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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자료사진)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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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위력의 범위를 소극적으로, 지극히 경직되게 판단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성관계 이후에 통상적이고 정상적인 일상이 진행됐단 이유로 위력이 아니라고 하는데, 일종의 상하 지위를 이용한 일상적인 관계도 위력의 범위로 볼 순 없는지 깊이 고찰해 봐야 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무죄 판결과 관련하여 1심 재판부를 비판했다. 앞서 14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안희정 전 지사의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나경원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노 민스 노 룰(No means no rule, 비동의 간음죄) 관련 여야 여성의원 긴급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성관계 이후에 모든 상황이 정상적이었다', '음식점을 예약했다'는데 이런 상황에 이른 것조차도 위력에 의한 것은 아니었는지 합리적으로 의심해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일부 여성계에서 이번 판결을 보고 '은장도라도 빼 들어야 하느냐'는 표현을 썼다"라며 "이제는 입법적으로 판단을 해야 될 때"라고 관련법 입법 의지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무죄 선고와 관련하여 "현행법으로는 안 전 지사를 처벌하기 힘들다"며 사실상 법 체계의 공백을 인정했다.

나경원 "위력의 범위,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나 의원이 안 전 지사의 판결에 대해 논평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5일에도 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심 재판부가) '동의하지 않는 성관계를 강간으로 처벌하는 체계(No Means No rule)' 혹은 '명시적인 동의가 없으면 강간으로 처벌하는 체계(Yes Means Yes rule)'에 대한 입법적 영역없이 현행법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는 취지도 덧붙였다"라며 "과연 그럴까?"하고 의문을 제기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번 판결은 위력의 개념을 지나치게 협의로, 또 경직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대법원은 이미 성 관련 범죄에 있어서 피해자의 감정을 그 중요한 판단의 기준으로 한다"라고 설명했다. "상하관계에 있는 열악한 지위의 여성의 내면을 깊이 고찰해 본다면 위력의 범위는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함이 당연하다"라고도 덧붙였다.

나 의원은 이에 앞서 7월 11일, 혜화역 시위를 언급하며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동안 남성 중심적, 성차별적 사고에 길들여져 있다는데 대해서는 나를 비롯해 많은 여성들이 공감할 것"이라고도 쓴 바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서로에 대해 차별적인 부분에 대해 합리적인 수준으로의 조정이 필요한 때"라며 "그것이 성숙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개정안 발의됐지만 논의는 시작도 못해

'미투 운동'을 시발점 삼아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관련법 개정 및 새 입법을 추진 중이다. 특히 안희정 전 지사의 무죄 판결 이후 이러한 입법 움직임이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형법 제297조 개정이다. 현행 형법 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강간'의 범위를 '성폭력'으로 넓히고, 피해자의 명시적 동의가 없었을 경우 혹은 암묵적으로라도 비동의를 표현했을 경우에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개정안의 골자가 될 전망이다.

이미 지난 4월,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은 강간죄 성립 범위를 확대 해석할 수 있도록 해당 형법의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역시 민주평화당 소속인 천정배 의원의 경우 지난 3월, 형법 제303조 개정안을 내놓아 '비동의 간음'에 대한 해석을 확대하도록 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303조 개정을 통해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 형량을 강화하고자 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들 모두 법사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상태이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간담회를 밑거름 삼아 여야 여성의원 토론회를 오는 24일 오전 9시 30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당적에 상관없이 여성의원들이 공동으로 주최할 계획이다.


태그:#나경원, #형법, #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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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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