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설명하는 전양준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자회견에 참석해 영화제 프로그램 및 진행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설명하는 전양준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자회견에 참석해 영화제 프로그램 및 진행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유성호


상영작품은 늘었고, 보이콧은 철회됐다. 안팎으로 복잡했던 환경은 지난 지방선거 이후 대부분 정리됐다.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정신을 가슴에 새기며 다시금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올라갈 일만 남게 됐다. 남겨진 과제는 재도약 뿐이다.

올해 23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가 4일 오후 서울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의 주요 상영작을 발표했다. 2014년 이후 정치적 외압에 영화제가 심하게 흔들렸던 것을 만회하겠다는 각오가 작품 숫자에서 드러났다.

올해는 예년보다 10% 이상 늘어난 79개국 323편을 상영한다. 평균적으로 최대 300편 정도를 상영하던 것에 비하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이날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프로그래머 충원 등으로 2~3개월 늦게 준비해 욕심내지 않고 안정적인 운영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작품 수에서 그간 하락한 위상을 만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아시아영화를 담당하고 있는 성지혜 프로그래머는 "올해 '부산클래식' 등 새로운 프로그램이 생겨나면서 작품수가 늘었다"고 말했다. 부산클래식은 예술적, 영화사적 가치가 높은 작품을 상영하는 신설 부문으로 모두 13편을 상영한다.

거장 오손 웰드의 미완성 유작으로 최근 완성돼 베니스영화제에서 선보인 <바람의 저편>을 비롯해 스웨덴 거장 잉마르 베리만의 <제 7의 봉인>, 첸 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와 배우로 참여한 <영춘각의 풍파> 등을 상영한다.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위), 폐막작 <엽문 외전>(아래)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위), 폐막작 <엽문 외전>(아래) ⓒ 부산영화제


개막작은 해외 영화제 등에서 주목받고 있는 윤재호 감독의 신작 <뷰티풀 데이즈>로 탈북민에 관한 이야기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두 번의 가족 해체를 통해 가족이 복원되는 작품으로 시의적절하게 탈북민을 다뤘다"라고 개막작 선정 이유를 밝혔다. 3년 연속 한국영화가 개막작을 장식하는 것도 특별하다.

폐막작으론 홍콩영화 <엽문 외전>이 선정됐는데, 견자단의 <엽문> 시리즈 스핀오프(이전에 발표되었던 영화, 드라마 등의 등장인물이나 상황에 기초하여 새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 작품이자 홍콩정통무술영화다. 진지한 탈북민 이야기로 문을 열고 호쾌한 무협영화로 영화제 끝을 장식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혹평 논란 <인랑>도 상영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상영되는 장률 감독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 관금붕 감독 <초연>, 츠카모토 신야 감독 <킬링>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상영되는 장률 감독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 관금붕 감독 <초연>, 츠카모토 신야 감독 <킬링> ⓒ 부산영화제


거장 감독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에선 예년보단 다소 적은 3편을 상영한다. 장률 감독의 <거리를 노래하다>, 홍콩 관금붕 감독의 <초연>, 일본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킬링> 등이다. 한중일을 대표하는 3인 감독으로 구성됐다.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이전보다 작품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 "감독들이 직접 올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분들이 있어 줄었다"라고 밝혔다. 갈라 프레젠테이션 작품들은 감독과 배우가 공식 기자회견을 한다.

경쟁인 뉴커런츠에선 10편의 영화가 모두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이 중 한국 작품이 3편을 차지하고 있고 부탄·네팔 공동제작 작품과 키르기스스탄, 스리랑카 작품이 눈에 띈다. 한국 작품은 김보라 감독의 <벌새>와 박영주 감독의 <선희와 슬기>, 권만기 감독의 <호흡> 등이다.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에서는 이창동 감독의 <버닝>, 이준익 감독의 <변산>, 박훈정 감독의 <마녀> 등과 올 여름 성수기 흥행시장에 나섰던 <공작>, <신과 함께-인과 연>, <인랑>이 상영된다. 상영 당시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혹평에 시달렸던 <인랑>의 상영이 눈에 띈다.

주로 신작들이 모인 '한국영화의 오늘-비전'에서는 이옥섭 감독의 <메기>, 차성덕 감독의 <영주> 등 10편이 상영된다. 대부분이 월드 프리미어로 부산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되지만 유일하게 한가람 감독의 <아워 바디>는 프리미어 작품이 아닌데도 선정됐다.

<아워 바디>는 9월 6일 개막하는 북미 최대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으로, 프리미어 조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최고인 부산영화제에 선정되며 주목받는 한국영화로 부상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강세
 토론토영화제에 초청된데 이어 부산영화제에서도 상영되는 한가람 감독의 <아워 바디>. 최희서 배우가 출연한다.

토론토영화제에 초청된데 이어 부산영화제에서도 상영되는 한가람 감독의 <아워 바디>. 최희서 배우가 출연한다. ⓒ 한국영화아카데미


한국영화 상영작 중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선전은 올해도 두드러졌다. <아워 바디> 한가람 감독 외에 뉴커런츠 후보인 권만기 감독의 <호흡>도 한국영화아카데미 작품이다. 비전에 초청된 안주영 감독의 <보휘와 녹양>, 단편경쟁에 오른 오성호 감독의 <눈물>, 애니메이션 쇼케이스에 소개되는 장형윤 감독의 <애니메이션 마왕의 딸 이리샤> 등도 마찬가지다. 장편과 애니메이션은 2년 이상 작업한 결과물인데, 올해 영화제에서도 한국영화아카데미 돌풍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아시아영화에선 중국 거장들의 작품이 많이 소개된다. 장이모우 감독의 <무영자>, 지아장커 감독의 <애쉬>, 대만 차이밍량 감독의 <너의 얼굴> 등이다.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를 통해 부산영화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아시아의 거장들도 어김없이 부산을 찾는다. 필리핀 브릴란테 멘도자 감독의 <알파>, 이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3개의 얼굴들>, 인도네시아 가린 누그로호 감독의 라브 디아즈 감독 <내 몸의 기억들> 등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지난해 타계한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부재로 인해 아시아 영화 선정에 어려움이 있지 않냐는 우려도 있었으나, 김영우 프로그래머는 "지난해와 올해가 이어지면서 20년 넘게 도와주시던 분들이 같이 마음을 모아서 도움을 주시려고 하셨다"며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몇 년 동안 관심을 보여 왔던 지역은 지속적으로 이를 확장해 나가겠다"면서 "개막작이라든가 중앙아시아 프로그램 등은 더 많은 노력을 해서 이어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월드시네마에서는 <위플래시>와 <라라랜드>로 주목받은 데미언 차젤의 <퍼스트맨>과 다큐멘터리계의 영원한 반항아 미국 마이클 무어 감독의 코믹 다큐 <화씨 11/9>가 주목받는 작품이다. 누벨바그의 거장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이미지 북>,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선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살인마 잭의 집>도 관객의 관심을 끌 만한 영화들이다.

촛불다큐 <광화-촛불로 역사를 피우다>, 5월 광주 다큐 <김군>
 와이드 앵글에서 상영되는 촛불 다큐 <광화-촛불로 역사를 피우다>, 5.18 다큐 <김군>

와이드 앵글에서 상영되는 촛불 다큐 <광화-촛불로 역사를 피우다>, 5.18 다큐 <김군> ⓒ 부산영화제


올해도 사회적 이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다큐멘터리들이 많이 포진했다. 2010년 <청계천 메들리>로 부산영화제에 등장했던 박경근 감독은 <군대>로 다큐멘터리 경쟁에 나선다. 한국 남자들의 군대 악몽과 집단주의를 시니컬하게 묘사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영화다. 정일건 감독은 <나의 노래 : 메아리>를 내놓는다.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의 40년 역사를 구성한 작품이다.

강상우 감독의 <김군>은 5.18 광주민중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만원씨가 5·18 항쟁을 배후에서 주동한 북한군, 이른바' 광수 1호'라고 주장한 사람에 대해 사진 속 단서들을 토대로 청년의 행방을 추적하는 작품이다.

<광화-촛불로 역사를 피우다>는 부패정권에 저항해 정권교체를 이루며 한국 민중의 힘을 보여준 2016~2017년의 촛불집회 과정을 정리하고 현재적 의미를 점검하는 작품이다. 촛불 다큐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영화평론가 정성일 감독이 연출한 <녹차의 중력>과 <백두 번째 구름>은 임권택 감독의 인생과 영화 <화장>의 제작 과정을 담았다.

지난해 폐막식에서 당시 서병수 시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스타로 부상한 박배일 감독은 신작 <라스트 씬>을 내놓는다. 배우이자 감독인 추상미의 다큐 <폴란드로 간 아이들>도 관심을 모으는 작품이다.

평소 다큐멘터리 경쟁에 오르는 한국 작품은 4편 정도였는데 올해는 6편으로 늘어난 것도 특징적이다. 와이드 앵글을 맡고 있는 허경 프로그래머는 "좋은 작품들이 많아 다큐멘터리 경쟁 작품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전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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