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홀(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의 옛 이름)에서 공연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올림픽주경기장에 서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슈가)

"넓은 공연장을 메운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 여러분을 보니 저희만의 세상에 온 것 같다." (RM)

방탄소년단의 이번 콘서트는 여러모로 그 의미를 되새길 만했다. 첫째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이라는 상징적인 장소에서 처음으로 공연한다는 데 있었다. 콘서트 오프닝 인사로 슈가가 한 말처럼 2천석 규모의 악스홀에서 시작해 4만 5천석 규모의 주경기장까지 왔다는 건 이들의 성장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경기장은 조용필, 서태지, H.O.T. 등 톱 가수들만이 공연했던 곳이다. 방탄소년단은 이곳에서 이틀 동안 공연함으로써 9만 명의 팬을 만났다.  

지난 26일 오후, 월드투어 콘서트 < LOVE YOURSELF >의 시작점으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콘서트를 연 방탄소년단. 이들은 콘서트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4일 발매한 리패키지 앨범 < LOVE YOURSELF 결 Answer >와 이번 투어공연에 관해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시간도 가졌다. 콘서트와 간담회를 통해 이번 콘서트의 나머지 의미들도 짚어볼 수 있었다.

미국, 유럽, 일본... 월드투어의 시작


많은 가수들이 월드투어 콘서트를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이번 투어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이 주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이들은 서울을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미국 6개 도시,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일본에서 투어 공연을 이어간다. 특히 영국 런던의 O2아레나처럼 대규모 공연장에 서는 소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간담회에서 슈가는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스타디움에서 공연하는 게 자랑스럽고 한편으로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스타디움에서 리허설을 하면 그제야 실감이 날 것 같은데 그 전까지는 저희가 하던 대로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저희가 유럽에서 단독 콘서트하는 건 처음이다. 무대를 보는 아미분들의 반응이 가장 궁금하다. 저희 특유의 에너지로 잘 준비해서 찾아뵐 것이다." (뷔)

'LOVE YOURSELF'... 2년 6개월 대단원의 마무리


무엇보다 이번 콘서트의 가장 큰 의미는 2년 6개월이 걸린 'LOVE YOURSELF' 앨범 시리즈 여정을 마무리하는 '축제'라는 데 있다. 지난 24일 방탄소년단은 2016년 3월부터 시작한 이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를 발매했다. 리패키지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7곡의 신곡이 담겼다. 앨범의 수록곡들과 뮤직비디오, 콘셉트 등이 하나의 주제 즉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메시지로 통합되는 시리즈였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이를 마무리하며, 그 의미를 묵직하게 두기보단 '결국은 같이 즐기는 축제'로써 매듭짓고자 했다.

"2년 반 동안 해온 기획의 대미를 장식하는 앨범이지만 여러 부담을 내려놓고 팬들과 즐기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했다. 축제라는 게, 준비기간은 정말 긴데 순식간에 즐기고 그 후엔 쓰레기가 남고 그걸 치워야하는 그런 것 같다. 삶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았던 순간은 찰나고, 스냅샷처럼 남는 추억이 있다. 러브유어셀프는 결국 '축제'라고 생각했다. 이 짧은 순간을 같이 즐겨보자는 말을 하고 싶었다." (RM)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게 사랑의 시작이라는 메시지의 정수를 담은 앨범이다. 이번 패키지 앨범은 말 그대로 '축제'다. 기록에 연연하기 보다는 즐기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 그래서 타이틀곡 '아이돌'도 축제 분위기에 맞게 나온 것 같다." (슈가)

방탄소년단은 콘서트 오프닝 무대를 신곡 '아이돌(IDOL)'로 꾸몄다. 그야말로 시작부터 흥이 넘치는 한바탕 축제였다. 자유로운 동작과 칼군무의 조화가 흥을 최고조롤 북돋는 이 노래는 '조선판 EDM'이라 불릴 만큼 한국적 요소가 인상 깊게 가미돼 있다. 또한 아프리카, 유로-아시아의 문화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녹아있다.

"'아이돌'은 '다른 사람이 뭐라해도 나는 나 자신이며 그런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아프리카 리듬에 '얼쑤', '지화자', '쿵더러러' 같은 국악적 추임새를 넣고, 거기에 EDM이 결합되어서 한국적이면서도 글로벌한 음악이 탄생됐다. 퍼포먼스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 아프리카 댄스에 한국무용이 섞여있다. 사물놀이와 탈춤이 결합돼 따라하기 쉬운 춤이 됐다." (제이홉)

한바탕 축제를 즐기자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는 '뜨거웠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이들 특유의 역동적인 퍼포먼스는 4만 5천명 아미의 함성과 만나 불길같은 기운을 만들어냈다. 특히 에너지 높은 노래들인 '흥탄소년단', '진격의 방탄', '불타오르네', '뱁새', '쩔어'로 쉬지 않고 몰아치는 구간에서는 축제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방탄소년단도 팬들도 그 시간을 다 불태워버리는 느낌으로 순간 순간에 몰입했다.

이날 콘서트에선 새 앨범에 수록된 신곡들의 무대와 멤버 개인 무대가 관전 포인트였다. 신곡 'I'm Fine(아임파인)' 무대에서 멤버들의 손길을 받아 쓰러진 몸을 일으키는 듯한 뷔의 안무는 곡의 메시지를 감동적으로 전달했다. 앞서 간담회에서 RM은 이 곡을 설명하며 "가사를 보시면,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하는 내용이다. 삶의 불행이 되풀이 되겠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내용의 곡"이라고 말했다.

솔로 무대에선 멤버들의 매력을 깊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장 먼저 화이트 수트를 입고 등장한 제이홉은 'Trivia 起(기): Just Dance'로 노래, 랩, 댄스 세 가지를 모두를 선보였다. 이어서 정국은 'Euphoria'를 열창하며 열정적인 춤에도 안정감 있는 라이브를 선사했다. 지민은 솔로곡으로 'Serendipity'를 불렀는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지민만의 매력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RM은 'Trivia 承(승): Love'로 강렬한 랩팽을 보여줬고, 뷔는 'Singularity'를 압도적인 표정연기로 선보였다. 슈가는 랩을 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Trivia 轉(전): Seesaw'를 통해 노래를 비중있게 들려줬고, 진은 'Epiphany'를 피아노 연주와 함께 애절하게 불렀다.

이들은 '매직샵', 'I Need You', 'Airplane Pt.2', '전하지 못한 진심', 'DNA', '페이크 러브', 'MIC Drop' 등 다양한 세트리스트를 선보였고 주경기장 무대를 구석구석 누볐다.

끊임없는 성장



"러브유어셀프 시리즈를 하면서 스스로에게 '너희는 너희를 사랑하고 있는가' 질문하게 되더라. 그것만으로도 저희에게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RM)

"2년 반 동안 사람들에게 '러브유어셀프' 하라고 하지만 정작 저는 그렇게 못하더라.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지 혼자 생각도 많이 하고, 저 자신에게 욕도 많이 하고 이상한 생각도 많이 한 것 같다. 그냥 '내가 나에게 참 모질게 구는구나' 생각하게 됐다. 앞으로는 저를 더 믿고 멤버들을 믿고 좋은 생각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민)

이번 콘서트의 마지막 의미라고 한다면 방탄소년단의 성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러브유어 셀프'를 말하면서 이들 자신도 성장해나간 것. 슈가는 "어린아이에서부터 출발했던 우리"라며 "저희가 추구했던 건 인간, 사람의 성장에 대한 것이었다. 데뷔 전부터 기획해오던 세계관이었고 그것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뷔는 "투어를 많이 하다 보니 팀워크가 엄청 좋아졌다"며 "'I'm fine' 준비하면서 멤버들이 공중에 저를 띄우는 안무가 있는데 바닥에 제 몸이 내려갈 때까지 슈가 형, RM 형이 세심하게 최대한 안전하게 받쳐주려 한 손길을 느껴서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 이들은 다음 앨범 계획 및 소속사와의 재계약에 관한 질문에도 답했다. 다음 앨범에 대해 슈가는 "이제부터 새 기획을 시작해야 한다"며 "저희 모두가 생각하는 고민, 저희 멤버 모두가 생각하는 화두가 다음 시리즈의 주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속사 빅히트와의 계약에 관한 질문에 진은 "멤버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고 회사와도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데 아마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에게 또다른 질문도 이어졌다. '방탄소년단의 세계적 인기요인은 SNS다'라는 분석에 대한 생각을 묻는 것이었다. 이 물음에 슈가는 "그건 확실히 틀렸다고 생각한다"며 "방탄소년단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음악과 퍼포먼스, 메시지에 집중하여 활동하다 보니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고 그것이 씨앗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SNS를 찾아보셨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RM 역시 "멤버들 모두 음악과 퍼포먼스를 사랑한다. '본질'과 '일관성'이 우리의 인기비결"이라고 말했다.

"러브유어셀프 하세요!" 


앙코르타임에 멤버들은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나와서 세 곡을 더 불렀다. 그리고 첫 주경기장 콘서트 소감을 이야기했다.

"오늘 강수확률이 80%가 넘었는데 공연하는 동안 비가 하나도 안 왔다. 하늘이 도와주시는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나. 아미 여러분께 보여드리려고 기타도 치고 피아노도 치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진)

"홍삼, 프로폴리스도 챙겨먹고 잠도 열심히 자고 진짜 최상의 컨디션으로 무대 보여드리고 싶어서 많이 노력했다. 그에 비해 오늘 너무 아쉬웠다. 저한테는 만족스러운 공연은 아니었다.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못한 것 같아서 제가 더 성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금보다 제가 두 배 더 열심히 해서 다음 콘서트에서 더 성장한 모습 보여드리겠다." (정국)

"'언제 방탄소년단이 여기까지 왔지?', '진짜 높은 곳까지 왔구나' 하고 무대에 설 때마다 느낀다. 저희의 노래와 퍼포먼스를 이곳에서 보여드릴 수 있단 게 너무 좋고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보시는 아미 여러분들도 러브유어셀프 하세요!" (제이홉)

이들은 앙코르의 마지막 곡으로 'Answer: Love myself'를 부르며 축제의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