해 걸어갑니다. 대륙 '최서단의 땅'이라는 징표가 있는 기념탑에 사람들이 모입니다. 탑 꼭대기에는 십자가가 얹어있습니다. 포르투갈 사람들 90% 가까이 가톨릭신자여서 그런지 기념탑 위에 십자가를 세워놓은 게 인상적입니다.

여행객들은 탑에서 자신이 땅끝을 밟았다는 증거를 남기려는 듯, 저마다 인증샷을 찍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기념탑에는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는 싯귀가 보입니다.
 기념탑에는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는 싯귀가 보입니다.
ⓒ 전갑남

관련사진보기


십자가탑에는 포르투갈이 낳은 유명한 시인 루이스 드 카몽이스의 싯귀가 눈에 뜨입니다. '여기에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Onde a terra acaba e o mar começa)'는 구절입니다. 그 옛날 유럽의 강대국들에 막혀 바다가 탈출구일 수밖에 없었던 포르투갈로서는 호카곶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는 말로 자신들의 열망을 담아놓았을 것입니다.

땅의 끝이 아니고, 바다가 시작점이라고 여겼던 포르투갈사람들. 15세기 열악한 항해술로 모험에 가까운 도전을 그들은 감행하였습니다. 그들의 용기와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바다 건너에는 새로운 뭔가가 있을 것이다'라는 야망 같은 것을 품지 않았을까요. 그런 야망이 대항해시대를 열었던 흔적일 것입니다.
 
호카곶은 아름답고 넓은 정원이 펼쳐져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호카곶은 아름답고 넓은 정원이 펼쳐져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 전갑남

관련사진보기

 
호카곶에는 철철이 꽃이 피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습니다.
 호카곶에는 철철이 꽃이 피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습니다.
ⓒ 전갑남

관련사진보기

호카곶은 북위 38도 47분, 서경 9도 30분으로 우리나라 위도와 비슷합니다. 호카곶에는 아름다운 정원이 가꿔져 여행객들의 발길을 가볍게 합니다. 듬성듬성 피어난 들꽃이 참 아름답습니다. 특히, 사철채송화와 비슷한 풀들이 눈에 많이 뜨입니다. 거센 바람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야생화가 강인한 포르투갈 사람들을 닮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돌담으로 둘러친 경계지점까지 다가갑니다. 아찔한 벼랑에 펼쳐지는 대서양의 푸른 파도가 포말을 일으키며 넘실댑니다. 부서지는 파도는 포효하듯 철석철석 거칠게 절벽에 부딪칩니다.

추락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이 곳곳에 설치되었습니다. 돌담을 넘으면 벌금을 물린다는 글귀가 위험정도를 말해줍니다.
  
초원 위에 그림 같은 붉은 지붕의 등대가 멋들어진 모습으로 서있습니다. 등대는 대서양을 항해하는 배들의 등불이었습니다.
 초원 위에 그림 같은 붉은 지붕의 등대가 멋들어진 모습으로 서있습니다. 등대는 대서양을 항해하는 배들의 등불이었습니다.
ⓒ 전갑남

관련사진보기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등대가 보입니다. 빨간 지붕의 등대는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등대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1772년 처음 불을 밝혔다는 호카곶 등대는 칠흑 같은 어두운 대서양을 항해하는 뱃사람들에게 희망이자 위안이 되었을 것입니다.
 
"등대 아래쪽 건물은 관광안내소인데요, 그곳에서 이곳 땅끝을 왔다갔다는 증명서를 발급해주죠. 공짜는 아니고, 11유로를 받아요. 증명서가 필요들 하세요? 기념탑에서 모두 인증 샷을 날렸는데…."


가이드가 바쁜 일정에 발길을 재촉합니다.

우리는 대륙의 끝에서 눈이 시리도록 푸른 대서양의 물결을 가슴에 담고, 다음 여정인 파티마로 향합니다.

태그:#호카곶, #포르투갈, #이베리아반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