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대 LG 경기. 9회초 2사 만루 강승호의 적시타 때 3루까지 진루했던 1루주자 SK 박승욱이 유격수 실책으로 홈인하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대 LG 경기. 9회초 2사 만루 강승호의 적시타 때 3루까지 진루했던 1루주자 SK 박승욱이 유격수 실책으로 홈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2주 넘게 쉴 시간이 있지만, 웬만하면 마지막 경기를 이기고 끝내야 기분좋게 휴식기에 돌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에서 패배함과 동시에 경기 내용까지 실망스러웠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2위를 달리고 있는 SK 와이번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SK는 16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 경기에서 5-16으로 대패했다. 믿었던 선발 박종훈마저 3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고, 뒤이어 올라온 투수들의 투구 내용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여기에 다소 어수선한 수비도 팬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17일 현재 3위 한화 이글스와의 승차는 1.5경기 차로, 9월 이후 언제든지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게다가 4위까지 올라온 넥센의 상승세도 무시할 수 없다. 1위 경쟁은 사실상 끝난 가운데, 2위 경쟁에서 버텨야 하는 SK로선 매우 중요한 시기에 들어갔다.

최다실책 1위 야수진,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한두 번은 실수라고 할 수 있어도 그것이 점점 쌓이다보면 실력이 되기 마련이다. 야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수비가 그렇다. SK 야수진은 올 시즌 넥센, 롯데와 함께 가장 많은 실책(86개)을 기록하는 중이다. 가장 적은 실책을 기록한 두산(57개)에 비해 29개나 더 많은 실책을 범한 셈이다.

팀 내 최다 실책 1위는 나주환으로, 10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최정(9개), 김성현(8개)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외야도 외야이지만 내야진의 안정감이 눈에 띄게 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LG와 1:1 트레이드로 투수 문광은을 내주고 강승호를 영입했으나 이것만으로 SK 내야진이 완전히 환골탈태할 순 없었다.

사실 수비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6년 123개(최다 3위), 2017년 108개(최다 공동 2위)로 2년 모두 세 자릿수 실책을 기록했다. 전력 상으로 SK는 중위권 이상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팀이었으나 매년 실책에 발목이 잡혀 중위권에 머물러야만 했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올해도 세 자릿수 실책 기록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나마 팀 순위는 2위로 지난 2년에 비해선 높은 편이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순위 경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다. 3위 한화는 물론이고 4위 넥센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SK가 한화와의 격차를 벌리지 못하는 사이 넥센과의 거리까지 좁혀지고 말았다.

2위 경쟁을 하고 있는 팀들 중 강력한 선발진과 타선을 갖춘 팀이 SK다. 상위권에 위치할 만한 자격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비에서 실수를 연발한다면 곤란하다. 이는 정규시즌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에서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타선과 마운드에서 지워야 할 변수들

수비가 받쳐주게 된다면, 그 땐 곳곳에 있는 변수들을 하나씩 지워나가야 한다. 2위라는 표면적인 수치 뒤에 숨겨진 변수가 꽤나 많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내면서 홈런군단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타선에서도 치명적인 단점은 존재한다.

역시나 타선의 가장 큰 문제는 홈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팀 홈런 부문에서는 1위에 이름을 올렸으나 2루타는 191개로 전체 9위, 3루타는 11개로 역시나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러다보니 홈런이 나오지 않는 날에는 좀처럼 SK 타자들이 장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홈런만으로 경기를 이기는 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존재한다.

마운드도 변수가 남았다. 2015년부터 3년간 많은 이닝을 소화한 켈리가 올해 예년보다 다소 부진하고, 산체스의 경우 시즌 초반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남은 시즌 동안 SK가 2위를 지키려면 나머지 내국인 선발 투수들이 호투해야 한다. 특히 김광현이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종훈과 문승원 두 투수의 활약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불펜도 개선되어야 한다. 후반기 팀 불펜 평균자책점 5.66(7위)로 전반기(4.73, 2위)보다 작지 않은 폭으로 상승했다. 더구나 선발진의 활약을 확신할 수 없다면 불펜의 비중은 더 커진다. 점수를 뽑아내는 만큼 지킬 줄도 알아야 하는 불펜이다.

마지막 경기를 깔끔하게 이겼다면 연승을 기록할 수 있었으나 11점 차 대패로 아쉬움을 남긴 채 휴식기를 맞이했다. 조금이나마 달라진 야구를 보여줄 수 있을까. SK에게 보름이 조금 넘는 시간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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