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통화 - 이도백하 - 천지(북파) - 이도백하
백두대간.
『지리』 백두산 병사봉에서 지리산 천왕봉에 이르는 길이 약 1,470km의 산줄기를 이르는 말. 이것을 중심으로 한반도의 모든 물줄기가 서류와 동류로 갈라진다. -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

나는 이 내용에서 '이것을 중심으로 한반도의 모든 산줄기가 시작되고 연결된다'로 고치고 싶다. 백두대간에 대한 개념을 이해한 1994년 10월부터 지리산에서 산줄기를 따라 백두산까지 걸어가겠다는 열망을 가졌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방학 기간을 이용하여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 백두대간 종주를 마쳤다. 이제 남은 구간은 진부령부터 백두산까지다.

로저 세퍼드(Roger Shepherd). 나는 이 사람에게 부러움과 열등감을 동시에 느낀다. 지금 백두대간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뉴질랜드 출신으로 이미 남한과 북한의 백두대간 전 구간을 종주하고 평양과 서울에서 백두대간 사진전을 열었다. 백두대간에 반한 그는 현재 구례에서 살고 있다.

최근 8월 16일부터 5박 6일간 로저 세퍼드를 포함한 다섯 명의 외국인에게 북한은 백두산에서 캠핑을 허락했다. 로저 세퍼드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서 우리 땅에 있는 백두대간 전 구간을 종주할 수 있었던 이 기막힌 역설을 우리는 언제까지 허락해야 할까?

산에서 진달래가 피는 시기에 북한 교사가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나를 포함한 남한 교사가 지리산에서 백두산으로 백두대간 산줄기를 따라 걷는다. 8월 15일에 각각 서울과 평양에서 보고대회를 연다. 지리산과 백두산에서 백두대간 종주를 마친 다음, 판문점에서 같이 보고대회와 해단식을 진행하는 꿈이 이루어지기를 나는 바란다.

"천지를 볼 수 있을까?"

날씨가 웬만하면 백두산 정상에 오를 수는 있겠지만 천지와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복을 누리는 것은 우리의 의지가 아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 하겠지만 욕심만으로 세상 일이 다 풀어지는 것은 아니다. 백두산은 집에서 가까이 있어 마음 먹으면 언제나 바로 다녀 올 수 있는 월출산이 아니다. 기왕 온 길, 천지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간절히 바랐다.

백두산으로 향하는 여정이 만만치 않아 7:00에 출발하였다. 중국 안내원이 서울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바로 연길에서 실행된다면서 한국에서 들어온 나쁜 것이 과외와 뇌물이라고 했다. 자기도 영어, 수학, 물리 과외비로 매달 우리나라 돈 80만 원(4,300위안)을 쓰고, 교사에게 500위안 정도의 돈을 1년에 4번에 걸쳐 준다고 한다. 이것은 정상적인 절차보다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사회의 영향도 크다.
 
중국 어디서나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은 지금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열풍에 휩쌓여 있다.
▲ 버스에서 본 풍경 중국 어디서나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은 지금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열풍에 휩쌓여 있다.
ⓒ 최성

관련사진보기


중국에서 운전하려면 3가지 대학을 졸업해야 된다고 한다. '빵빵대, 들이대, 역주행대'이다. 그러나 우리가 탄 버스는 여행 내내 빵빵대고 들이대며 역주행하는 일이 없었다.

더구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고속도로에서 100km 이상의 속도를 내는 일이 없다. 일행 중에서 배탈 때문에 화장실이 급해서 버스를 갓길에 세우기를 요청했으나 휴게소까지 기어이 갔다. 법치에 의한 질서를 따르자는 표어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도백하에서 '백산수'를 끌어올리는 공장을 지났다. 이념이 아니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의해서 우리는 몸에서 통일을 이루고 있다. 백두산의 '백산수'와 한라산의 '삼다수'를 번갈아 가며 마시는 우리 몸은 남과 북의 완전한 통일체다.
 
이도백하에 있는 강원도 식당
▲ 강원도 식당 이도백하에 있는 강원도 식당
ⓒ 최성

관련사진보기

 
이도백하 '강원도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일제 강점기에 강원도에서 이주해온 분이 식당을 차려 3대째 내려오는 식당이다. 남한에서 운전하다 때가 되어 끼니를 해결하려고 기대없이 들어간 기사식당에서 정갈하게 잘 차려진 음식을 맛있게 먹은 기분이다. '잘 먹었다. 이 집 음식 참 괜찮네'라는 느낌. '강원도 식당'의 분위기가 포근하고 음식에서 중국이라는 거리감이 전혀 없다.

백두산 천지 북파는 관광 성수기에 2만 명 이상이 가고자 하는데 하루에 입장권을 15,000장으로 제한한다. 북파를 가려면 입장요금(125위안), 버스요금(85위안), 10인승 승합차요금(80위안)으로 우리나라 돈 5만 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천지에서는 바람과 벼락을 조심해야 해서 우산과 쇠붙이를 소지하지 말아야 한다.

백두산 정상 16개의 봉우리 중 가장 높은 봉우리는 장군봉(2,749m)으로 북한에 있다. 북파는 3번째로 높은 봉우리이고 중국에 속하는 천문봉(2,640m)을 오르는 것이다. 북파산문에 서니 사람의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여권과 입장권을 보여주고 사람들이 물결처럼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였다. 안내원이 오늘 하루 백두산에 25,000명이 입장해 있다고 한다.

백두산관광지구는 최근까지 연변에서 관리하다 지금은 국가에서 관리하여 대대적인 개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백두산 천지는 안개 천지, 사람 천지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사람 얼굴보다 더 빠르게 변하는 것이 천지 날씨라고 안내원이 말했다. 우리가 천지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북파산문에서 온천지대까지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다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하늘을 향해 일직선으로 선 큰 나무들이 밀림을 이루고 있다. 백두산에서 이런 나무들을 미인송이라 부른다.
 
온천
▲ 온천지대 온천
ⓒ 최성

관련사진보기

장백폭포
▲ 장백폭포 장백폭포
ⓒ 최성

관련사진보기


온천지대에서 장백폭포를 보기위해 가는 탐방로에 사람들이 가득하여 오르고 내리는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하얗게 떨어지는 장백폭포가 보였다. 천지에서 흘러나온 물이 바위에서 떨어지며 바람에 날리고 바닥에 부딪히면서 작은 알갱이로 공중에 흩어져 무지개를 만들었다. 한반도에서 가장 장쾌한 폭포 앞에 내가 서있다.
 
가운데 천문봉 기상관측소로 가는 길
▲ 북파로 가는 길 가운데 천문봉 기상관측소로 가는 길
ⓒ 최성

관련사진보기


북파로 가기위해 삼거리까지 버스로 이동하여 순서를 기다려서 '벤츠'에서 만든 10인승 승합차에 올랐다. 북파는 천문봉에 있는 기상관측소까지 차로 오른다. 'S'자로 굽이치며 경사가 있는 도로를 360°로 회전하면서도 차들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양방향으로 운행했다. 15,000명의 이동을 보장하려면 속도와 시간이 안전보다 앞선다.
 
기상관측소에서 천지로 가는 길. 정상에 나무가 늘어선 것 처럼 사람들이 많다.
▲ 천문봉 기상관측소에서 천지로 가는 길. 정상에 나무가 늘어선 것 처럼 사람들이 많다.
ⓒ 최성

관련사진보기


금방이면 천지를 볼 수 있다는 설렘이 '사고가 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으로 덮였다. 차가 10분 정도 달리자 천문봉 기상관측소에 도착했다. 화산재가 대부분인 토양으로 바람에 먼지가 심하게 날렸다. 사람들이 많았다. 발걸음을 천천히 정상으로 옮겼다.
 
백두산 천지
▲ 백두산 천지 백두산 천지
ⓒ 최성

관련사진보기

백두산 천지
▲ 백두산 천지 백두산 천지
ⓒ 최성

관련사진보기

백두산 천지
▲ 백두산 천지 백두산 천지
ⓒ 최성

관련사진보기


오후 4시 50분. 우리는 보았다, 천지를 호위하듯 늘어선 장군봉을 비롯한 봉우리와 하늘보다 더 짙은 쪽빛으로 가득한 천지. 한반도의 모든 기상이 여기서 시작된다. 가슴에서 불두덩처럼 뜨거움이 치미며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풍경을 가슴에 담고 사진기에 담았다. 서울에서 정남진인 장흥에 있던 내가 중강진보다 더 북쪽인 백두산 천지에 있다.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다음에는 반드시 개마고원을 지나 장군봉에서 천지를 보리라.' 
 
천문봉 정상에서 본 기상관측소
▲ 기상관측소 천문봉 정상에서 본 기상관측소
ⓒ 최성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블로그(http://blog.ohmynews.com/twocircle)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백두산 천지, #북파, #천문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이들을 놀게하게 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초등학교교사. 여행을 좋아하고,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빚어지는 파행적인 현상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