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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성훈 인천시교육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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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면 교육과 의료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이 말에 도성훈(58) 인천광역시 교육감의 교육철학이 응축돼 있다. 그가 내건 공약이긴 하지만, 곧 다가올 인천교육 미래인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상기됐다. 본인이 교육계에 몸담고 있을 때 무상교육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장학사업회 상임이사로 활동했던 것도 이런 교육철학의 연장선이다.

그는 "교육감은 '지위'가 아니라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수직적인 관계보다 수평적인 관계에서 일을 풀어가겠다는 뜻이다. 교육감에 취임한 뒤 책상 위의 명패를 없애고, 교육감실 벽을 투명유리로 바꾼 것도 그런 의지의 표현이다. 다만, 지향점에 대해서는 철저하다. "교육행정의 바탕에는 교육철학이 있어야" 하고, "교육청은 온전히 학교를 지원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천교육의 수장인 그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는 '신도심-원도심 간의 교육격차 해소'다. '격차 해소'는 비단 도 교육감만이 아니라 박남춘 인천시장의 고민이기도 하다. 신도심에서는 학교 신설과 증·개축, 원도심에서는 학교 이전과 재배치하는 상반된 과제가 도 교육감에게 주어져 있다. 지난 11일 송도·청라 지역에 학교 7곳을 신설하는 사업 계획이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해 다소 숨통의 트였다.

인터뷰 내내 도 교육감이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우리', '인천', '미래'였다. 그건 교육공동체의 가치, 내가 발딛고 서 있는 현실,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이었다. 도 교육감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고민의 핵심이 말로 드러난 것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애초에 내건 교육공약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안타깝게 생각했다. 정시 확대로 방향을 잡은 대입제도나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에 소극적인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도 교육감은 "남북교류협력 시대를 맞아 더 많은 기회와 혜택이 주어지는 곳이 인천"이라고 확신한다. 그런 점에서 인천교육은 아이들이 세계 전문가로 자라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특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정부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에 투자하고, '교육도 복지'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한다. 

도성훈 교육감과의 인터뷰는 지난 7일 오후 4시 인천시교육청 교육감실에서 진행됐다. 아래는 도 교육감과의 일문일답이다.

"지금이라도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해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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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광역시 교육감에 취임한 지 약 3개월가량이 지났는데 소회가 어떤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후보 시절 때부터 인천교육의 문제점을 확인하는 과정 속에서 여러 가지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됐다. 원도심과 신도심의 교육 격차와 교육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나,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시교육청과 교육지원청 등 행정 조직의 학교 지원 방안, 교육비전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문제 등 수많은 과제들이 놓여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 전교조 해직교사(89.8.1~94.2.28) 출신이고, 전교조 인천지부장을 두 차례나 역임했다. 다른 전교조 출신 시·도교육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보수 언론이나 보수 인사들이 이념편향성을 지적하며 우려를 표명했는데. 
"지난 선거과정에서도 '전교조에게 (인천교육을) 맡길 수 없다'는 부정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펼친 후보도 있었다. 제가 이념편향적이었다면 이토록 많은 시민들이 지지하고 저를 선출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제가 내건 공약들이 인천시민들에게 보편성을 가졌기 때문에 저를 뽑아주었다고 생각한다. (저를 교육감으로 선택한 데에는) 과거 차별교육이나 서열화교육 대신에 미래 가치와 역량을 길러내는 미래 혁신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라는 (시민들의) 명령이 담겨져 있다. 그걸 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저를 이념편향적이라고 말씀하신 분들이 오히려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시기가 됐다. 과거 권위적이었던 독재정권 시절에 전교조를 이념적으로 공격했는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과거와 같이 케케묵은 낡은 방식의 이념 공격은 인천교육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논쟁은 더이상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최근 교육계 현안이기도 한데, 촛불정부가 들어서면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가 정권 초기에 풀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안타깝게 생각한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취임했을 때만 해도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라던가, 혁신교육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학 입시제도도 정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교육개혁이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금이라도 전교조 법외노조를 취소해서 문재인 정부가 애초 내건 교육공약을 실천하길 바란다."

- 이력을 보니 '2009년 참교육장학사업회 결성 및 상임이사'라고 돼 있는데, 어떤 단체인가.
"지금은 모임을 할 수 없어서 활동이 잠시 중단된 상태다. 아이가 태어나면 교육과 의료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수십 년 동안 교육운동을 해왔다. (교육과 의료를 국가가 온전하게 책임지기 전까지) '어려운 아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거냐'는 고민이 있었다. (그런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장학사업회를 만든 것이다.  

지난 2006년에 선생님 한 분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그 분의 남편께서 장례를 치른 뒤에 전교조 인천지부에 200만 원을 기부하면서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당부했다. 당시 제가 인천지부장을 맡고 있었다. 고인의 뜻을 살리기 위해 2년 넘게 논의하고, 2009년에 종잣돈을 만들기 시작했다. 100만 원씩 100명이 약정을 해 두 달만에 1억 원을 모았다. 선생님과 학생, 시민들 600여 명이 참여해 지금까지 2억2000만 원가량이 모였다. 이 자리를 빌어 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 인천시장은 물론 인천시의회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절대 다수다. 협치에 유리한 상황이지만, 자칫 잘못했을 경우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도 상당할 텐데.
"(6·13 지방선거 결과로) 협치의 좋은 조건이 만들어진 건 큰 강점이다. 이번에 송도 학교 부지 확보를 위해 박남춘 인천시장과 함께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지금 중앙투자심사위원회(중투)에 올려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얽혀있던 문제들을 협치를 통해 풀어나가기 좋은 조건이다.

교육청뿐만 아니라 시청, 시의회, 구의회가 함께 인천교육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논의하고, '교육공동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교육이 지금까지 지체돼 왔지만, 질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은 것이다. 그런 강점을 제대로 살려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반면에 그런 좋은 조건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하지 못하면 온전히 우리 탓이 된다.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천해나가야 한다."

'신도심-원도심의 교육격차' 해소 방법은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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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구·신도심 사이 교육 불평등 문제, 해결책은? 7일 오후 인천광역시교육청에서 도성훈 인천광역시 교육감을 만나 인천 구·신도심 사이 교육 불평등 문제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취재 : 이한기 선임기자·영상취재 : 정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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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는 신도심과 원도심 간의 교육격차 해소다. 송도·청라·영종 등 신도심은 과대학교·과밀학급 문제로, 원도심에서는 낙후된 교육환경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송도·청라·영종과 같은 새로 개발된 지역에서는 갑자기 늘어난 학생들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과대학교·과밀학급 문제가 발생됐다. 취학 연령에 맞춰 제 때에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학교를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서 유치원을 포함해 12개 학교를 신설할 수 있게 해달라고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2021년, 2022년에 개교 예정인 학교들이다. 그때의 취학 연령 수요에 맞춰서 계획한 것이다. 미리 준비해야 신도심 주민들의 자녀들이 제때 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 도성훈 교육감과의 인터뷰 이후인 지난 11일 인천 송도·청라 지역에 학교 7곳을 신설하는 사업 계획이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다. 이로써 인천 신도심의 과대학교·과밀학급 문제 해소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 원도심의 교육격차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가.
"원도심에서도 학생 수가 늘어나는 일부 지역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통·폐합하거나 이전·재배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처럼 인천은 지금 (신도심과 원도심의) 상반된 교육 과제들이 놓여있다. 어느 지역에서는 신설과 증·개축을, 어느 지역에서는 학교 이전과 재배치를 고민해야 한다. 이건 교육의 하드웨어적인 측면이다.

아이들 교육문제 때문에 원도심을 떠나려고 하는 젊은 학부모들이 있다. 교육환경을 개선해 그 분들을 계속 원도심에 정착하게 만드는 게 또다른 과제다. 인천에서 지역균형 발전교로 111곳을 선정해 5개년 동안 지원할 계획이다. 제 임기 4년 동안 100억 원가량을 투입해 더 어려운 지역에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하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덕적도라든가 영흥도, 백령도 등 도서지역의 교육환경 개선 문제도 세심하게 준비하고 있다."

- 학교폭력 문제는 난제 중에 난제다. 학교폭력 문제의 본질이 무엇이며, 어떤 원칙과 기준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가.
"교육감 후보 시절에 3대 교육적폐 가운데 하나로 학교폭력을 꼽았다. 학교폭력의 원인이 단순히 아이들 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차별적인 사회, 서열화교육으로 아이들이 민주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에 자기가 속해있는 구성원들과의 관계에서도 배려와 존중을 체화하지 못했다. 학교가 부모같은 역할을 하고,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자기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

학교폭력은 일어나고 난 뒤에는 법적인 처리 절차만 남기 때문에 철저히 예방 중심이어야 한다. 학교폭력이 발생해 법적인 처리 절차 과정을 밟을 때도 교육적인 관점이 중요하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다시는 그런 일을 하거나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회복적 생활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교사와 교장을 모두 경험해봤기 때문에 교육현장을 잘 아실텐데, 어떻게 해야 교사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보는가.
"우리 학교가 과거와 같은 모습이 아니고 많이 변했다. 선생님들이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 (학교 안으로) 너무 많이 들어와 있다. 선생님들에게 그런 것까지 모두 책임지라고 한다면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선생님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수업하는 것이고, 상담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입시 중심 서열화교육 속에서, 늘어나는 업무 속에서 선생님들이 그런 (교육의 본질적인) 역할에만 집중할 수 없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모든 걸 다 해주길 바라는 학교 밖의 요구도 있다. 학교 안 현실과 학교 밖 여론의 간극이 넓어질수록 우리 교육은 불행한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저는 학교 안과 밖의 현실이나 여론의 간극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생님들의 잡무를 줄여 학교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정책들이 필요하다. 또한 아이들을 지역사회가 함께 교육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실천해야 한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온전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열중하고, 상담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일에 전념하게 해야 한다. 이건 (학부모이기도 한 학교 밖) 시민들이 함께 해야 가능한 일이다."

- 도성훈 교육감께서 제시한 인천 교육비전 '삶의 힘이 자라는 우리 인천교육'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삶의 힘이 자라는 우리 인천교육'에서 '삶의 힘'은 '역량(力量)'을 순우리말로 바꿔놓은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역량을 가져야 미래를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협업하고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을까, 창의적인 능력과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까, 정보분석과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 미래가치를 키울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이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삶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결국 우리는 '삶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키우다', '기른다'는 것은 수동적인 의미다. 그런데 '자란다'는 건 능동적인 의미다. 아이 스스로가 자기의 꿈을 만들어나가고 그 꿈을 스스로 이뤄나갈 수 있도록 우리 선생님과 시민들이 함께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에서 '자란다'는 표현을 썼다. 

'우리'라는 것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공동체성을 말한 것이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소통이 필요하다. 소통을 통해 학교나 이를 지원하는 교육청이 민주적인 조직문화를 이뤘을 때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민주를 생활 속에서 체득할 수 있는 공동체 교육이 이뤄지는 곳이 인천이라는 의미로 '우리 인천교육'을 강조한 것이다."

"보편적 복지에 주목하고, '교육도 복지'란 관점 가져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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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배움학교, 왜 중요한가? 7일 오후 인천광역시교육청에서 도성훈 인천광역시 교육감을 만나 행복배움학교와 인천교육비전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취재 : 이한기 선임기자·영상취재 : 정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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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과 경기보다 인천의 혁신학교 진도가 늦었다.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의 지향은 무엇인가. 
"인천의 혁신학교가 서울이나 경기에 비해 늦게 출발한 건 사실이다. (공립형) 혁신학교는 애초 경기도 남한산초등학교에서 시작됐다. '폐교 위기에 놓여있는 남한산초등학교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겉으로 보면 그렇다. 저는 혁신학교가 우리 교육운동 역사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교육의 지향점이 혁신교육으로 나타난 것이다.

전국적으로 1000개 이상의 혁신학교가 탄생했고 성과를 낳고 있다. 인천은 진보교육감이 늦게 들어섰기 때문에 혁신학교도 늦게 출발했다. 대신에 먼저 출발한 지역에서 나타났던 시행착오를 단축시킬 수 있다고 봤다. 물론 그런 점도 있겠지만, 교육이란 건 비약이 없어서 과정 속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요인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근무했던 동암중학교가 행복배움학교인 인천형 혁신학교였다. 1기는 기존의 공교육 체제를 그대로 갖고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입시체제에서 벗어나서 미래 혁신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교육 정상화의 모델 학교였다고 할 수 있다. 

혁신학교 1기에서는 교육정상화 학교 모델로서 갖춰야될 몇 가지 공통적인 요소들이 있었다. 민주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학생자치 활동과 학부모 참여 활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 수업의 변화를 어떻게 가져올 것인가, 교육과정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이런 '틀'을 만드는 일을 4년 동안 지속했다. 2기에서는 미래가치를 담는 교육과정을 혁신학교에서부터 먼저 시작해야 한다."

- 인천은 지리적으로 북한과 맞닿아 있어 남북관계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남북교류협력 시대를 맞아 인천교육이 해야 할 주요한 일은 무엇인가.
"지금의 시대정신은 자치와 분권, 남북평화화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남북관계가 평화와 화해로 나아갈수록 더 많은 기회와 혜택이 주어지는 곳이 인천이다. 그래서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4월 27일이 '대한민국이 물고기에서 용이 되는 날'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남·북·중·일, 동북아시아의 관계를 잘 알고 풀어나갈 수 있는 사람이 앞으로 세계의 전문가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천은 세계 전문가들을 교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그런 특화된 인천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한다. 고교 무상교육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어떻게 실천할 계획인가.
"앞서도 말했듯이 인구 절벽시대를 맞아 교육과 의료는 더욱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교육운동을 하는 과정 속에서 무상교육 시대가 다가왔다는 게 굉장히 감격스럽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필수다. 교육청은 자체 예산이 별로 없다. 그래서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나오는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가장 핵심은 중앙정부나 지자체와의 협치다. 지금은 과거처럼 다리를 하나 놓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에 주목하고, '교육도 복지'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도 학생은 우리 시민의 자녀들이고, 학교 안에 있건 밖에 있건 간에 모든 아이들은 인천의 아이들이고 대한민국의 아이들이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교육청을 비롯해 (인천시와 군·구 등) 지자체, 시·구 의회 등과 교육공동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 과정 속에서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비용 분담을 논의하고 있다. 제 생각과 박남춘 인천시장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협치의 좋은 조건을 만들어준만큼 거기에 화답해야 하고, 인천교육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꼭 만들어야 하는 게 저희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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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도성훈 인천광역시교육감의 생각은? 7일 오후 인천광역시교육청에서 도성훈 인천광역시 교육감을 만나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취재 : 이한기 선임기자·영상취재 : 정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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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청의 관료적이고 권위적인 문화를 바꾸겠다고 했는데. 지난 3개월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
"교육감은 '지위'가 아니라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청은 교육행정을 하는 곳이고, 교육행정의 밑바탕에는 교육철학이 있어야 한다. 교육행정을 할 때 돈을 한푼 쓰더라도 이게 교육적으로 타당한가, 아닌가 잣대를 대봐야 한다. 시의 행정과 교육청의 행정은 다르다. 직원들에게도 그렇게 얘기한다. 

그동안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변화할 수 있다, 변화하겠구나, 변화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구나, 이런 것들을 느꼈다. 지난번 간부들과 하루종일 워크샵을 했다. 각자 맡은 역할은 다르지만, 공동의 목표가 있다. 교육비전을 공동의 목표로 함께 공유하고 그 목표를 향해서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때 교육청도 변화할 것이다. 그 변화는 온전히 학교를 지원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교육비전을 공유하면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세심하게 소통하려고 한다."

- 문재인 정부가 통일·외교 분야에서는 긍정적인 평가와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교육 분야에서는 부정적인 평가와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문재인 정부가 애초에 내건 교육공약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한다. 저도 교육감 선거 때 그러한 내용의 교육공약을 많이 내세웠고, 실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기대한 것만큼 교육공약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대입개편안과 관련해 정시확대라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교육개혁이)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와 안타까움이 든다.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작업 때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됐어야 한다. 특히, 교육 전문가인 현장 교사의 목소리를 많이 반영했어야 하는데도 그런 게 빠져 있었다. 이런 점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최근 제주도에서 열린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도 그런 문제의식 아래 현장교사를 중심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견까지 수렴해서 대학입시안을 만들자고 했고, 준비에 들어갔다.

국가교육회의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계속 간다고 하면 무의미하다. 처음에는 사회적인 합의기구라고 해서, 시민단체라든가 교육개혁에 적극적인 의지가 있는 분들이 주축이 돼서 만들자고 했는데, 결국에는 국가교육회의로 갔다. 지금 국가교육회의는 식물기구로 전락해버린 게 아닌가 싶다.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 그러면서도 대입제도 공론화 결과는 이렇게 (엉뚱하게) 나오고. 그런 부분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기대와는 달리 존재감 없이 교육 문제만 표류시키다 끝났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 새로운 교육부 장관 후보에 유은혜 의원이 지명됐다. 아직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았지만, 교육부 장관의 임기를 시작한다면 어떤 당부의 말을 전하고 싶은가.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을 잘 실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그동안 우리 교육이 본질에서 벗어나 '어느 대학에 갈 것인가'라는 선발에 집중하다보니까, 마치 대학 가는 선발기준에 맞춰 진행되는 게 교육인 것처럼 인식돼 왔다. 그건 철저히 뽑는 자의 입장에서만 교육의 변별력을 가질 것이다. 그런 탓에 대학이 좀더 좋은 성적의 아이를 어떻게 뽑을 것인가에 초·중등 교육이 종속돼왔다. 

새 장관께서는 우리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교육 관계자들과 함께 재점검하기 바란다. 또한 초·중등 교육의 정상화 상을 함께 만들고, 정상화된 교육이 전문교육, 즉 대학교육으로 연결될 수 있는 통로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줄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을 펴나갔으면 좋겠다. 또한 지금까지 많이 지적돼왔던 내실없는 교원평가나 갈등을 부추기는 성과급 문제도 개선하길 바란다. 또한 교육개혁의 동반자인 전교조의 법외노조 취소도 서둘러야 한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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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진보교육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재미있으면서도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겠다. 오마이뉴스에서 이런 자리를 만든다면 어떤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
"(웃으며) 오마이뉴스가 그런 자리를 만들어준다면 당연히 나간다. 그 자리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미래 혁신교육을 어떵게 해나갈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만들어야 하고, 어떤 방향의 교육정책을 펼쳐야 할 것인가를 얘기해보고 싶다. 이와 더불어 대학선발 기준에 맞춘 교육의 문제점, 미래의 역량과 가치를 만들어 전문교육으로 나갈 수 있는 진로진학 정책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

- 인천교육의 책임자로서 인천시민들께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면 말씀해달라.
"'삶의 힘이 자라는 우리 인천교육'이라는 비전은 저 혼자서만의 힘으로는 실현시킬 수 없다. 인천시민들이 함께 해야만 가능하다. 이러한 비전을 통해 '미래혁신교육도시' 인천, '교육으로 행복한 도시' 인천, '세계 전문가를 기르는' 인천으로 나갈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주셨으면 좋겠다."

태그:#인천시교육청, #인천시교육감, #도성훈, #교육청,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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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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