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아스널 올 시즌 새 감독 체제로 탈바꿈한 첼시와 아스널이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 첼시-아스널 올 시즌 새 감독 체제로 탈바꿈한 첼시와 아스널이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프리미어리그가 빅6 체제로 굳어진 이후 상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지난 시즌 첼시와 아스널은 각각 5위, 6위에 머무르며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성적 부진을 이유로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첼시는 리그 우승 1회, FA컵 우승 1회를 이끈 안토니오 콘테와 2년 만에 계약을 해지했고, 아스널은 장기집권 중이었던 아르센 벵거과 작별했다. 첼시는 후임으로 마우리시오 사리, 아스널은 우나이 에메리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리빌딩에 나섰다.

첼시의 사리볼, 시즌 초반 4연승 행진

사리 감독은 지난 시즌 나폴리에서 매력적인 축구를 구사하며 유벤투스의 독주를 위협했다. 결국 유벤투스의 세리에A 6연패를 저지하는 데 실패했지만 나폴리를 리그 우승에 근접한 팀으로 변모시키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첼시는 다소 수비적이고 실리적인 전술의 콘테 대신 같은 이탈리아 국적이면서 역동적인 축구를 펼치는 사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첼시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우승후보로 분류되지 않았다. 조르지뉴, 케파 이외에는 즉시 전력감으로 여길 만한 선수 영입이 이뤄지지 않았고, 프리미어리그에 익숙하지 않은 사리 감독의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첼시는 시즌 초반 경쾌한 행보를 거닐고 있다. 개막 후 4전 전승. 첼시를 비롯해 리버풀, 왓포드 등 3팀만 4연승을 내달리고 있다. 첼시는 4경기 동안 10득점 3실점을 기록, 안정적인 공수 밸런스와 다이나믹한 경기력으로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2라운드 아스널전에서 측면 수비 뒷 공간을 여러 차례 노출하며 2골을 내준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경기에서는 대체로 큰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았다. 사리볼의 가장 큰 특징은 높은 볼 점유율과 세밀한 빌드업, 높은 숏패스 비율이다. 키 플레이어는 단연 조르지뉴다. 나폴리 시절 조르지뉴를 효과적으로 쓴 사리 감독은 첼시에서도 포백 라인 바로 윗 지점에서 빌드업의 중책을 맡겼다.

조르지뉴는 올 시즌 EPL에서 가장 많은 총 384개의 패스를 성공시켰다. 2위 맨체스터 시티의 센터백 아이메릭 라포르트(351개)보다 33개가 많다. EPL의 패스 성공수 Top15 가운데 무려 6명(조르지뉴, 다비드 루이스, 안토니오 뤼디거,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 마르코스 알론소, 은골로 캉테)가 첼시 소속이다.

조르지뉴가 3선에서 양질의 패스를 뿌려준다면 캉테는 평소와 비교해 엄청난 활동량과 공격 가담을 보여주고 있다. 페널티 박스로 쇄도하는 빈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왼쪽 풀백 마르코스 알론소도 마찬가지다. 4경기 동안 1골 2도움뿐만 아니라 12개의 슈팅을 시도했다. 2라운드 아스널전에서는 천금의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또, 첼시는 EPL 20개 팀 가운데 경기당 평균 64.7%의 볼 점유율로 맨시티(65.8%)보다 근소하게 낮은 2위를 기록 중이다. 슈팅수도 경기당 평균 19개로 22.8개를 시도한 맨시티 다음으로 높다.

'에이스' 에덴 아자르는 2018 러시아 월드컵 후유증으로 1, 2라운드에서 후반 교체 투입됐지만 3라운드부터 선발 출전하며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2골 2도움)을 기록했다. 첼시가 수비에서 공격으로의 빠른 전환이 가능한 이유는 아자르의 전진성 덕분이다. 미드필드에서 페널티 박스까지 속도감 있는 드리블 돌파로 공격의 활로를 열고 있다.

4경기에서 3골을 터뜨린 페드로 로드리게스의 부활도 첼시 팬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간결한 볼 처리와 패스 앤 무브, 영리한 공간 침투를 통해 사리볼 공격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에메리의 아스널, 공격은 '합격' 수비는 '낙제'

아스널은 맨체스터 시티, 첼시에게 내리 패한 뒤 웨스트햄, 카디프 시티를 제압하며 2승 2패를 기록,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희망보다는 많은 과제를 남긴 시즌 초반 아스널의 행보다.

에메리 감독은 아르센 벵거의 색채를 지우고 자신의 전술을 아스널에 이식시키는 데 여념이 없다. 벵거 감독과 전술적 철학이 닮은 듯 하면서도 묘하게 다르다. 볼 점유율을 지향하고, 패싱 게임을 선호하는 것은 비슷하다. 하지만 에메리 감독은 후방 빌드업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높은 수비 라인 설정, 전방 압박의 강도가 매우 높다.

그러나 문제는 아스널 선수들이 이러한 에메리 감독의 전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데 있다. 일단 후방 빌드업부터 문제점이 속출했다. 지난 4경기에서 페트르 체흐 골키퍼는 수많은 세이브를 연출하며 이름값을 해냈지만 빌드업 상황에서 잦은 패스 미스를 범했다. 포백 수비도 마찬가지다. 엑토르 베예린, 쉬코드란 무스타피, 소크라티스 파파스타도풀로스 등이 상대의 전진 압박에 고전했다.

그렇다고 수비조직력도 합격점을 주긴 어렵다. 아스널은 4경기 동안 무려 8골을 허용했다.  EPL 20개 팀 가운데 허더스필드, 웨스트햄, 풀럼 등 불과 3팀만이 아스널보다 실점이 적다.
아무래도 높은 수비 라인으로 인해 아스널의 뒷 공간은 수시로 상대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지공 상황에서도 수비의 안정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3라운드까지 무득점이었던 카디프 시티는 아스널을 상대로 2골을 터뜨렸을 정도다.

수비 라인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허리에서 효과적으로 저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아스널의 3선 조합은 많은 물음표를 남기고 있다. 에메리 감독은 4경기 연속으로 그라니트 자카-마테오 귀엥두지 조합을 꺼내들었다.

사실 자카는 지난 2시즌 동안 아스널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많은 활동량과 역동성이 기반으로 되어야 할 에메리의 전술에서도 크게 부합하지 않는다. 자카는 기본적으로 탈 압박, 볼 간수, 스피드, 수비력이 매우 떨어진다. 상대 압박이 헐겁거나 공간이 생길 경우에만 롱패스를 배달하며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 오히려 19살의 귀엥두지가 자카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패스를 받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빌드업 상황에서의 기여도가 높다.

아스널은 올 시즌 경기당 평균 17개의 슈팅을 허용했다. 번리(18.3개), 허더스 필드(17.5개)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슈팅을 많이 내줄수록 실점률도 비례할 수밖에 없다. 포백과 중앙 미드필더 조합의 강인함이 떨어지는 이유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루카스 토레이라는 확실한 대안으로 꼽힌다. 올 시즌 4경기 연속 후반에서야 그라운드를 밟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오히려 토레이라의 존재감은 자카를 웃돌았다. 패스의 줄기가 자유자재로 뻗어나갔고, 가벼운 몸놀림, 위치선정, 수비 가담력이 돋보였다.

아스널은 수비의 약점을 공격력으로 상쇄하고 있다. 4경기 8득점. 에메리 감독은 좌우 풀백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주문한다. 나초 몬레알, 엑토르 베예린이 핵심이다. 특히 베예린의 오른쪽 측면 뒷 공간 침투와 컷백 크로스는 아스널의 주요 공격 옵션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4라운드 카디프 시티전에서는 알렉상드르 라카제트,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의 공존으로 재미를 봤다. 라카제트가 최전방, 오바메양이 2선의 왼쪽에 포진한다. 두 공격수 모두 4라운드에서 마수걸이 골을 신고하며 부담을 덜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활약이 없는 메수트 외질의 부활은 에메리 감독이 풀어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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