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방송된 <SBS 스페셜> '나 혼자 방송시대' 편 캡처. 장난감 리뷰 채널은 무려 누적 조회수 29억에 구독자만 210만 명을 보유하고 있었다.

2016년 9월 방송된 '나 혼자 방송시대' 편 캡처. 장난감 리뷰 채널은 무려 누적 조회수 29억에 구독자만 210만 명을 보유하고 있었다. ⓒ SBS


오랜 만에 친척 집에 가니 조카가 핸드폰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옆에 가서 보니 장난감을 리뷰하는 영상이었다. 아직 발음도 제대로 못하는 조카는 직접 검색까지 하며 장난감 리뷰 영상들을 찾아봤고 집중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리뷰하는 영상이었는데 조회수가 어마어마했다. 검색해서 알아보니 누적 조회수는 1억도 진작 넘었다고 한다. 매출도 상상 이상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도 조카와 같은 사이트를 이용해서 많은 동영상을 보곤 했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배가 고플 때면 흔히 '먹방'이라고 불리는 동영상을 찾아보기도 했다.

실시간으로 팬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인터넷 방송, 1인 방송은 빠르게 발전하며 성장 중이다. 최근에는 흔히 팬들에게 '별풍선'(1인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에서 현금화 할 수 있는 아이템)을 받거나 조회수에 따라 수익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광고회사와 계약을 하고 직접 광고를 촬영하거나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들의 인기를 실감한 기업은 직접 협찬을 제안하기도 한다. 어느 유명한 '먹방' BJ는 직접 다이어트 식품 회사를 만들고 제품을 광고하기에 이르렀다. 당연하게도 이들의 수입은 보통 직장인이 꿈꾸기 어려운 수준이다. 요즘 초등학생 중 상당수가 1인 방송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유도 그래서다.

2년 전 방송된 한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려고 한다. 2016년 9월 25일 방송된 SBS 시사 교양 프로그램 < SBS 스페셜> '나 혼자 방송 시대' 편에서는 한 감독이 1인 방송 콘텐츠 창작자들을 찾아가며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는 혼방시대


게임 방송, 음식 먹는 방송, 외국인이 한국을 경험하는 방송까지. 다양한 분야의 방송들이 1인 방송가를 주름 잡고 있었다. 팬들이 원하는 게임을 대신 해주거나 간단한 생활 모습을 방송하는 한 콘텐츠 창작자는 매달 2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얻고 있다고 한다.

그는 2007년 UCC 열풍이 불었을 때 이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UCC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제대로 된 수익화 모델이 나오지 않았고 인기는 곧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를 발전시켜 수입이 나올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동영상 사이트 역시 개인 수익화에 함께 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장난감 리뷰 채널이 인기였다. 방송 당시 누적 조회수 29억에 구독자만 210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이 곳은 중소기업과 맞먹는 수입을 창출하고 있었다.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업체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콘텐츠 창작자들을 지원하고 콘텐츠를 유통, 관리했다. 각종 캐릭터 상품들과 스튜디오 등 꽤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단순히 금전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음껏 노래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한 콘텐츠 창작자는 방송을 통해서 소통하고 노래를 들려주면서 마치 자신만의 세상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을 통해 인기를 얻은 그녀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또한, 걸그룹 출신의 콘텐츠 창작자는 연예계 활동이 어려워진 이후에도 1인 방송을 통해서 계속 팬들을 만나고 소통할 수 있었다. 1인 방송은 단순히 수익모델이 아니라 이루고 싶은 꿈을 실현시키는 한 창구로서도 작용하고 있었다.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2016년 9월 방송된 <SBS 스페셜> '나 혼자 방송시대' 편 캡처. "누구나 유명한 BJ가 될 수는 없어요" 1인 방송을 하고 싶은 이라면 이 말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2016년 9월 방송된 '나 혼자 방송시대' 편 캡처. "누구나 유명한 BJ가 될 수는 없어요" 1인 방송을 하고 싶은 이라면 이 말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 SBS


1인 방송은 특별한 조건이나 능력이 필요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자신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면 도전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반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기 때문에 우려 되는 부분들도 있었다. 더 많은 별풍선(인터넷 방송에서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아이템)을 받기 위해서 점점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는 제작자들도 있다.

방송에서는 한 콘텐츠 창작자가 일부러 차바퀴에 발을 넣어서 밟힌다거나 선인장, 딱풀 등 먹어선 안 될 것들을 먹는 모습이 등장했다. 그의 방송의 주 시청자는 주로 10대라고 한다. 아이들이 섣불리 위험한 행동을 따라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됐다. 그는 10대들도 생각이 있기 때문에 위험한 행동을 따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이미 여러 명의 10대들이 그를 칭송하며 위험한 행동을 따라하는 일이 발생했다.

2년 전 보다 지금의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한 초등학생은 자신의 엄마가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몰래 촬영해 유튜브에 올렸다. 인터넷 방송에 흔한 '몰카' 콘텐츠를 아이들이 모방하는 것이다. 또한 아이들은 유튜브 유명 BJ들의 콘텐츠들을 통해 성 차별 표현, 혐오 표현을 배우기도 한다.

다른 측면의 문제도 있다. < SBS 스페셜>은 한 여성 콘텐츠 창작자가 1억 원 상당의 돈을 받고 성매매를 했다는 기사를 소개했다. 제작진이 내용을 확인한 결과 오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알고 보니 시청자가 창작자에게 협박과 위협을 가하고 있었던 것. 1인 방송이다 보니 시청자들과 발생한 문제를 그는 혼자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규제가 없는 1인 방송의 한계였다. 그렇다면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한 걸까. 한 청년 시사 콘텐츠 창작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자정 작용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통제, 검열 등을 통해서 표현의 자유가 억압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게임 방송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한 콘텐츠 창작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시청자들이 별풍선을 주더라도 콘텐츠에 집중하며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더 좋은 콘텐츠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하고 싶은 그의 마음이 그에게 큰 인기를 얻을 수 있게 해준 것이 아닐까. 한 콘텐츠 창작자는 말한다.

"누구나 방송을 만들 수는 있으나 누구나 유명한 콘텐츠 창작자가 될 수는 없다."

1인 방송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말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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