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축구가 한일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아시안게임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남자축구 대표팀은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연장 전반에 터진 이승우와 황희찬의 연속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이어 아시안게임 2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대회 폐막을 하루 앞둔 1일 여자배구 3-4위전, 야구 결승전, 남자축구 결승전까지 구기종목에서 열린 3번의 한일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불타는 토요일'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한편 앞서 열린 아랍에미리트와 베트남의 3-4위전에서는 베트남이 승부차기 끝에 3-4로 패하며 아시안게임 축구 역대 첫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경기 주도하고도 2프로 부족했던 전반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에게 패하며 조2위로 16강에 진출했을 때 국내 모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16강에서 이란,8강에서 우즈베키스탄,4강에서 베트남,결승에서 일본을 만나는 최악의 대진표 완성"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리고 한국은 토너먼트에서 이란과 우즈베키스탄,베트남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서 한일전을 성사시키며 그 글을 '성지'로 만들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목표로 삼고 있는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와일드 카드 없이 만21세 이하로 대표팀을 구성해 결승에 진출하며 선전했다. 한국은 일본을 맞아 황의조,손흥민,황희찬으로 공격진을 구성하고 황인범과 김정민,이진현이 중원에 배치됐다. 김진야,김민재,조유민,김문환이 수비로 나선 한국은 베트남전부터 선발로 복귀한 조현우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다.

엔트리 전원이 군미필 혹은 국복무 중인 선수들로 구성돼 있고 와일드카드 3장도 모두 사용한 한국은 경기 초반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일본을 상대로 피지컬의 우위를 앞세워 강한 압박을 걸고 나왔다. 전반 6분에는 반격 과정에서 손흥민이 황인범에게 절묘한 패스를 연결해줬지만 황인범의 크로스가 황의조의 왼발에 걸리지 않으면서 아쉽게 기회를 놓쳤다.

한국은 전반 12분 패널티 지역 안에서 손흥민이 돌파를 시도하다가 상대의 무릎에 걸려 넘어졌지만 패널티킥이 선언되진 않았다. 전반22분에는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황의조가 수비를 제치고 첫 유효슈팅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은 전반 중반까지 일본을 일방적으로 몰아 붙이며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나갔다. 전반27분 측면에서 맞은 한국의 첫 위기는 조현우 골키퍼의 선방으로 잘 넘어갔다.

한국은 전반 후반 일본에게 뒷공간을 내주면서 몇 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허용했다. 한국도 황인범과 김진야의 측면 돌파를 앞세워 끊임없이 일본의 문전을 노렸지만 유효슈팅으로 연결되진 못했다.. 전반 막판에는 오른쪽 윙 포워드 황희찬이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기회를 노렸지만 한국과 일본은 득점을 올리지 못한 채 전반 45분을 끝냈다.


연장전에 터진 이승우의 왼발 결승골과 황희찬의 헤더 추가골

한국은 전반 슈팅 숫자에서 7-3, 볼점유율에서 66%-34%를 기록하며 일본에게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기대했던 골이 터지지 않으면서 경기흐름은 예상보다 조금 답답하게 전개됐다. 한국이 16강부터 시작된 이번 대회 토너먼트에서 전반에 골을 기록하지 못한 것은 처음이었다. 김학범 감독은 물론이고 축구팬들도 전반 결과에 만족하기 힘들었던 이유다.

양 팀의 경기 분위기는 후반 시작과 함께 다소 과열됐고 이 과정에서 황희찬이 거친 파울로 경고를 받았다. 한국은 후반9분 김민재가 상대 공격을 끊은 후 돌파에 이은 원투패스로 손흥민의 왼발슈팅까지 연결됐지만 코지마 골키퍼에게 막혔다. 한국은 후반11분 김정민을 빼고 이승우를 투입하는 공격적인 선수교체로 승부수를 던졌다.

한국은 후반18분 황희찬의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가 황의조의 슛까지 연결됐지만 골로 연결되진 못했다.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며 결승까지 오른 양 팀은 후반 중반부터 체력적으로 고비가 오면서 좀처럼 날카로운 움직임이 나오지 않았다. 한국은 후반42분 이진현 대신 장윤호를 투입해 지친 중원을 강화하며 연장에 대비했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조유민이 코너킥 상황에서 헤더를 시도했지만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정규시간을 모두 마쳤다.

한국은 연장 시작과 동시에 일본의 실수로 얻은 기회를 손흥민이 왼발슛으로 연결했지만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하지만 한국은 연장 2분 손흥민 중앙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이승우가 강력한 왼발슛으로 드디어 일본의 골문을 흔들었다. 한국은 연장 전반10분에도 황희찬의 그림 같은 헤더로 추가골을 기록했다. 한국은 연장 9분 일본의 우에다에게 헤더골을 허용했지만 남은 시간을 잘 버티면서 2-1 승리를 지켜냈다.


어느 연령대나 마찬가지지만 큰 대회에 출전하는 축구 대표팀은 언제나 선발 과정부터 잡음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아시안게임처럼 병역혜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같은 대회는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은 '인맥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황의조 같은 선수를 소신 있게 선발했고 황의조는 7경기에서 9골을 넣으며 대회 득점왕으로 김학범 감독의 기대에 120% 부응했다.

한국의 이번 금메달로 남몰래(?) 쾌재를 부르고 있는 팀은 바로 '캡틴'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핫스퍼다. 지난 7월 손흥민과 2023년까지 재계약을 체결한 토트넘은 손흥민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병역 문제가 해결되면서 만26세 공격수의 전성기 구간을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나머지 선수들도 향후 해외진출을 노리거나 이적을 할 때 병역 문제에 대한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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