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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국가책임제와 나의 관심

다른 행동으로 오리들에게 미움받는 꼬마백조를 그린 일러스트. 어릴적 들었던 동화가 오늘날 다시 생각난다.
▲ 꼬마백조 이야기 다른 행동으로 오리들에게 미움받는 꼬마백조를 그린 일러스트. 어릴적 들었던 동화가 오늘날 다시 생각난다.
ⓒ 이동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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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발달장애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발달장애 국가책임제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 시기에 발달장애란 무엇이고 사람들이 왜 이를 범국민적인 화제로 만드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발달장애를 가진 분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길래 국가에서 이들을 책임지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일까,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이들에게 나는 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발달장애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조사하던 중 발달장애는 조기치료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면, 발달장애(선천적, 후천적 요인에 의해 나이에 맞는 발달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의 치료는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목표와 기간을 설정한 뒤 치료를 진행하여야 하고 치료의 효과를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건 조기(아동기)이다.

"발달장애란 선천적, 후천적 요인에 의해 나이에 맞춰 이뤄져야 할 발달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상태를 뜻합니다.
발달장애 치료 시 호전정도 또한 그 정도가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른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에 지속적인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아동기에 치료를 진행했을 때 호전 가능성, 호전 정도가 가장 눈에 띄게 나타납니다."

- 다년간 발달장애를 가진 분들과 함께한 복지사 인터뷰 중에서

발달장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발달장애의 치료가 가능하고, 치료가 늦어질수록 호전 가능성이 확연히 줄어든다는 점에 충격받았다. 이 점을 알면서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발달장애인 분들을 보며, '조기에 치료를 받았더라면 지금 어떤 삶을 살고 계실까?'라는 생각이 매번 들었다. 그들을 그저 불우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발달장애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발달장애 아동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슷한 관심을 가진 동료 대학생들을 모아 대외활동 플러스 소속 동아리 'lac'팀을 꾸렸다.

'lac'팀은 성남시 한마음 복지관과 함께 발달장애 아동들을 돕는다.
▲ 성남시 한마음 복지관 로고 'lac'팀은 성남시 한마음 복지관과 함께 발달장애 아동들을 돕는다.
ⓒ 이동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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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성남시 한마음 복지관에 방문하게 되었다. 여러 아동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던 중 지우(가명)을 알게 됐다. 지우는 발달장애를 가진 7세 아이다. 가족은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다. 어머니와 누나는 지체장애가 있고, 아버지는 인지능력은 조금 부족해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 하지만 어머니는 자녀들의 옷 입히기, 밥 먹이기 정도만 가능한 지체장애 2급이고, 누나는 종종 경기를 일으켜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로 심한 편(지체장애 1급)이다.

"처음 지우의 치료를 권유했을때, 어머님께서 말씀하시더라구요. '우리 지우는 누나에 비하면 아주 멀쩡한데요?' 누나가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다보니 심각성을 모르시더라구요. 치료를 설득하느라 어려움을 겪었습니다(성남시 한마음 복지관 담당자).

아버지가 일을 나가면 지우는 어머니, 누나와 함께 지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하루 대부분을 누워 생활하기에 지우는 발달에 필요한 자극을 받지 못했고, 후천적 발달장애를 갖게 됐다. 전문가들은 지우 같은 경우 1년 간 치료를 받으면 호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치료가 늦어지면 그 가능성은 급격히 떨어진다고 한다. 즉 지우의 치료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이다.

'지우'의 치료가 늦어지면 그 가능성이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라고도 말한다. 즉, '지우'의 치료는 지금이 아니면 안되는 것이다.

"지우의 경우 1년간 언어치료, 인지치료만 받으면 호전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지우의 장애가 후천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그런데 지금이 아니면 어려워요(성남시 한마음 복지관 담당자)."

하지만 지우네는 치료비를 마련할 여력이 없다. 가족을 돌보느라 그때 그때 일하는 아버지 혼자 생계를 챙기는 것도 벅차다. 전문가들이 권유하는 치료법은 최소 언어치료 주 2회, 인지치료 주1회인데 각각 회당 4만2000원, 4만5000원씩 든다. 1년이면 최소 620만 원이다. 네 가족 중 3명이 장애를 가진 지우 가족들에게는 터무니없이 큰 금액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우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발달장애 치료에는 끝이 없다지만, 지우에게 가장 필요하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현재 나와 동료들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지우의 치료비를 모으는 펀딩을 진행 중이다. 우리는 날개 목걸이와 백조 배지를 판매해 수익금 40%를 지우 치료비로 전달하고, 나머지 60%는 향후 진행할 또 다른 발달장애 아동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데에 쓸 계획이다.

꼬마백조에게 날개를 달아주자는 의미를 담아 날개 목걸이를 제작하였다. 써지컬로 제작되어 피부에 자극이 거의 없다. 사이즈는 체인 40cm 팬던트 12mm
▲ '지우'를 후원하기 위해 디자인한 날개 목걸이 꼬마백조에게 날개를 달아주자는 의미를 담아 날개 목걸이를 제작하였다. 써지컬로 제작되어 피부에 자극이 거의 없다. 사이즈는 체인 40cm 팬던트 12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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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백조에 대한 사랑을 담아 꼬마백조 뱃지를 제작하였다. 사이즈는 가로세로 2cm
▲ '지우'를 후원하기 위해 디자인한 꼬마백조 뱃지 꼬마백조에 대한 사랑을 담아 꼬마백조 뱃지를 제작하였다. 사이즈는 가로세로 2cm
ⓒ 이동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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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느낀 바가 정말 많다. 우리 가까운 곳에 있지만 우리가 신경쓰지 않는 곳, 그곳에는 정말로 많은 도움이 필요하고 그들을 위한 복지제도는 허점이 너무나도 많다. 그들의 입장을 알려고 하지 않는 이상, 그들의 어려움을 알 수 없다. 부디 이번 프로젝트가 지우뿐 아니라 다른 발달장애 아동들에게 사회가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스로를 찾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꼬마백조처럼 되길 소망하며 그린 일러스트이다.
▲ 꼬마백조 이야기 결말 스스로를 찾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꼬마백조처럼 되길 소망하며 그린 일러스트이다.
ⓒ 이동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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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텀블벅 주소는 https://tumblbug.com/littleswan



태그:#발달장애, #아동, #복지제도, #치료, #펀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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