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묘전: 레전드 오브 더 데몬 캣> 영화 포스터

▲ <요묘전: 레전드 오브 더 데몬 캣> 영화 포스터 ⓒ 콘텐츠판다


당나라 황궁에서 황제가 일주일간 잠들지 못하다 끝내 사망하는 기묘한 사건이 발생한다. 비밀리에 부름을 받고 당나라에 온 일본의 주술 법사 쿠카이(소메타니 쇼타 분)와 황궁의 기록을 담당하는 시인 백거이(황헌 분)는 '다음 차례는 보위를 물려받을 황제의 아들'이라고 적힌 종이를 보고 서거와 관련하여 조사를 시작한다.

황궁에서 발견된 고양이 흔적을 쫓던 두 사람은 금오위 대장 진운초(친하오 분)와 부인 춘금(장우기 분)이 연루된 사건과 맞닥뜨린다. 모든 죽음이 악령 고양이의 저주로 인한 연쇄살인 사건임을 알게 되고 진실은 30여 년 전 사망한 황후 양귀비(장용용 분)와 연결된다.

영화 <요묘전: 레전드 오브 더 데몬 캣>은 전 세계적으로 일본 SF판타지 붐을 일으킨 베스트셀러 <음양사>의 저자 유메마쿠라 바쿠가 쓴 소설 <승려 쿠카이, 당나라에서 온 귀신과 연회하다>를 원작으로 한다. 4권 분량에 달하는 방대한 원작의 각색은 <색, 계> <와호장룡>의 각본을 작업한 왕휘링 작가가 맡았다. 메가폰은 <패왕별희> <무극>으로 유명한 천 카이거 감독이 잡았다.

'중국 블록버스터'의 4 요소가 담긴 <요묘전: 레전드 오브 더 데몬 캣>

 영화 <요묘전: 레전드 오브 더 데몬 캣>의 한 장면

영화 <요묘전: 레전드 오브 더 데몬 캣>의 한 장면 ⓒ 콘텐츠판다


<요묘전: 레전드 오브 더 데몬 캣>은 중국형 대작 영화, '차이니즈 블록버스터'의 몇 가지 경향을 담고 있다. 첫째로 엄청난 제작비를 자랑한다. <요묘전: 레전드 오브 더 데몬 캣>은 약 20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하고 중국과 일본의 배우, 제작진이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대형 세트장은 제작의 규모를 가장 실감하게 한다. 6년에 걸쳐 건설한 대형 세트장은 당나라 수도 장안과 황궁을 완벽하게 재현하여 영화에 실제성을 입혔다. 현재 이곳은 테마파크로 활용되고 있다.

둘째, CGI를 활용한 판타지를 구현한다. <영웅>을 출발점으로 한 중국의 블록버스터는 한동안 <적벽대전> <삼국지-용의 부활> 등 무협 장르에 치중하다 최근 <몽키킹> <미인어> <몬스터 헌트> 등 CGI로 무장한 판타지와 모험으로 폭을 넓혔다.

이미 무협 블록버스터 <무극>을 만든 바 있는 천 카이거 감독은 역사적인 사실이나 실존 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사실을 재창조하는 팩션 화법을 과도하리만치 구사한다. CGI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지워버리는 역할을 한다. 거대한 세트에 뿌려진 각종 CGI는 극 중에서 마술과 환상이란 이름으로 화면을 수놓았다.

 영화 <요묘전: 레전드 오브 더 데몬 캣>의 한 장면

영화 <요묘전: 레전드 오브 더 데몬 캣>의 한 장면 ⓒ 콘텐츠판다


셋째로는 화려한 색감을 강조한다. <영웅> <황후화>으로 대표되는 중국 블록버스터의 화려하고 과장된 색감은 <요묘전: 레전드 오브 더 데몬 캣>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특히 수천 명의 엑스트라가 투입되어 화려함의 극치를 선보이는 양귀비 생일 연회 '극락지연' 장면은 원색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넷째, 추리 사극 <적인걸>의 영향을 받았다. 중국에서 <적인걸>시리즈는 3편이나 영화로 만들어졌고 2017년엔 드라마도 제작되었을 정도로 사랑받는 콘텐츠다. <요묘전: 레전드 오브 더 데몬 캣>은 <적인걸>의 추리 사극 구조에 셜록 홈스와 존 왓슨 콤비 구도를 넣었다. 여기에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검은 고양이>의 설정도 가미했다.

"당나라 시기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고 싶었다"는 감독

쿠카이와 백거이의 상반된 성격과 태도,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극의 재미를 더한다. 중국과 일본의 합작, 기이한 소재와 추리 장르에 주목한 해외 평자는 "일본 영화 <괴담>과 중국 영화 <적인걸>의 만남"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영화 <요묘전: 레전드 오브 더 데몬 캣>의 한 장면

영화 <요묘전: 레전드 오브 더 데몬 캣>의 한 장면 ⓒ 콘텐츠판다


천 카이거 감독은 중국이 낳은 세계적 거장 중 하나다. 그는 작가적인 색채가 물씬 풍기는 아트하우스 계열부터 대규모로 제작된 상업 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고 있다. 혹자는 민족의 역사와 문화, 민중의 삶에 주목하던 중국 제5세대(마오쩌둥 사망 이후 다시 문을 연 북경영화학교를 졸업한 감독들을 지칭) 감독이던 장이머우와 천 카이거가 권력의 입김이 강한 블록버스터를 연출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2006년 <무극>을 만들었을 당시 '씨네21'과 인터뷰에서 천 카이거는 "내 전작들을 사랑하고 존중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감독이라면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한다"면서 "중국이 서양 문명의 식민지가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의 상업 영화를 개발하려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새로운 도전'과 '중국 고유의 문화'는 천 카이거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이자 목표인 셈이다.

<요묘전: 레전드 오브 더 데몬 캣>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천 카이거는 '재팬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당나라에 매혹된 이유를 "중국 역사상 최고 황금기"라고 설명한다. <요묘전: 레전드 오브 더 데몬 캣>이 당나라 시대를 보여준 이유를 "중국은 경제적으로 강해졌다. 하지만 전통 문화를 잃어가고 있다. 영화에서 당나라 시기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많은 사람이 문화를 존중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영화 <요묘전: 레전드 오브 더 데몬 캣>의 한 장면

영화 <요묘전: 레전드 오브 더 데몬 캣>의 한 장면 ⓒ 콘텐츠판다


천 카이거가 <요묘전: 레전드 오브 더 데몬 캣>로 당나라의 전통문화를 잘 보여주었다고 평가하긴 힘들다. CGI는 할리우드 수준에 미치기에 역부족이다. 여타 중국 블록버스터처럼 서사와 CGI의 균형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야기는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추리의 맛이 떨어지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요묘전: 레전드 오브 더 데몬 캣>을 보면 '중국의 블록버스터는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건 '아직'이란 지점이다. 참고로 2018년 1분기(1~3월) 박스오피스 집계에서 중국 시장은 처음으로 미국을 누르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천카이거 소메타니쇼타 아베히로시 류호연 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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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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