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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명교회 신축 논란과 관련 김철수 동명교회 장로의 반론에 대해 '동명동을 사랑하는 주민 모임(이하 동사모)'에서 <오마이뉴스>에 재반론을 보내왔습니다. 지역공동체 현안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을 이어가고 계시는 동명동 주민들과 김철수 장로에게 독자를 대신해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오마이뉴스>는 동명교회 신축과 관련한 여러분의 글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관련기사]
"동명교회 신축? 광주의 5.18기억을 파괴하는 일"
"동명교회 미워서가 아니다, 추억을 지키고 싶다"
"동명동-동명교회 함께하는 100년 역사 만들겠다"

광주 동명교회
 광주 동명교회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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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와 이야기를 정겹게 나누던 이웃들이 언젠가부터 떠나기 시작했다. 그들이 살았던 소박했던 주택들, 그리고 마당에서 봄을 알리던 동백나무의 꽃, 금목서의 가을 향기도 그 이웃의 집과 함께 하나둘씩 사라져 버렸고, 이웃집 정원과 나무가 같이 모여 있을 땐 매일같이 날아와 먹이를 찾던 작은 새들의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이웃들의 집, 나무가 사라져버린 자리에는 다른 동네에서 차를 몰고 온 사람들을 위한 주차장이 생겨났고, 소음과 매연을 내뿜는 차들이 우리의 새로운 이웃이 되었다. 계속해서 면적을 넓혀가는 주차장으로 인해, 오늘 집 대문을 열고나선 주민들을 맞이하는 건 수백 대의 차량들과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시멘트 바닥 그리고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날아오는 자동차의 퀴퀴한 매연뿐이었다.

시끄러운 소리, 많은 차량으로 인해 걷기 위험한 좁은 골목길 등 나빠지는 주거환경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함께한 집 정원에 있는 나무에 물을 주며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다른 이웃들처럼 아파트로 이사 가지 않고 아직 이곳에 남아있는 주민들의 유일한 이유일 것이다.

동명동 주민들이 빼앗겨버린 주거환경의 중요요소들

하지만 광주 동명교회가 지금보다 2.5배나 더 큰 규모로 교회를 신축하면 이제는 그런 즐거움조차 누릴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남아있는 주민들도 먼저 동네를 떠난 이들을 따라 수십 년 살아온 이 곳을 떠나야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살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 한국주거학회는 초등학생들에게 '주거환경'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가 사는 집을 중심으로 집 앞에 있는 화단, 골목길, 공원,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놀이터, 공부하러 가는 학교,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 등 여러분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주거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살기 좋은 주거환경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합니다. 우선 태풍, 지진, 홍수 등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해야 하고, 피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안전성). 우리가 사는 집으로 햇빛이 적절하게 들어와야 하고, 바람이 통하게 하여 통풍이 잘 되게 해야 합니다.

또한 주변의 소음으로 인해 불편하지 않아야 하고 악취가 집으로 들어와서는 안됩니다(보건성).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집 내부의 공간구성, 가구배치, 수납 등이 생활에 적절하게 이루어져 있어 편리해야 합니다(편리성).

집들 간의 거리가 너무 좁아서 답답한 느낌이 들면 안 되며 주변 환경과 보기에 어울려야 하고, 주변에 학교, 병원, 시장 등 각종 생활에 편리한 시설과 쾌적한 공터나 공원이 존재해야 합니다. 또한 도서관이나 헬스센터 등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야 합니다(쾌적성). 더불어 우리말고도 여러분의 자녀가 될 다음 세대를 위한 생활환경도 유지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합니다(지속가능성)."

과거에는 이웃들의 집이었지만, 현재는 수백 대의 차량을 위한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곳에 커다란 건물이 들어서게 되면 주변 집에는 햇볕조차 들지 않게 된다. 이로써 우리 주민들은 위에 열거된 주거환경의 5가지 중요요소 중 한 가지인 "보건성"을 "완벽하게" 상실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이 커다란 건물이 내 집 담장 바로 옆에 지어지게 된다면 주변 환경에 의존적인 나머지 요소인 "쾌적성"과 "지속가능성" 까지도 망가지게 되어 내 집은 그 누구도 살고 싶지 않은 곳이 되어버린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웃 주민에게 상당한 피해를 주는 건물의 건축은 할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된 곳도 많고, 작은 집이라도 이웃 주민의 동의를 얻어야 건축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의 건축법은 왜 이럴까 하여 이런저런 조건들을 찾아보니, 저렇게 큰 건물을 지을 때는 건축심의를 거쳐야 허가 할 수 있게끔 하는 법과 제도가 이곳에도 있었다.

이웃 주민의 동의까지는 아니지만, 구청 혹은 시청에서 선별한 건축 분야의 전문가들과 공무원, 구의원 등의 심의위원들이 해당 건물이 들어서게 될 경우에 주변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해당 건물이 주변과 어울리는지에 대한 조형미까지도 심의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이 건물이 들어서게 되면 "주거환경의 중요요소들"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되니 심의할 때 몇 가지 사항을 참작해 달라고 구청에 여러 번 민원을 넣었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이웃이 있는 마을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글로서만 존재하는 것인가?'라는 물음을 떨칠 수 없는 요즘이다.

동명동 주민들이 동명교회 신축을 반대하는 이유

주민들이 주장하는 동명교회 신축으로 인한 피해 예상지역. 색이 짙은 부분은 현 교회부지.
 주민들이 주장하는 동명교회 신축으로 인한 피해 예상지역. 색이 짙은 부분은 현 교회부지.
ⓒ 동명동을 사랑하는 주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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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교회 건물 신축 계획안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이다.

먼저 동명교회는 지역의 대표적인 대형교회로, 현재도 극심한 교통체증과 주차문제, 보행자 안전 위협과 소음 문제를 일으키며, 이로 인해 많은 주민이 살지 못해 떠났고, 남은 주민들은 매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동명교회는 다른 지역에서 차를 타고 오는 수백 명의 신도에게 필요한 주차장 확장과 교회 건물 신축을 위해 주변의 주택을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부수는 것을 반복하며 지역을 망가트리고 있다. 이 교회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새벽 시간, 저녁 시간, 주말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고, 아무런 기초적인 방음시설조차 하지 않으면서 주변 주민들의 자제 요청에는 종교탄압이라 주장한다.

동명교회가 인접한 도로는 폭이 6m도 되지 못하는 골목길로, 현재도 차 한 대가 지나가기라도 하면 보행자는 움직일 수도 없다. 특히 교회 주변에 있는 노인복지회관을 이용하는 고령의 보행자들은 좁은 골목길을 다니는 수백 대의 교회 방문 차량으로부터 커다란 위협을 받고 있다. 예배시간을 전후로 해서 신도들이 타고 온 수백 대 차량으로 주변 도로는 수십 분 동안 마비되기 일쑤다.

동명교회의 건물 신축 계획안을 보면 현재 교회 규모보다 2.5배가 더 큰 수준으로 교회를 짓겠다고 되어 있다. 건물의 대형화에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이는 차량 이용 방문 신도 수 증가로 이어지게 되고, 소음, 교통체증, 주차문제, 보행자안전위협 등의 주변 피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명교회가 확보했다는 주차장은 지금도 부족해 예배시간이면 주변은 불법 주차와 소음 공해 등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하주차장으로 계획했다는 150대 정도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지금 있는 커다란 교회 주차장도 부족해서 난리인데 공사 기간 1~2년 동안 그 주차장에 주차하지 못한 신도들은 어디에 주차하려고 그러나?

당연히 주변 도로와 골목길에 불법 주차하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주변 거주 주민들은 극심한 고통을 받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동명교회는 신축 건물 완공 후에도 주차장 부족으로 시달리게 될 것이다. 또 이를 핑계로 지속해서 주변 건물을 사들이고 철거하는 악순환의 반복으로 지역사회는 파괴될 것이다.

특히 동명교회 신축 조감도를 보면 건물의 외형은 조악하여 주변 환경과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이미 지어져 있는 교회 옆 8층 규모의 교육관 역시 흉물스런 모습으로 주변 작은 주택에게는 위협적이다.

교회 측은 기존 교회 건물이 40년이 되어 건물이 노후화됐다며 대형건물 신축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이런 식이라면, 교회는 또 30-40년이 지나면 건물이 노후화됐다며 다시 철거하고 재건축을 하려 할 것이다. 또다시 지금과 같은 극심한 지역갈등이 반복될 것이란 얘기다.

주민들이 먼저 찾아가는 정원 같은 교회를 기대하며

주민들은 2017년에 지어진 ‘피터-야곱의 교회’를 소개하면서  주변에 위화감을 주지 않으며 충분한 녹지 공간을 제공하는 지역과 함께 어울리는 교회를 바라고 있다.
 주민들은 2017년에 지어진 ‘피터-야곱의 교회’를 소개하면서 주변에 위화감을 주지 않으며 충분한 녹지 공간을 제공하는 지역과 함께 어울리는 교회를 바라고 있다.
ⓒ 브리지다 곤잘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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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교회 대형화가 불러올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건물 신축 자체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다. 이외에도 동명동 원도심과 골목길 파괴, 주거지역 소멸, 마을 활성화에 역효과, 주택 신축 불가, 거주민 이탈 등 교회 주변 회피로 인한 악순환과 조망권, 일조권 침해 등의 이유도 들 수 있다. 혹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여전히 쓸 만한 주택 건물과 정감 있는 골목길이 많은 동명동 지역의 특성과 과거의 기억을 간직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위의 여러 반대이유 중 '건물 대형화'로 인한 "주거환경 악화"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이의를 표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교회 신축 문제가 뉴스에 언급이 되자 교회의 한 장로가 주민들에게 보낸 글을 읽어 보았다. 그가 주민들에게 말하는 것은, '교회의 발전을 위해 새 건물이 필요하고 사람들이 많이 오니 큰 주차장도 필요하다, 또한 하나님을 위해 기도하며 동명동 발전을 위해 이런저런 계획이 건물 신축 후에 있으니 주민들이 좀 불편해도 이해를 부탁한다'였다.

왜 그들이 믿는 신을 위해서 교회도 안 다니는 우리가 희생돼야 하는 것인가? 교회는 종교시설에 포함되어 꽤 많은 법적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렇게 특별이익을 받는 단체가 건물을 신축하고자 한다면서 주변 주민들에게 폭력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들을 건물설계에 반영해 수정하는 것이 그렇게 못마땅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주변에는 비종교인 주민들도 많이 살고 있으며, 큰 단체인 교회가 먼저 이들을 배려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주변 환경과 지역주민에게 주는 피해가 최소화되는 건물 건축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유럽지역의 교회에는 정원이 있고, 그 건물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수백 년 된 나무들도 많다. 새들도 날아오며 사람들은 나무 그늘 밑 벤치에 앉아 책도 읽고, 쉬기도 한다. 교인만을 위한 황량한 주차장보다 이런 공원이 있다면 지역 주민이 먼저 교회로 찾아갈 것이고, 서로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멋진 장소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가?


태그:#동명교회,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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