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틀리프 리바운드 1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예선 한국과 몽골의 경기.

한국 라틀리프가 리바운드를 하고 있다.

▲ 라틀리프 리바운드 1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예선 한국과 몽골의 경기. 한국 라틀리프가 리바운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회 연속 아시안게임 우승에 도전하는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준결승에서 이란과의 어려운 승부를 앞두고 있다. 한국은 8강에서 필리핀을 91-82로 제압했고, 이란은 일본을 93-67로 제압하며 나란히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이 NBA 스타 조던 클락슨을 앞세운 필리핀에게 다소 고전했다면 이란은 성매매 파문으로 4명의 선수가 조기 귀국하면서 8명의 선수로 뛸 수밖에 없었던 일본을 큰 점수차로 물리치고 비교적 수월하게 올라왔다.

이란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아시아 농구의 강호로 자리잡았다. 특히 아시아 최고의 센터로꼽히는 하메드 하다디가 등장한 이후로는 국제무대에서 여러 차례 한국의 앞길을 가로막는 '천적'으로 급부상했다.

하다디는 아시아 무대에서 지금은 은퇴한 야오밍(중국), 파디 엘 카티브(레바논) 등과 함께 아시아 무대에서 '한국 킬러'를 거론할 때마다 농구팬들 사이에서 항상 가장 먼저 이름이 떠오르는 대표적인 선수중 한 명이다. 전성기에는 국제무대에서 유독 한국을 만날 때마다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며 한국의 골밑을 여러 차례 초토화시켰던 하다디의 존재감은 '공포 그 자체'였다.

이란은 하다디를 앞세워 2007년과 2009년, 2013년 FIBA 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서 무려 세 번이나 정상에 올랐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아직 금메달이 없다. 지난 2014년 인천 대회에서 은메달을 한 차례 따낸 것이 아시안게임에서는 최고 성적이었다.

농구 대표팀 '하디디를 봉쇄하라' 한국 농구대표팀의 김종규와 오세근이 3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이란과의 하다디의 슛을 저지하고 있다.

▲ 농구 대표팀 '하디디를 봉쇄하라' 한국 농구대표팀의 김종규와 오세근이 지난 2014년 10월 3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이란과의 하다디의 슛을 저지하고 있다. ⓒ 유성호


당시 유재학 감독이 이끌던 한국대표팀이 접전 끝에 예상을 깨고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이란의 금메달 희망을 좌절시킨바 있다. 당시 한국은 김종규의 몸을 사리지않는 육탄방어와 내외곽의 적극적인 협력수비를 앞세워 그나마 하다디를 무력화시킨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한국이 하다디가 버틴 이란 정예멤버를 상대로 국제대회에서 이긴 것은 이 경기가 사실상 유일하다.

하지만 2015년과 2017년 아시아컵에서 절치부심한 이란과 재회한 한국농구는 줄줄이 뼈아픈 패배를 맛봐야 했다. 하다디도 인천 대회 이후로 한국전에서는 더욱 독기를 품고 나선 듯한 면이 있다. 2015년 아시아컵에서 하다디가 최준용과 '박치기 신경전'까지 벌이며 도발한 장면은 지금도 종종 회자된다. 하다디를 1대 1로 제어할 수 있는 장신센터가 없는 한국으로서는 하다디의 존재감 자체만으로도 큰 부담이었다.

더구나 현재의 이란은 더 이상 하다디의 원맨팀과도 거리가 멀다. 인천 대회에서 한국을 마지막까지 괴롭혔던 또 다른 베테랑 사마드 니카 바라미가 건재하고 베남 야크첼리, 모하메드 잠시디에 이르기까지 신구 조화가 이뤄진 이란의 전력은 4년전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메흐디 캄라디가 은퇴하고 NBA 출신 포워드 아슬란 카제미가 부상으로 한국전 출전이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한국이 상대하기 버거운 팀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란 장신 선수 하다디를 상대할 마지막 대회

허재 감독은 첫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2009년부터 아직까지 이란을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1년 전 아시아컵에서도 8강에서 필리핀을 물리치고 준결승에서 이란을 만나 석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되었던 아픔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심지어 한국은 지금과 동일한 정예멤버가 나섰던 지난 7월 열린 윌리엄존스컵에서도 이란에 69-80으로 패배한 바 있다.

어느덧 30대 중반의 노장이 된 하다디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이란 대표팀을 은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아시아무대를 여러 차례 정복했던 하다디도 유일하게 가져보지 못한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대한 간절함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농구로서도 어쨌든 그동안 이래저래 '미운정 고운정' 많이 들었던 하다디를 국제대회에서 상대할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른다. 기왕이면 이란전 승리를 통하여 그간의 빚도 갚고 영원이 잊지 못할 한국농구의 추억을 각인시켜주는 것이 하다디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작별선물이 될 전망이다.

하다디는 비록 전성기는 지났다고 하지만 특유의 높이와 노련미는 건재하다. 지난해 아시아컵 4강에서도 7점으로 득점은 많지 않았으나 14리바운드, 8어시스트의 전방위 활약을 펼치며 한국의 수비를 교란시킨 바 있다. 김종규-오세근-이종현 등 그나마 높이가 있는 장신센터들의 인해전술로 하다디를 상대해왔던 한국농구지만 이번 대표팀에서는 빅맨들이 대거 부상으로 빠지며 주전인 라건아와 이승현은 모두 신장 2m가 되지 않는 언더사이즈 빅맨들이다.

하지만 귀화선수인 라건아에게는 신장을 뛰어넘는 기동력과 파워가 있다. 라건아는 클락슨이 버틴 필리핀을 상대로 30점 14리바운드의 괴물같은 활약을 선보이며 판정승을 거둔 바 있다. 신장 차이는 크지만 라건아가 발이 느리고 수비범위가 좁은 하다디의 약점을 공략한다면 충분히 승산은 있다. 또한 골밑에서 버티는 힘이 좋고 공격에서는 3점슛으로 상대 빅맨들을 끌어낼수 있는 이승현은 역대 한국대표팀에서 하다디를 그나마 가장 힘들게 했던 빅맨이다.

허재 감독은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고비를 맞이할 때마다 변형 수비로 많은 재미를 봤다. 클락슨이 있는 필리핀을 상대로 앞선에서부터 강력한 압박과 협력수비를 펼치며 최대한 동선을 차단하는 수비를 펼친 것이 주효했다. 이란을 상대할 때는 하다디가 최대한 골밑에서 쉽게 공을 잡지 못하도록 적극적인 패스 차단과 박스 아웃이 필수적이다.

대표팀은 8강전까지 라건아에 대한 공격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승현을 제외하고 백업 빅맨인 강상재-김준일의 활용도는 높지않다. 라건아와 이승현중 한 명만 파울트러블에 걸려도 한국의 골밑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필리핀전에서 후반 빛을 발했던 김선형의 빠른 돌파를 비롯하여 이정현-전준범-허일영-허웅으로 이어지는 슈터진의 외곽포가 터져야 이란과 대등한 승부를 기대해볼 수 있다.

라건아 펄펄 날았다 2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8강전 한국과 필리핀의 경기. 라건아가 덩크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 라건아 펄펄 날았다 2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8강전 한국과 필리핀의 경기. 라건아가 덩크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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