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박항서 감독이 지휘하는 베트남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표팀은 29일 일도네시아 자와바랏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베트남과의 준결승에서 이승우의 멀티골과 황의조의 대회 9호골에 힘입어 3-1로 승리했다. 결승에 진출한 한국은 은메달을 확보하며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이어 2회 연속 금메달을 노릴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에게 덜미를 잡히며 2위로 16강에 오른 한국은 토너먼트에서 강적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이번 대회 최고의 돌풍을 일으킨 베트남마저 꺾었다. 대회를 치를수록 점점 조직력이 살아나고 있는 한국 축구는 비로소 김학범 감독이 그토록 강조하던 '원 팀'이 되고 있다. 이틀의 휴식일을 갖게 된 한국은 오는 9월 1일 오후 8시30분 금메달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결승전에 나선다.

베트남의 돌풍을 잠재운 이승우와 황의조의 연속골


지난 1월 11일 중국 쿤산에서 열린 AFC U-23 축구 선수권 대회 조별리그에서 맞붙은 한국과 베트남의 경기는 축구팬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박항서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K리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등 동남아 팀 베트남의 감독이 된 한물간 지도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대회에서 베트남은 준우승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고 박항서 감독은 일약 베트남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한국과 베트남의 23세 이하 대표팀은 7개월 후 리턴매치를 벌였다. 이번엔 작은 대회의 조별리그가 아닌 아시안게임의 준결승전이다. 경기 결과에 따라 은메달을 확보할 수도,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 베트남은 조별리그부터 8강전까지 5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할 정도로 탄탄한 수비를 과시하고 있다. 한국 역시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에게 일격을 당한 후 토너먼트에서 강적들을 연파하며 자신감을 한껏 끌어 올렸다.

한국은 이번 대회 득점왕을 예약한 황의조를 비롯해 손흥민, 황희찬, 이승우를 모두 선발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란전에서 무릎부상을 당하면서 출전이 불투명했던 조현우도 다시 주전 골키퍼로 나섰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부상을 당했던 장윤호와 실점 과정에서 실수를 했던 이승모 대신 김정민과 이진현이 중원을 구성했다. 수비는 중앙에 김민재, 양 측면 김진야와 김문환은 변함이 없는 가운데 황현수 대신 조유민이 김민재의 파트너로 나섰다.


한국은 베트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한 피지컬을 앞세워 경기를 주도해 나갔다. 전반 3분과 4분에는 황의조와 손흥민이 패널티 지역 안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베트남을 몰아치던 한국은 전반 6분 황희찬이 황의조에게 찔러 주는 패스 상황에서 중앙으로 흘러 나온 공을 문전 쇄도하던 이승우가 왼발로 정확하게 차 넣으면서 이른 시간에 첫 골을 만들었다. 베트남의 이번 아시안게임 첫 실점이었다.

베트남은 선제골을 내준 후 조금 더 공격적으로 전진했지만 한국수비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볼 점유율을 높여 나갔다. 전반 19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황의조가 얻은 프리킥을 손흥민이 과감한 중거리슛으로 연결했고 21분에는 이승우, 황희찬, 황의조의 콤비 플레이가 나왔지만 아쉽게 부심의 오프사이드 깃발이 올라갔다. 한국은 끊임 없이 위협적인 장면들을 만들며 베트남의 역습 기회를 사전에 차단했다.

추가골은 '아시안게임의 괴물' 황의조의 발 끝에서 나왔다. 한국은 전반 27분 중앙에서 손흥민이 오프사이드 라인을 무너트리는 절묘한 킬패스로 황의조에게 노마크 찬스를 만들어줬고 이를 황의조가 오른발로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스코어를 2-0으로 벌렸다. 베트남은 전반 38분 프리킥 기회를 얻었지만 베트남의 높이는 한국 선수들에게 썩 위협적이지 않았다. 결국 한국은 두 골의 리드를 유지한 채 전반을 마쳤다.

선발 출전한 2경기에서 세 골을 기록한 '무서운 아이' 이승우 

이번 대회 5경기에서 8득점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는 베트남은 분명 무시할 수 없는 상대지만 전반 내용만 보면 베트남은 한국에게 크게 위협적인 상대는 아니었다. 한국은 볼 점유율에서 56%-44%로 베트남을 앞섰고 3개의 슛이 모두 유효슈팅으로 연결되며 2골을 기록했다. 한국은 수비에서도 베트남에게 단 하나의 슈팅 밖에 허용하지 않았을 만큼 압도적인 경기력을 과시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쩐 민 부용을 투입한 베트남은 좀 더 강하게 한국을 압박해 들어왔다. 하지만 한국은 충분한 수비숫자를 두며 안정적으로 베트남 공격을 차단했고 후반 9분 이승우의 중앙돌파에 이은 오른발슛으로 또 한 번 베트남의 골망을 갈랐다. 이승우의 대회 3호골이자 첫 멀티골이었다. 한국은 후반13분 원톱 황의조를 빼고 스피드가 좋고 수비 가담 능력이 뛰어난 나상호를 투입했다.

세 골을 만회해야 하는 베트남은 특유의 역습축구를 하지 못한 채 측면에서 중앙으로 공을 띄우는 성급한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24분 패널티 지역 바로 앞에서 나상호의 반칙으로 베트남에게 프리킥을 내줬고 교체 선수 쩐 민 부용에게 만회골을 허용했다. 한국은 한 골을 내준 후 결승에 대비해 경고 한 장을 받은 손흥민 대신 이시영을 투입하며 수비와 중원을 강화했다.


베트남은 만회골을 기록한 후 마지막 교체카드를 사용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후반 33분에는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위기를 맞았지만 김진야가 몸을 날리는 태클을 통해 막아냈다. 후반 37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한국 수비의 집중력이 흔들리며 슛을 허용했지만 조현우 골키퍼가 잘 막아냈다. 한국은 후반 39분 이승우 대신 황현수를 투입하며 마지막 교체 카드를 사용했고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로 남은 시간을 잘 버티며 승리를 확정했다.

이승우는 자카르타 입성 후 감기 몸살로 고생하면서 조별리그 3경기에서 한 번도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 이란과의 경기에서 처음 선발 출전했을 때도 체격이 작은 이승우가 이란에게 통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이승우는 이란전에서 절묘한 개인 능력을 통해 쐐기골을 터트리며 자신의 가치를 드러냈다. 이승우는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도 교체 선수로 들어와 활발한 움직임으로 한국의 사기를 끌어 올렸다.

베트남과의 4강전에서도 이승우는 '주인공'이 됐다. 이승우는 전반 6분과 후반 9분 영리한 침투와 과감한 톨파를 통해 멀티골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이승우는 이번 대회 선발로 출전한 2경기에서 3골을 기록하며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아시안게임을 통해 '갓의조'로 환골탈태한 황의조 역시 이란전 결승골, 우즈베키스탄전 해트트릭, 베트남전 쐐기골을 통해 이번 대회 한국이 치른 토너먼트 3경기 연속골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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