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과 황의조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황희찬이 연장 전반 두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황의조와 포옹하고 있다.

▲ 황희찬과 황의조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황희찬이 연장 전반 두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황의조와 포옹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학범호가 아시안게임 2연패에 성공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은 1일(한국시각)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서 연장 혈투 끝에 이승우-황희찬의 연속골에 힘입어 막판 한 골을 만회한 일본의 추격을 따돌리며 2-1로 승리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우승은 한국축구에 많은 수확을 선물한 대회로 기억될 전망이다. 한국축구는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2연속 우승이자 통산 5회로 아시안게임 단독 최다우승국에 올랐다. 홈이 아닌 원정에서 단독 우승에 성공한 것은 사상 최초다.

결승에서 한일전을 승리로 장식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국제 대회 결승으로 치러진 한일전에서 한국축구는 5승 3무 3패로 우위를 이어갔다. 지난 2016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2-3으로 패한 아픔도 설욕했다.

'학범슨' 김학범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데뷔 무대를 우승으로 장식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김 감독은 지난 1월 AFC U23 챔피언십에서의 성적 부진으로 사임한 김봉길 감독의 뒤를 이어 U23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고, 첫 대회가 바로 이번 아시안게임이었다.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기대치와 별개로 김학범호는 부족한 훈련 기간과 오락가락하는 대회 일정, 선수 선발 문제 등으로 많은 난관에 봉착했고, 선수단이 모두 소집된 이후 평가전 한번 치르지 못하고 바로 아시안게임에 나서야 했다. 황의조의 와일드카드 발탁을 둘러싼 '인맥 축구' 논란과, 조별리그 말레이시아전 충격패는 김 감독의 최대 위기였다.

하지만 험난한 여정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조별리그에서의 부진으로 2위에 그치며 이란-우즈벡-베트남-일본 등 까다로운 팀들을 연이어 만나게 된 것과 살인적인 일정은, 오히려 김학범호의 위기의식과 집중력을 자극했고 선수단이 외부의 비판과 압박에 맞서 똘똘 뭉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신의 한 수'가 된 와일드카드 활용은 역대 최고의 성공사례로 남을만하다. 가장 논란이 많았던 황의조는 이번 대회에서 무려 9골을 터뜨리는 맹활약으로 득점왕에 올라 통쾌한 반전에 성공했다, 주장을 맡은 손흥민은 득점보다 도우미 역할에 충실하며 키르키스스탄전 결승골, 결승 일본전 2도움 등으로 고비마다 팀을 구해내는 조연을 자처했다. 조현우는 16강 이란전에서 당한 부상을 투혼으로 이겨내고 든든하게 골문을 수호해냈다. 결과적으로 김학범 감독의 전술적 안목이 옳았음을 증명한 사례다.

23세 이하 선수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대회 초반 부진한 활약과 인성 논란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았던 황희찬은 8강 우즈벡전과 결승 일본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속죄에 성공했고, 이승우도 토너먼트에서만 4골을 터뜨리는 순도 높은 결정력으로 명품 조커의 면모를 과시했다. 중원의 살림꾼 역할을 묵묵히 수행한 황인범, 강철 체력으로 전 경기에 선발 출전하여 측면을 지배한 김진야, 수비진의 리더 역할을 책임진 김민재 등도 저마다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소금 같은 역할을 해냈다.

2020 도쿄올림픽 위한 시험무대 

"이승우!"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이승우가 연장 전반 첫골을 넣고 있다.

▲ "이승우!"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이승우가 연장 전반 첫골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


김학범 감독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2020 도쿄올림픽을 향한 중간 평가 무대이기도 했다. 축구협회가 올림픽까지 계약 기간을 보장했지만, 김 감독은 스스로 아시안게임 성적이 좋지못하면 지휘봉을 내려놓을 수 있음을 암시하며 기꺼이 정면 돌파를 자처했다. 5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김 감독은 아시안게임에서 결실을 내면서 도쿄올림픽까지 한결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클럽에서의 풍부한 경력에 비하여 연령대별 대표팀 사령탑은 처음인 김 감독에게도 좋은 국제대회 경험이었다.

이번 대회 금메달로 손흥민을 비롯하여 수많은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얻게된 것도 장기적으로 한국축구에는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한국 축구의 에이스이자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한 손흥민은 사실상 이번 아시안게임이 마지막 병역 혜택 기회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에 실패했다면, 군 복무를 위햐 유럽 무대 경력이 중단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외신에서도 손흥민의 군 문제와 관련해 이번 아시안게임에 높은 관심을 보였을 정도였다.

손흥민이 전성기에 선수 경력 중단없이 군 문제를 해결할수 있게 됨에 따라, 그를 중심으로 2022 카타르월드컵을 준비해야하는 A대표팀 벤투호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과거 박지성이나 이영표 등이 월드컵을 통하여 병역 혜택을 등에 업고 유럽에서 성공 신화를 열었듯, 이미 유럽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손흥민도 향후 월드클래스 선수로 한층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내년 아시안컵에서 데뷔 무대를 앞두고 있는 벤투호로서는 에이스 손흥민을 지켜낸 데 이어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하여 A대표팀에 기용할만한 인재풀을 확인한 것도 큰 성과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하여 어쩌면 새로운 '황금세대'를 배출해낼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결과로만 안주해서는 곤란하다. 한국 축구는 최근에도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성과를 통하여 많은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얻었다. 당시 활약했던 선수들은 지금도 런던 세대, 인천 세대 등으로 통한다.

아쉬운 부분은 당시 한국 축구의 미래로 꼽히던 선수들 중 다수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런던 이후로도 한국 축구의 주축으로 성장한 선수는 기성용, 구자철, 김영권 정도에 불과하다. 지동원, 윤석영, 김보경 등은 유럽 무대에 도전했으나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걸었고, 와일드카드였던 박주영은 2년 뒤 브라질월드컵 참사의 주범으로 전락하며 대표팀의 '금지어'가 됐다. 또한 촉망받던 많은 수비수들이 '중국화' 논란에 휘말리며 젊은 나이에 도전의식을 잃고 돈에만 집착한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내리막길 걸은 런던 세대... 진짜는 지금부터 

고 이광종 감독이 이끌었던 2014 인천 대회는 우승 직후가 더 초라했다. 당시 이미 A팀 출신이던 김진수나 장현수, 김신욱, 박주호, 김승규 정도를 제외하면 아시안게임 이후 착실하게 성장하여 A대표팀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자리 잡거나 유럽 무대에 진출한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당초 리우올림픽까지 지휘봉을 잡아야 했던 이광종 감독이 안타까운 병마로 중도에 별세하며 대표팀의 연속성이 단절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아시안게임보다 더욱 중요한 무대는 다가오는 2020 올림픽과 2022 카타르 월드컵이다. 김학범호의 선수들은 이번 금메달과 병역 혜택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분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대표팀에서 놀라운 활약을 보여준 황의조나 조현우는 병역혜택을 등에 업고 유럽진출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한동안 팬들의 비판을 받았던 황희찬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치르면서 얻은 교훈을 통하여 경기 외적인 자세나 마음가짐에서도 좀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병역 혜택은 체육 인재들이 앞으로도 자신의 재능을 살려 군대에 가지않고도 다른 방식으로 국가에 더 기여하라는 의미에서 허락해준 배려이지, 그저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하라고 보장해준 '특권'이 아니다. 몇몇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합법적으로 병역혜택을 받은 이후에도 왜 끊임없이 비판을 받는 존재가 되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가와 국민들이 허락해준 귀중한 선물을 받은 선수들. 이제 국가대표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더 무거운 책임감을 지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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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축구 김학범호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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