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금메달 야구, 승리의 헹가래 1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선수들이 시상식 뒤 선동열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 AG 금메달 야구, 승리의 헹가래 1일 오후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선수들이 시상식 뒤 선동열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예상대로'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에 성공했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GBK 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기 시작한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5번째 우승이자, 2010 광저우-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3연패를 달성하며 대회 최다우승국의 지위를 굳건히 했다.

그러나 야구대표팀을 바라보는 여론의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우승에 대한 축하도 있지만, 이번 대회 금메달을 통해 병역 혜택을 얻게 된 몇몇 선수들에 대한 자격 논란, 선동열 감독과 한국 야구계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더 넘쳐난다. 역시 프로 선수들이 출전했던 남자축구 등 다른 종목과 비교해도 야구 대표팀의 금메달은 그리 박수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번 야구대표팀을 둘러싼 비판의 본질은 결국 '국가대표가 합법적 병역기피를 위한 수단'으로 왜곡되어버린 상황에 대한 대중의 분노라고 할 수 있다.

'넘사벽' 전력으로 보여준 실망스러운 경기 

사실상 이번 대표팀은 시작부터 끝까지 병역 혜택을 둘러싼 논란으로 얼룩졌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면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으로 병역 의무를 마칠 수 있는 특별한 혜택을 받게 된다.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프로 선수들의 아시안게임 출전이 가능해지면서 많은 프로야구 스타들이 이 대회를 통하여 병역 혜택을 얻었고, 이번 대회에서도 오지환-박해민 등 9명의 병역 미필자들이 혜택을 받게 됐다.

병역 혜택은 축구나 농구, 배구 등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지만, 유독 야구 선수의 병역 혜택에 부정적인 여론이 크다. 축구나 농구, 배구는 한국이 비록 아시아의 강호라고 해도, 일본-중국-이란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있어서 최고의 멤버들을 내보낸다고 해서 항상 우승을 장담할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하지만 야구는 다르다. 아시아에서 체계적인 프로 리그를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 일본, 대만 정도다. 그런데 대만과 일본은 아시안게임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도 대만과 일본은 최정예가 아닌 각각 실업 리그와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사실상 한국은 출전만으로도 최소한 동메달은 확보하고 들어간다고 봐도 무방하고, 전력상 한 수 아래인 대만과 일본만 잡으면 무난하게 금메달을 따낼 수 있다.

동메달 이상 병역 혜택이 주어지는 올림픽은 최정예 멤버들이 출전해도 메달을 장담하기 어렵고, 세계적인 야구 강호들이 출전하는 WBC나 프리미어12는 정작 병역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아시안게임은 국제 야구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그리 높지 않은 대회임에도, 한국 야구만 항상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최정예멤버를 내보내며 우승에 집착하는 이유. 병역혜택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프로 선수들의 '병역 혜택' 창구된 아시안게임

이보다 더 기쁠 수 없다 1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 한일전. 일본을 꺾고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을 따낸 한국 대표팀의 이정후, 오지환 등이 셀피 촬영을 하고 있다.

▲ 이보다 더 기쁠 수 없다 1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 한일전. 일본을 꺾고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을 따낸 한국 대표팀의 이정후, 오지환 등이 셀피 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 야구계가 아시안게임을 프로 선수들의 병역 혜택을 위한 창구로 악용한 지는 꽤 오래 됐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구성될 때 마다 구단별로 병역 미필자 안배에 대한 의혹은 빠지지 않는다. 야구는 이미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고, 상무나 경찰청을 통하여 군 복무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도 충분하다. 프로 선수들이 국가대표라는 특혜를 이용해 최소한의 국방의 의무조차 어떻게든 기피하려든 모습은 팬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는 의례적으로 포함되던 아마추어 선수들조차 단 한 명도 소집되지 않았고, 전원이 프로 선수들로 구성됐다. 선동열 감독은 1차 선수 명단 발표부터 최정예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겠다는 공약했지만, 실상은 성적이나 포지션 경쟁력 면에서 의문 부호가 거론되는 병역미필자 선수들이 포함됐고, 공정성 논란에 휘말렸다.

물론 병역미필자 선수들이라고 다 비난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14년의 나지완이나 2018년의 오지환-박해민 등은 아시안게임 출전을 노리고, 상무나 경찰청 지원 시기를 넘겨가면서까지 입대를 미뤘다는 의혹을 샀다. 또, 심지어 대표팀에 뽑힐만한 자격이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도 '동료들의 등에 업혀서' 병역 혜택을 묻어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들도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팬들의 시각에서 보기에, 합법으로 위장한 병역기피에 가까운 처신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대표팀 발탁 당시 리그에서 보여준 성적도 그리 뛰어나지 못했던데다, 아시안게임에서도 대수비나 대타 역할에 그치며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앞으로 올림픽이나 WBC 같은 최정예멤버들이 출전하는 대회에서도 이들이 다시 대표팀에 뽑힐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수년간 아시안게임만 바라보며 피땀을 흘리고도 아쉽게 금메달을 놓쳐야 했던 수많은 종목의 선수들과 형평성을 고려해도, 이들의 정정당당하지 못했던 금메달 무임승차가 박수받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선동열호는 '잘해야 본전'인 아시안게임에서 경기력 면에서도 내내 그리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첫 경기에서 한 수 아래로 꼽힌 대만 전에서 12년 만에 불의의 일격을 당했고, 중국, 홍콩 같은 약팀과의 경기조차 종반까지 쉽게 압도하지 못하는 모습을 드러내며 실망을 남겼다. 결과적으로 우승은 지켜냈지만 자국 리그에서 매년 연봉만 수억씩 받는 선수들이 아마추어 수준의 대회에서 보여준 진짜 실력은 한국야구의 '거품론'과 위기설을 불러일으켰다.

'은메달 기원한다'는 팬들의 조롱, 뼈 아프게 들어야

아시안게임에 야구라는 종목이 유지되고, 병역 혜택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소모적인 논란은 4년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 국방부가 최근 대체 복무제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지만, 세부적인 제도 개선은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아시안게임에 프로 선수들의 차출을 전면 금지하거나 축구처럼 연령 제한을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병역 혜택을 기존의 단기적인 대회 입상 여부가 아닌 국가대표 활약상에 따른 포인트 누적제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수 있다. 또한 이미 병역 혜택을 얻은 선수들도, 국가대표 차출이나 사회봉사 등을 의무화하고 이를 기피할 경우 병역 혜택을 박탈하는, 현실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안도 보완될 필요가 있다.

한국야구도 근본적인 위기의식이 필요하다. 사실 이번 아시안게임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 야구계의 미래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팬들의 경고' 중 하나에 불과하다. 지금은 최고 인기스포츠라는 자부심에 취해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유명 선수들의 사건·사고, 대형 스타의 부재, 팬서비스와 프로의식 부족, 거품이 낀 실력과 연봉 문제 등으로 야구계를 바라보는 불만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오늘날의 팬들은 공정한 절차와 합리적인 과정을 중시하며, 무조건 우리 팀, 우리 편이라고 결과만을 보고 열광하는 세대가 더이상 아니다. 나라를 대표하여 태극마크를 달았던 선수들이 어쩌다가 자국 국민들로부터 '은메달을 기원한다'는 조롱까지 받는 처지에 놓여야 했는지, 한국야구계가 아시안게임 3연패라는 허울뿐인 성과로 자화자찬하기 전에 뼈아프게 돌아봐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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