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틀리프 리바운드 1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예선 한국과 몽골의 경기.

한국 라틀리프가 리바운드를 하고 있다.

▲ 라틀리프 리바운드 1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예선 한국과 몽골의 경기. 한국 라틀리프가 리바운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하는 남자농구대표팀이 중요한 고비를 앞두고 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농구대표팀은 이미 A조에서 인도네시아와 몽골을 격파하며 2연승으로 8강 진출을 확정한 상황이다. 22일 태국과 조별리그 3차전만을 남겨두고 있어서 사실상 조 1위가 유력하다.

이제 문제는 8강전이다. 한국이 A조 1위를 차지할 경우 8강에서 D조 2위와 맞붙는다. 현재로서는 필리핀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

필리핀은 21일 열린 D조 1차전에서 우승후보 중국에 80-82로 석패했다. 사실상 D조 1위 결정전이었던 이날 경기에서 필리핀은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대회 최다 우승에 빛나는 중국을 막판까지 몰아붙이는 저력을 발휘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불참 번복해 아시안게임 온 필리핀, NBA 유망주 클락슨 경계해야

필리핀은 국제농구연맹(FIBA) 세계랭킹 30위로 한국(33위)보다도 순위가 높은 아시아 농구의 강호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는 당초 출전조차 불투명했다. 지난달 초 2019년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 호주와의 경기 도중 벌어진 집단 난투극으로 무려 10명의 선수가 징계를 받았다. 필리핀은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듯했으나 농구인기가 높은 자국 내에서 비판 여론이 악화되자 필리핀 농구협회는 고심끝에 일주일 만에 불참 결정을 번복했다.

필리핀은 아시안게임에 뒤늦게 참여했지만 급하게 팀을 꾸린 데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하여 이번 대회에서는 전력 약화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NBA 출신의 가드 조던 클락슨이 대표팀에 전격 합류하면서 상황은 다시 한번 반전됐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벤치 에이스이자 NBA에서도 손꼽히는 유망주로 성장한 클락슨은 미국인과 필리핀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출신이다.

필리핀 기수로 등장한 조던 클락슨 18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필리핀 기수로 등장한 미국프로농구(NBA)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가드 조던 클락슨(26·196㎝)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필리핀 기수로 등장한 조던 클락슨 18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필리핀 기수로 등장한 미국프로농구(NBA)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가드 조던 클락슨(26·196㎝)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NBA 사무국이 이번 대회부터 리그 선수들의 아시안게임 출전을 전격 허가하면서 클락슨을 비롯하여 저우치, 딩얀유향 등 아시아 출신 NBA리거들이 모두 합류하게 된 것은 중요한 변수로 등장했다. 우승을 놓고 경쟁해야 할 한국대표팀에게는 큰 악재였다.

클락슨이 합류한 필리핀 대표팀의 전력은 확실히 강해졌다는 평가다. 역시 NBA리거들을 보유한 데다 높이에서 확실한 강점을 있는 중국을 상대로 필리핀은 종료 직전까지 거의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클락슨은 28점 8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중국을 괴롭혔다. 왜 그가 NBA에서도 인정받는 선수인지를 실력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또한 확실한 에이스의 가세로 동료 선수들이 가지는 자신감과 시너지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당장 8강에서 필리핀을 상대해야 할 한국농구로서는 클락슨의 봉쇄에 비상이 걸렸다. 클락슨은 한국 선수들이 그간 KBL 무대에서 상대해본 외국인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적어도 아시아권에서는 클락슨을 1대1로 막을 수 있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클락슨이 기본적으로 1대 1 돌파 성향이 강하기는 하지만 중국전처럼 외곽슛 능력도 충분히 갖춘 선수다. 더구나 필리핀은 클락슨 외에도 득점력을 갖춘 프링글 스탠리와 빅맨 크리스티안 스탠드하딩거도 위협적이다. 필리핀의 공격이 대부분 클락슨이 볼을 잡은 상황에서 2대 2게임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감안하여 픽앤롤을 시도하기 전부터 강력한 압박과 더블팀으로 상대를 괴롭혀야 할 필요가 있다.

필리핀과의 대결은 '고비'? 실력으로 평가 반전시킬 '기회'

허재호로서는 비록 어려운 승부가 예상되지만 국내 농구팬들 사이에서는 내심 필리핀과의 맞대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아시아 무대에서 한국 선수들이 클락슨 같은 수준급 NBA리거와 당당히 실력을 겨루는 모습을 볼 기회는 흔치 않다.

어차피 필리핀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한국의 8강 상대는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저우치, 왕저린, 딩얀유향 등 정예멤버가 모두 포함된 중국은 객관적인 전력이나 높이에서 필리핀보다 더 버거운 상대다. 한국은 지난 6월 농구월드컵 예선 원정에서 중국을 제압한 바 있지만 당시 중국 선수단은 1진이 아니었다. 몇몇 선수들의 개인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수비 조직력이 떨어지는 필리핀은 비록 쉬운 팀은 아니지만 상성상 중국이나 이란보다는 그나마 해볼 만한 상대다.

드리블하는 허훈 1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예선 한국과 몽골의 경기.

한국 허훈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 드리블하는 허훈 1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예선 한국과 몽골의 경기. 한국 허훈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무엇보다 한국은 그동안 필리핀과 국제무대에서 수 차례 만날 때마다 승패를 떠나 '꿀잼'이 보장되는 명승부를 펼쳐왔다. 지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화끈한 난타전 끝에 무려 16점차 열세를 딛고 97-95, 2점차로 후반 대역전승을 거두기도 했다. 당시 최고참 문태종이 38점을 폭발시키며 승리를 이끌었다.

허재 감독이 이끌었던 지난 2017 아시아컵에서도 한국은 필리핀과 8강에서 또 만났다. 한국은 전반까지 팽팽한 공방을 펼쳤으나 3점슛 16개와 34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화끈한 공격농구로 후반 점수차를 크게 벌리며 118-86으로 대승을 거뒀다.

속공과 외곽슛을 주무기로 하는 팀컬러가 비슷하다 보니 양팀의 대결은 만날 때마다 치열한 다득점 승부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개인기는 필리핀이 다소 우세하지만 수비와 조직력 면에서는 한국이 늘 한수 위였다. 예년에 비하여 필리핀의 높이가 많이 약해지며 라건아가 있는 한국이 골밑싸움에서도 크게 밀릴 게 없다.

필리핀에 대비하여 경계해야 할 또 다른 변수는 바로 '더티 플레이'다. 지난 호주와의 난투극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필리핀 선수들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종종 의도적인 거친 플레이로 상대를 자극하고 도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작년 아시아컵에서도 점수차가 벌어지자 필리핀 선수들이 볼과 상관 없는 상황에서 한국 선수를 가격하는 등 신경전 계속되며 이승현-최준용 등이 집단 몸싸움 일보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당시 허재 감독이 흥분한 선수들을 다독이며 했던 "쟤네들이 원래 저런 애들이야"라고 말해 유명한 어록이 탄생한 경기이기도 했다.

사실 이번 농구대표팀을 바라보는 국내 팬들의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4년 전에 비하여 우승 주역들이 부상으로 대거 이탈하면서 전력이 약화된 데다 허재 감독의 친자인 허웅-허훈의 발탁을 둘러싼 '발탁' 논란 등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있는 상황이다. 고작 클락슨 하나 때문에 필리핀을 넘지 못한다면 애초에 허재호는 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할 자격이 없는 셈이 된다. 필리핀과의 대결은 고비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대표팀을 바라보는 불신과 의구심을 실력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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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아시안게임 필리핀 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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