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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수많은 직장인들이 꿈꾸는 퇴사! 새해 첫날 좌천 통보를 받고, 나락으로 떨어지던, 무기력한 40대 회사원이던 제가 딴짓을 하면서 퇴사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과연 퇴사할 수 있을까요? - 기자 말
 
 누구나 다 자비출판보다는 계약금을 받기를 원하고, 책이 출간된 후에는 출판사로부터 다양한 마케팅 지원을 받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누구나 다 자비출판보다는 계약금을 받기를 원하고, 책이 출간된 후에는 출판사로부터 다양한 마케팅 지원을 받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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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기사] "나이가 몇인데 딴짓이야? 회사에서 살아남아야지"

출판사에 원고 투고를 결심하고 내가 도전할 시장 상황을 먼저 살펴 보기로 했다. 출판사들이 운영하는 블로그나 현업에 있는 편집자들의 SNS에서 얻은 정보를 대략적으로 종합해 보니, 출판사의 수가 엄청나게 많기는 하지만 예비저자들이 투고를 하는 출판사는 한정되어 있었다.

누구나 다 자비출판보다는 계약금을 받기를 원하고, 책이 출간된 후에는 출판사로부터 다양한 마케팅 지원을 받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렇다 보니 원고는 규모가 큰 출판사로 모이고, 대형 출판사의 편집자들은 하루에도 수십 통의 원고 투고를 검토한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책을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 출판사 편집자의 말에 따르면 출간된 책의 60% 정도가 초판 인쇄분도 팔지 못한다고 한다. 단 10% 정도의 책 만이 출판사에 이익을 남겨 주는 실정이니, 대형 출판사에서는 쏟아지는 원고 속에서 손실이 나지 않을 원석을 골라내야 한다고 한다.

'내가 지금 여길 뚫어 보겠다고 이를 갈고 있는 거야? 헛된 꿈인가? 아니지! 원고 투고 많이 한다고 벌금 내는 것도 아니고, 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 먹을 필요는 없잖아?'

온라인 서점에서 출판사 50여 개를 찾아 원고 투고할 리스트를 추렸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작성 양식을 참고해 기획서도 만들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내 이력에 '<딴지일보> 필진'이라고 적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마터면 작가 경력란에 '16년차 직장인'만 쓰고 나머지는 공란으로 남겨 둘 뻔했다.

나의 문제점
 

최초 원고 투고를 한 출판사 50곳에서 연락이 왔는데 내용이 대동소이했다. "좋은 글이 지지만 우리 출판사와는 맞지 않는다"는 식의 내용이었고, 이런 메일조차도 받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었다.

'뭐가 문제일까?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무모한 도전이었던 걸까? 아니지. 대학 졸업 후 내가 쓴 이력서가 몇 개더냐. 겨우 50군데 보내 보고 포기라니 말도 안 되지.'

그래도 문제점은 발견했다. 재미로는 다른 글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만은 있었지만, 문을 잘못 두드린 걸 뒤늦게 발견했다. 원고 투고 시 자신의 글과 맞는 출판사에 투고해야 한다는, 너무도 기본적인 사실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이번에는 대형 서점에 직접 나가봤다. 베스트셀러 코너뿐만 아니라 대형 서점의 구석구석을 직접 다니며 내 글을 책으로 만들어 줄 위대한(?) 출판사의 리스트를 다시 작성했다. 역시 X세대라서 그런가. 오프라인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니 내 글과 궁합이 맞을 것 같은 출판사가 눈에 더 잘 들어왔다.

역사 책 코너를 보니 다들 너무나 비슷한 제목의 책들이 별 개성도 없이 평대에 누워 있었다. 설민석, 유시민, 유흥준 작가 정도의 명성이 아니면 사람들의 눈길 한 번 받기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오늘 작성한 출판사 리스트를 들고 다시 책상에 앉았다. 일요일 저녁이었지만 더 이상 월요일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것이 두렵지 없었다. 회사는 나를 여전히 부속품으로 대하고 있었지만, 내가 회사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쩌면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나에게도 꿈이란 것이 생겼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다.

새로 작성한 출판사 리스트에 원고를 투고하기 전 경건한(?) 마음으로 원고들을 다시 살펴봤다. 원고한 함께 보낼 기획서의 책 제목란에 '찌라시 한국사'라고 적었다. 글을 서술하는 방식이 마치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 것 같으니 '찌라시 한국사'라고 하면 어떻겠냐는 지인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이름이다.

분명히 호불호가 갈릴 제목이다. 하지만, 일차적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제목보다는 내용이 자신이 있었다. 역사 콘텐츠기 때문에 글 쓰는 시간보다 사실 확인을 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 덕분이다.

만약 출판사와 계약을 하게 되면 전문가 집단인 출판사 편집부에서 더 나은 제목을 논의하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랐다.

하나의 메일에 여러 출판사 메일주소를 함께 넣지 않았다. 각 메일마다 출판사의 이름을 적었고, 출판사가 지향하는 바에 부합되는 문구 한 마디라도 적어서 최선을 다해 메일을 보냈다.

어느새 새벽 1시를 지나고 있었다. 회사 일로 밤 10시까지 야근을 하게 되면 입에서 온갖 상스러운 말이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너무나 즐거운 마음으로 월요일 새벽을 맞이 하고 있었다.

작가가 되는 것인가
 
 몇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너무나 감사하다고. 행복하다고. 꿈만 같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몇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너무나 감사하다고. 행복하다고. 꿈만 같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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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출근길. 소풍 같은 길은 아니었지만 더 이상 지옥행 열차를 타는 기분은 아니었다. 월요일 회의를 마치고 한숨을 돌리고 나니, 저장이 안 된 번호로 전화가 왔다.

"김재완 선생님 되시죠? 여기 출판사입니다. 저희 쪽으로 어제 원고 투고하셨죠? 글이 아주 좋던데, 오늘 당장 좀 만날 수 있을까요?"

상대는 교양미가 마구 느껴지는 50대의 남자였다. 대표가 직접 전화를 건 것이다.

"아! 우선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제가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혹시 오늘 퇴근 후에 찾아뵈어도 될까요?"

"회사원이세요? 글이 아주 독특해서 난 골방에 처박혀 글만 쓰는 20대 젊은이인 줄 알았는데. 허허허."

그렇게 품격이 마구 느껴지는 출판사 사장님과 퇴근 후 만나기로 했다. 아내와 가까운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나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루가 국방부 시계보다 더디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 출판사는 예술과 낭만이 넘치는 거리에 위치한 소규모 출판사였다. 평소 아내와 자주 가는 곳이라 발걸음은 더욱 가벼웠다. 그런데, 출판사 건물 앞에 도착해보니 생각보다 더 열악한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재건축이 시급해 보이는 5층짜리 건물에 맨 꼭대기 층이었다.

대표님께서는 내가 직장을 다니면서 이런 글을 썼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셨고, 대단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더 하자고 했다. 대표님과 제주 흑돼지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에 반주를 마셨다. 밥이 콧구멍으로 들어가도 모를 지경이었다. 자리는 2차까지 이어졌다. 맥주까지 어느 정도 드신 후 대표님은 드디어 내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그 말을 했다.

"김 선생! 우리랑 계약합시다. 그리고 김 선생은 직장생활을 오래 했으니 다음 책은 직장인의 삶과 애환을 다룬 책으로 나랑 또 합시다."

다음 날이 설 연휴를 앞둔 마지막 출근 날이라 밤 10시에 자리를 마쳤다. 나는 대표님에게 몇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너무나 감사하다고. 행복하다고. 꿈만 같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김 선생! 자신감을 가져요. 아주 괜찮은 글이야. 내가 멋진 책으로 만들어 줄게. 명절 연휴 잘 보내고 올라와요. 계약서는 설 지나고 다음 날 사무실에서 씁시다. 연휴 마치고 첫 출근 날 오전에 내가 연락할게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와 아내는 이 소식을 처가와 친가 양쪽에 전했고 명절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명절 마지막 날 나는 아내에게 솔직한 속내를 이야기했다.

"솔직히 출판사가 좀 더 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 그러면 마케팅 비용도 많이 책정될 테고... 혹시 대형 출판사에서 연락이 올지도 모르니까 그 출판사에서 내일 계약하자고 해도 조금 미뤄둘까?"

"난 그 생각에는 절대 반대야. 어려울 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을 뿌리치면 벌 받아. 또 그렇게 계약을 미루다가 다른 출판사에서 연락이 안 오면 어쩌려고 그래."


아내의 말에 동의를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내일 오전이라도 좀 더 큰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행복한 고민을 하며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런데, 다음 날 오후 3시가 되도록 그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지를 않았다. 나는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어제 품은 나의 건방진 생각에 신이 벌을 내리신 걸까? 

그날은 고향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었다. 1차를 마칠 때쯤 출판사 사장님으로부터 장문의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가 너무 긴 게 불안했다.

내용인즉슨 나는 김 선생의 원고가 너무나 맘에 들지만, 편집장의 반대로 계약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역사하면 설민석이고, 글의 특성상 그림이나 삽화가 들어가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가 없다고 했다.
 
 2주 넘도록 원고 투고는 물론이고 글도 쓸 수가 없었다.
 2주 넘도록 원고 투고는 물론이고 글도 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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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로부터 좌천 통보를 받았을 때보다 더한 충격이 몰려왔다. 맥주 한 잔만 마셔도 취하는 나는 술을 연거푸 들이켜기 시작했고, 새벽 3시까지 멈출 수가 없었다. 친구들은 너무나 실망한 내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세상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 같았다. 집에 도착하니 시간은 새벽 5시를 향하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옆에 있어 준 친구가 택시를 잡아주면서 위로를 했다.

"친구야! 더 좋은 출판사랑 계약하라는 신의 계시일 거다. 기운 내라."

극한의 좌절감에 빠져 있을 때 타인의 위로는 공허한 메아리밖에 될 수 없다. 회사생활 17년 만에 처음으로 결근을 했다. 이날 이후, 2주 넘도록 원고 투고는 물론이고 글도 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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